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기업은 과연 ‘사회악’인가?

-전 세계에 퍼진 ‘반기업 정서’…편견을 바로잡는 경제학자의 변론

◆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
타일러 코웬 지음 | 문직섭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라는 유령이.” 6%. 2016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을 ‘매우’ 신뢰한다고 대답한 미국인의 비율이다. ‘꽤’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12%였다. 조사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보자. 2016년 하버드대에서 실시한 연론 조사를 보면 미국의 18세에서 29세에 이르는 젊은 성인들의 42%만 자본주의를 지지한 반면 51%는 자본주의에 부정적이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자본주의 대신 무엇을 선호하는지 확신이 없었지만 놀랍게도 33%는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꼽았다. 이전 세대가 이해하는 그런 사회주의를 뜻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젊은 세대가 기업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의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실제 모습이다. 미국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있을까. 한국의 상황도 미국 못지않다.

2017년 여론 조사 업체 원스리서치가 전국 성인 1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5.1%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나쁨’, ‘매우 나쁨’)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좋음’, ‘매우 좋음’ 등 기업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답변은 34.1%였다. 기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기업 정서를 가진 국민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일반 인식에 더해 언론·정치권·학계가 ‘기업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언론은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와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정치권은 기업을 각종 규제로 옥죄려고 한다. 어느새 기업은 적폐와 동의어가 됐다.

이처럼 일반 인식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하고 기업에 대한 비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기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다 못한 나는 이를 반박하면서도 결코 비주류 의견으로 취급받지 않을 만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는 ‘기업과 자본주의의 파수꾼’을 자처한다. 이 책에서 경제학적 통찰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통념을 흔드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반기업 정서에 대해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기업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윤리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코웬 교수는 이에 대해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기업의 잘잘못에 대해 비판하는 것과 그것을 넘어 기업에 과도한 비난과 혐오를 쏟아내는 것은 다른 맥락이다. 구분돼야 한다.

또한 저자는 기업이 일반 시민과 국가·사회에 제공하는 주요 혜택에 비하면 그 의미가 무색해진다고 말한다. 기업은 우리가 소비하며 즐기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며 우리 대부분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에 대한 비판들 역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하고 환경 규제와 경제 규제는 교묘히 피하며 최고경영자(CEO)는 능력과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고 직원을 부당하게 다루며 늘 윤리적 행동보다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려고 한다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저자는 각각의 주장들을 링 위로 불러들여 논리 대결을 펼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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