-100엔 숍보다 더 나은 디자인과 품질로 소비자의 취향 반영해 인기몰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한때 100엔(약 1077원) 숍은 유통 혁신의 총아로 불렸다. 저성장 시대의 절약 기조에 발맞춘 저가 마케팅은 블랙홀처럼 수요를 흡수했다.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에도 먹혀들었다. 반짝 붐일까 싶었지만 꽤 안착된 분위기다. 불황의 상징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품목 확장에 힘입어 선호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신규 출점 수를 보면 편의점보다 100엔 숍이 더 많다는 말까지 들린다. 상점가와 쇼핑몰은 100엔 숍 유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미끼 점포답게 집객 효과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디자인의 생활 잡화가 주력 상품
100엔 숍이 진화하고 있다. 이젠 300엔(약 3230원) 숍의 인기로 확인된다. 최근 일본에선 300엔 숍의 거대한 인기몰이가 화제다. 100엔 숍이 가격 차별화를 통해 300엔짜리도 팔지만 이곳은 전 품목을 300엔에 묶어 냈다. 대표 주자인 다이소로선 만만치 않은 후발 경쟁자의 등장이다.
실제로 300엔 숍은 100엔 숍의 어쩔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원가 절감으로 품질 확보에 나섰다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은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300엔 숍은 100엔 숍보다 더 나은 품질·디자인·기능을 갖춘 아이템으로 승부한다. 실제 300엔 숍은 100엔 숍의 그만그만한 디자인에 대항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내세운다.
300엔 숍이 내건 슬로건은 ‘작은 멋짐(petit gorgeous)’이다. 300엔 정도로 손에 넣는 멋진 디자인의 생활 잡화가 주력 상품이다. 초저가 지향의 100엔 숍과는 소구 지점이 구분된다. 저렴한 것이 공통점이지만 최소 금액을 올리고 디자인의 질을 높였다. 이 때문에 입지 점포는 도심·역세권이 많고 주력 고객은 젊은 여성층으로 정리된다. ‘300엔 치고는 싸지만 귀여운 제품’이란 총평 속에 점포 종류와 점포 수가 급성장했다.
300엔 숍의 선두 업체인 3코인즈(3COINS)는 2013년 126억 엔(약 1357억8000만원)이던 매출이 2018년 244억 엔(약 2623억5000만원)으로 2배나 늘었다. 올해는 260억 엔(약 2801억9000만원)까지 기대된다. 100엔 숍의 다이소처럼 전국망을 갖춘 대형 체인은 없지만 대부분의 300엔 숍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100엔 숍의 피로감과 시장 포화를 극복할 대안 모델인 셈이다.
100엔 숍의 원류·발상지인 다이소가 빠질 수 없다. 다이소는 일본 전국에 포진한 22개의 300엔 숍인 스리피(THREEPPY)로 대응한다. 300엔 숍으로의 출사표는 2018년 3월의 일이다. 업력과 노하우를 내세워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0엔의 격차는 크다. 100엔 숍과 품목이 다소 겹치지만 디자인과 고성능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특히 전체의 50% 정도가 스리피에만 판매하는 오리지널 상품이다. 다이소로선 어차피 제휴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보다 거래비용이 낮다. 워낙 거물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 기대가 높다. 2019년 7월엔 싱가포르에도 출점했다. 2040세대 여성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 잡화를 판다. 100엔 숍보다 디자인을 중시하며 밀레니얼과 Z세대의 잠재 수요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300엔 숍은 100엔 숍과 함께 다이소의 성장 양축으로 자리 잡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공전의 히트 상품으로 뜬 300엔 숍은 사실상 ‘춘추전국시대’다. 발 빠른 입소문 속에 후발 주자가 속속 등장한다.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커뮤니티의 상품평과 추천사에 따른 구매 결정에 익숙한 청년 고객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100엔 숍보다 양질이면서 감각 있는 디자인을 반영한 다종다양의 아이템은 후속 세대의 소비 욕구와 일치한다. 저가격·고품질·고실용만으로도 매력적인데 인기를 반영한 소소한 디자인까지 갖춘 덕이다.
