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성의 경제돋보기]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비해야

[경제 돋보기]




[고려대 국제학부 강문성 교수] 2000년대 들어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은 부품과 소재의 제조, 최종재 단순 조립뿐만 아니라 연구개발·판매·고객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산 과정을 국제 분업을 통해 글로벌 가치 사슬(GVC)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의 애플이 그 예인데, 미국·한국·일본 등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해 중국 공장에서 최종 조립한 후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생산 과정을 개발해 왔다. 이와 같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확대와 심화는 자연스럽게 국제 무역의 증가로 이어져 1983년 1조8000억 달러였던 글로벌 무역 규모는 2003년 7조4000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 19조7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 중 글로벌 가치 사슬 형태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대 30%대에서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50%를 웃돈 이후 2015년 48% 정도로 다소 하락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한 무역 확대에서 많은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부품과 소재 수출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동시에 삼성·LG 등 대기업은 베트남 등지로 진출해 글로벌 가치 사슬 심화를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가치 사슬이 최근 들어 변화에 직면해 있다. 먼저 미·중 통상 마찰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수출이 약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이 제공해 오던 부품과 소재 수출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중국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한국이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조달되던 핵심 부품과 소재를 국내 조달로 변화시키면서 외국의 부가가치보다 국내 부가가치 비중이 중국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즉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 사슬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회귀(리쇼링)에 대한 다양한 유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제조업 공장의 국내 이전이 활성화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제조 과정에서의 기계화와 자동화 확산이 주된 요인인데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를 찾을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향후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를 초래할 핵심적인 요인은 기술의 발전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향후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지, 이러한 기술을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상업화하고 활용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글로벌 가치 사슬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학계에서는 자동화와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유통 형태가 글로벌 가치 사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자동화 확산에 따라 제조업 회귀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의 자동화 노력에 따라 부품과 소재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입되는 비중이 여전히 커지고 있다.

또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기업의 등장으로 무역 비용이 감소하고 중소기업 역시 상품과 서비스를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판매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정부는 ‘타다’와 같이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에도 소비자의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정치 세력화된 이해 집단의 ‘표’를 규제를 통해 지키려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기술의 시대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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