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변곡점’ 부동산 시장, 전문가 5인 유망지역 핀셋 추천


[커버스토리=2020 재테크 기상도]
- 서울은 강남·용산·고덕, 지방은 부산·대전 주목
- 정부 추가 규제 여부가 변수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예측이 어렵다. 혼돈 그 자체다. 정부가 연신 쏟아내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시장이 움츠러들 것 같으면서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

특히 2017년 8월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 부채 종합 대책’,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의 다양한 규제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말 빠르게 냉각됐던 부동산 시장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어느 샌가 질풍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11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이 역시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강남 4구와 강북·수도권 개발 지역에 한정됐던 상승 기류가 대전 유성구와 경기도 과천, 부산 해운대·수영구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수십·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일반화돼 버린 모양새다.

물론 정부도 가만있지 않는다. 규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분양가 상한제 지역 신규 지정 검토, 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 연한 강화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수년 전에 비해 수억원씩 오른 집값을 보며 ‘지금 타이밍이 아니면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한편 ‘괜히 샀다가 집값이 폭락하면 망한다’는 불안감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반대로 집을 팔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고민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 전문가 예상, 서울은 강보합 우세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서울은 강보합이 우세했고 수도권과 지방은 약보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가나다 순) 등 5명에게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어본 결과 권대중 교수, 김은진 팀장, 박원갑 전문위원, 이상우 대표 등 4명이 서울 지역 강보합세, 심교언 교수는 약보합세를 전망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른 차별적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권대중 교수와 김은진 팀장, 박원갑 전문위원이 예측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심교언 교수가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권대중 교수는 광역시는 강보합 내지 보합, 중소도시는 약보합세로 세분화된 전망을 내놓았다.

서울·경기권 내에서 주목해야 할 재테크 유망 지역에 대해 추전을 받은 결과 강남(권대중·박원갑·이상우)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용산(권대중·심교언), 과천(김은진·심교언), 고덕(김은진·이상우) 등이 거론됐다. 이 밖에 하남 미사·판교·강북에 대한 추천도 있었다.

이들 전문가들이 이미 많이 오른 강남 지역을 추천한 이유는 역시 수요 때문이다. 권대중 교수는 “인구 감소와 유동 자금의 풍부성에 따라 결국 도심 중에서도 수요자가 몰리는 강남이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은 일자리와 앞으로의 상승 가능성이 추천 이유로 꼽혔다. 심교언 교수는 “용산은 오피스 빌딩과 주거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으로 앞으로 상승 여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과천에 대해선 김은진 팀장이 강하게 추천했다. 김은진 팀장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과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공공 택지 청약이 있는 곳”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재테크 유망 지역 중에는 권대중 교수를 제외한 4명이 모두 부산을 추천했다. 특히 부산을 강력 추천한 이상우 대표는 “부산은 지난 2년간 시장에 역행해 온 지역으로 이제 반대로 역분출을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전도 추천(권대중·김은진·심교언)도 많았다. 김은진 팀장은 “대전은 비규제 지역 중 신규 공급이 적고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범위를 넓혀 도(경기도·강원도·경상북도·경상남도·충청북도·충청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제주 등)에 대한 투자 추천 지역은 경기·충청·경남이 주를 이뤘다.

우선 경기를 추천한 권대중 교수는 “경기도는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며 “인구도 많고 서울과 접하고 있어 위치에 따라 지속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남을 추천한 김은진 팀장은 “2017년 이후 장기 침체가 이어진 경남은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과잉 공급 조정) 있는 데다 조선업 등 지역 경기 회복으로 주택 가격 낙폭이 둔화되는 추세”라며 “내년이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충청권을 추천한 박원갑 전문위원은 “충청도는 최근 분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아 물량이 별로 없다”며 추천했다.