100엔 숍보다 비싸도 기본적으론 부담을 낮춘 저가 실현이라 구매 저항이 낮다. 경쟁 격화와 함께 점포가 많아지면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좋다. 차별화를 내세운 주요 브랜드만 10곳 이상에 달한다. 아직 시장 초기란 점에서 300엔 숍의 추가 출점은 기정사실로 파악된다.
◆편리 대신 가치를 판매하는 300엔 숍
3코인즈는 2016년 설립된 300엔 숍의 최대 업체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193개 점포망을 갖췄다. 주방 용품은 물론 일상 용품과 뷰티 제품까지 폭넓게 판매한다. 최다 점포망답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거대 매장을 내세운 규모의 경제로 매월 바뀌는 유행과 계절감에 따라 패션 상품을 그때그때 교체한다.
또 전체 제품에 동일 색상의 팰릿을 반영해 정리된 매칭감이 실현된다. 45개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 메이커(Pal그룹)의 자회사다. 이 장점을 발휘해 유행에 맞춘 캐주얼 의류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화장품 등도 300엔이면 충분하다. 다만 일부는 300엔보다 값이 비싸다.
쿠쿠는 확실히 여성 고객의 취향에 맞춘 매장이다. 핑크색의 귀여운 로고에서 확인되듯이 여성 취향의 디자인을 가미한 생활 잡화가 풍부하다. 충성 고객은 파스텔 톤을 내세운 심플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고무된다. 열도 전역에 35개 점포를 열었다. 제휴처를 늘리며 300엔으로는 도저히 타산이 서지 않을 듯한 멋진 벽시계 등도 팔기 시작했다. 물기를 흡수하는 우산 파우치 등 아이디어가 체화된 인기 상품도 많다. 300엔 숍 중에서는 드물게 온라인 숍도 갖췄다. 매장에서 품절돼도 손쉽게 살 수 있다.
전국에 73개 점포망을 갖춘 미카즈키모모코(Mikazuki Momoko)는 핑크색 액서서리와 캐릭터 아이템이 많다. 유명 브랜드와 제휴해 귀여움을 극대화한 차별 제품을 내다 판다. 100엔으로 만들지 못하는 대형 캐릭터 상품도 판다. 정가 1000엔 이상의 상품을 소량 조건으로 납품받아 300엔에 판매한다. 동물 모양 등 독자적인 오리지널 디자인은 자녀 동반 가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한편 스마트라이프마켓(Smart Life Market)은 3코인즈와 같은 회사의 다른 300엔 숍 브랜드다. 교외 입지를 통해 가족 고객의 홈 인테리어 수요에 주목했다. 인테리어에 좋은 원목 아이템과 수납 상자 등이 화제다. 일루시에300(illusie300)은 주방 용품 특화 점포다. 다른 것도 팔지만 주방 아이템이 차별적이다.
300엔 숍의 파장은 확대된다. 이케아는 2019년 여름부터 300엔짜리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했다. 인기 상품의 가격 전략을 수정해 300엔에 묶어 냈다. 수납 가방과 보존 용기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300엔의 가격대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잡화 매장 중 상당수는 300엔짜리 가격표가 부쩍 늘었다. 기존 점포는 300엔 특화 매대를 잇따라 배치한다. 유통업계는 이를 ‘300엔 전쟁’이라고 부른다. 100엔으로 실현되지 않는 소비 욕구가 SNS 시대의 새로운 고객 출현과 맞물리며 발굴됐다는 평가다.
100엔 숍이 편리를 팔면 300엔 숍은 가치를 판다는 분석도 있다. 큰돈 없이 본인다움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유통 장르란 의미다. 일본은 2019년 10월 소비세를 10% 올렸다. 절약 시대의 재등장이다.