다만 이들 5인의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은 만큼 거시적인 관점보다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계속 변하는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의 재건축 연한 연장과 보유세 인상 등 내생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절대적인 안전 지역은 아니다”며 “다만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유입과 유동성 자금이 풍부해 조금 더 나은 상황”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김은진 팀장은 “공시 가격 현실화, 공정가액비율 상향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주택자는 그 어느 때보다 절세 전략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교수는 “거시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서울을 제외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과천·대전·부산, 상한제 시행이 변수



전문가들의 추천 지역 중에도 변수는 있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대전(유성구)·경기도(과천)·부산(해운대구·수영구)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정부가 언제라도 추가 규제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분양가 상한제 여파가 내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 경기도 과천 아파트 매매가는 3.68% 올라 전국 시·군·구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대전 유성구는 2.24%로 그 뒤를 이었고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도 각각 2.12%, 2.02%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은 0.33%, 서울은 0.44%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과천을 제외하곤 조정 대상 지역 등 정부 규제 영향에서도 벗어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조정 대상 지역은 서울 전역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성남·고양·남양주·용인 수지·용인 기흥·수원 팔달, 세종 등 39개 지역이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당초 조정 대상 지역에 들었었지만 최근 해제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추가 적용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토 결과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2차 적용 지역 확정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소집될 예정인데 연내에 분양가 상한제 추가 적용 지역이 결정될지 주목된다.

특히 과천은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추가 지정이 추진된다면 1순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조정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대전과 부산은 과천보다 나은 상황이긴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집값이 장기간 상승한다면 언제든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집값 상승세가 멈춘다는 보장은 없다.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집값 상승 폭이 되레 커지고 청약 시장도 더욱 과열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최근 24주째 상승 중이다.

공교롭게도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오름 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상한제 타깃으로 삼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강남구 상승률은 0.27%로 발표 직전(0.12%)의 2배 이상을 기록했고 서초구(0.13%→0.2%)와 송파구(0.15%→0.17%)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 [팁]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청약 전략은
- ‘선전세-후입주’ 어려워…‘묻지 마 청약’은 금물

2020년에는 청약 전략에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일종의 최고 가격제인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자의 수익이 줄고 소비자 잉여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매 제한 강화나 의무 거주 요건이 도입되므로 ‘묻지 마 청약’은 금물이다. 중간에 분양권을 되팔거나 입주 시점에 전세를 놓다가 나중에 입주한다는 ‘선전세-후입주’ 전략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70~80%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과 같은 인기 지역은 시세의 60%, 거의 반값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청약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출이나 전매 제한이 심해 무턱대고 청약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분양가 9억원이 넘어서면 대출이 안 되고 그 이하라도 주택 가격의 40%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중간에 되팔기도 어렵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계약 후 3~4년인데 주변 시세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됐다.

주변 시세의 80% 미만은 10년, 80~100% 미만은 8년, 100% 이상은 5년간 전매 제한을 적용 받도록 한 것이다. 서울 지역 대부분이 10년(입주 후 7년)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에 도입될 의무 거주 요건은 더 챙겨야 한다. 정부는 연내에 관련법을 개정,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해서도 분양 계약자가 일정 기간 살아야 하는 의무 거주 요건을 둘 예정이다.

현재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제51조에 따르면 분양 계약자가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90일 이내에 입주해야 하고 의무 거주 기간에 계속해 거주해야 한다. 의무 거주 요건을 도입하면 입주 때 전세로 임대를 놓기가 어려워진다. 그동안은 분양을 받았는데 잔금이 모자라면 전세를 놓아 치렀지만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cwy@hankyung.com

[2020 재테크 기상도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내년 성장률 2%도 ‘간당간당’…막막한 재테크 암흑기
-2020년 유망주는 ‘삼성전자·카카오’…리서치센터장 6명 ‘강추’
-내년 해외 주식 투자, ‘마이크로소프트·알리바바’에 주목하라
-시중은행 대표 PB들이 꼽는 2020 유망 금융 상품은?
-‘투자 변곡점’ 부동산 시장, 전문가 5인 유망지역 핀셋 추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