그렇다고 핍박한 생활만으론 어렵다. 300엔 숍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다. 저가 우선의 생활 필수품(100엔 숍)에서 본인 추구의 취향 가치재(300엔 숍)로의 소비 전환이자 취향 존중에 300엔 정도는 쓰겠다는 새로운 소비 부각인 셈이다. ‘필요적 100엔’에 맞선 ‘취향적 300엔’의 도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한때 100엔(약 1077원) 숍은 유통 혁신의 총아로 불렸다. 저성장 시대의 절약 기조에 발맞춘 저가 마케팅은 블랙홀처럼 수요를 흡수했다.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에도 먹혀들었다. 반짝 붐일까 싶었지만 꽤 안착된 분위기다. 불황의 상징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품목 확장에 힘입어 선호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신규 출점 수를 보면 편의점보다 100엔 숍이 더 많다는 말까지 들린다. 상점가와 쇼핑몰은 100엔 숍 유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미끼 점포답게 집객 효과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디자인의 생활 잡화가 주력 상품
100엔 숍이 진화하고 있다. 이젠 300엔(약 3230원) 숍의 인기로 확인된다. 최근 일본에선 300엔 숍의 거대한 인기몰이가 화제다. 100엔 숍이 가격 차별화를 통해 300엔짜리도 팔지만 이곳은 전 품목을 300엔에 묶어 냈다. 대표 주자인 다이소로선 만만치 않은 후발 경쟁자의 등장이다.
실제로 300엔 숍은 100엔 숍의 어쩔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원가 절감으로 품질 확보에 나섰다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은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300엔 숍은 100엔 숍보다 더 나은 품질·디자인·기능을 갖춘 아이템으로 승부한다. 실제 300엔 숍은 100엔 숍의 그만그만한 디자인에 대항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내세운다.
300엔 숍이 내건 슬로건은 ‘작은 멋짐(petit gorgeous)’이다. 300엔 정도로 손에 넣는 멋진 디자인의 생활 잡화가 주력 상품이다. 초저가 지향의 100엔 숍과는 소구 지점이 구분된다. 저렴한 것이 공통점이지만 최소 금액을 올리고 디자인의 질을 높였다. 이 때문에 입지 점포는 도심·역세권이 많고 주력 고객은 젊은 여성층으로 정리된다. ‘300엔 치고는 싸지만 귀여운 제품’이란 총평 속에 점포 종류와 점포 수가 급성장했다.
300엔 숍의 선두 업체인 3코인즈(3COINS)는 2013년 126억 엔(약 1357억8000만원)이던 매출이 2018년 244억 엔(약 2623억5000만원)으로 2배나 늘었다. 올해는 260억 엔(약 2801억9000만원)까지 기대된다. 100엔 숍의 다이소처럼 전국망을 갖춘 대형 체인은 없지만 대부분의 300엔 숍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100엔 숍의 피로감과 시장 포화를 극복할 대안 모델인 셈이다.
100엔 숍의 원류·발상지인 다이소가 빠질 수 없다. 다이소는 일본 전국에 포진한 22개의 300엔 숍인 스리피(THREEPPY)로 대응한다. 300엔 숍으로의 출사표는 2018년 3월의 일이다. 업력과 노하우를 내세워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0엔의 격차는 크다. 100엔 숍과 품목이 다소 겹치지만 디자인과 고성능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특히 전체의 50% 정도가 스리피에만 판매하는 오리지널 상품이다. 다이소로선 어차피 제휴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보다 거래비용이 낮다. 워낙 거물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 기대가 높다. 2019년 7월엔 싱가포르에도 출점했다. 2040세대 여성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 잡화를 판다. 100엔 숍보다 디자인을 중시하며 밀레니얼과 Z세대의 잠재 수요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300엔 숍은 100엔 숍과 함께 다이소의 성장 양축으로 자리 잡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공전의 히트 상품으로 뜬 300엔 숍은 사실상 ‘춘추전국시대’다. 발 빠른 입소문 속에 후발 주자가 속속 등장한다.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커뮤니티의 상품평과 추천사에 따른 구매 결정에 익숙한 청년 고객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100엔 숍보다 양질이면서 감각 있는 디자인을 반영한 다종다양의 아이템은 후속 세대의 소비 욕구와 일치한다. 저가격·고품질·고실용만으로도 매력적인데 인기를 반영한 소소한 디자인까지 갖춘 덕이다.
100엔 숍보다 비싸도 기본적으론 부담을 낮춘 저가 실현이라 구매 저항이 낮다. 경쟁 격화와 함께 점포가 많아지면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좋다. 차별화를 내세운 주요 브랜드만 10곳 이상에 달한다. 아직 시장 초기란 점에서 300엔 숍의 추가 출점은 기정사실로 파악된다.
◆편리 대신 가치를 판매하는 300엔 숍
3코인즈는 2016년 설립된 300엔 숍의 최대 업체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193개 점포망을 갖췄다. 주방 용품은 물론 일상 용품과 뷰티 제품까지 폭넓게 판매한다. 최다 점포망답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거대 매장을 내세운 규모의 경제로 매월 바뀌는 유행과 계절감에 따라 패션 상품을 그때그때 교체한다.
또 전체 제품에 동일 색상의 팰릿을 반영해 정리된 매칭감이 실현된다. 45개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 메이커(Pal그룹)의 자회사다. 이 장점을 발휘해 유행에 맞춘 캐주얼 의류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화장품 등도 300엔이면 충분하다. 다만 일부는 300엔보다 값이 비싸다.
쿠쿠는 확실히 여성 고객의 취향에 맞춘 매장이다. 핑크색의 귀여운 로고에서 확인되듯이 여성 취향의 디자인을 가미한 생활 잡화가 풍부하다. 충성 고객은 파스텔 톤을 내세운 심플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고무된다. 열도 전역에 35개 점포를 열었다. 제휴처를 늘리며 300엔으로는 도저히 타산이 서지 않을 듯한 멋진 벽시계 등도 팔기 시작했다. 물기를 흡수하는 우산 파우치 등 아이디어가 체화된 인기 상품도 많다. 300엔 숍 중에서는 드물게 온라인 숍도 갖췄다. 매장에서 품절돼도 손쉽게 살 수 있다.
전국에 73개 점포망을 갖춘 미카즈키모모코(Mikazuki Momoko)는 핑크색 액서서리와 캐릭터 아이템이 많다. 유명 브랜드와 제휴해 귀여움을 극대화한 차별 제품을 내다 판다. 100엔으로 만들지 못하는 대형 캐릭터 상품도 판다. 정가 1000엔 이상의 상품을 소량 조건으로 납품받아 300엔에 판매한다. 동물 모양 등 독자적인 오리지널 디자인은 자녀 동반 가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한편 스마트라이프마켓(Smart Life Market)은 3코인즈와 같은 회사의 다른 300엔 숍 브랜드다. 교외 입지를 통해 가족 고객의 홈 인테리어 수요에 주목했다. 인테리어에 좋은 원목 아이템과 수납 상자 등이 화제다. 일루시에300(illusie300)은 주방 용품 특화 점포다. 다른 것도 팔지만 주방 아이템이 차별적이다.
300엔 숍의 파장은 확대된다. 이케아는 2019년 여름부터 300엔짜리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했다. 인기 상품의 가격 전략을 수정해 300엔에 묶어 냈다. 수납 가방과 보존 용기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300엔의 가격대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잡화 매장 중 상당수는 300엔짜리 가격표가 부쩍 늘었다. 기존 점포는 300엔 특화 매대를 잇따라 배치한다. 유통업계는 이를 ‘300엔 전쟁’이라고 부른다. 100엔으로 실현되지 않는 소비 욕구가 SNS 시대의 새로운 고객 출현과 맞물리며 발굴됐다는 평가다.
100엔 숍이 편리를 팔면 300엔 숍은 가치를 판다는 분석도 있다. 큰돈 없이 본인다움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유통 장르란 의미다. 일본은 2019년 10월 소비세를 10% 올렸다. 절약 시대의 재등장이다.
그렇다고 핍박한 생활만으론 어렵다. 300엔 숍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다. 저가 우선의 생활 필수품(100엔 숍)에서 본인 추구의 취향 가치재(300엔 숍)로의 소비 전환이자 취향 존중에 300엔 정도는 쓰겠다는 새로운 소비 부각인 셈이다. ‘필요적 100엔’에 맞선 ‘취향적 300엔’의 도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