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조직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기부여’

-급변하는 시대 경직된 조직은 생존 어려워
-즐거움·의미·성장 등 3가지 동기 만들어 변화에 대응해야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202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 지난 10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한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내년은 어떨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매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요즘 어렵다는 말은 그래도 해볼만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내년은 정말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고 언제 어디에서 위기가 다가올지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만든 계획을 충실하게 실행하는 것보다 변화에 올라타 수시로 계획을 바꾸는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의 변화와 위기는 이런 유연한 조직보다 오히려 경직된 조직을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성과주의에 입각한 내부 방침부터 손봐야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위기로 ‘비상 경영’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리더가 강조하거나 선택하는 것들은 비슷하다. 우선 분명한 숫자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꼼꼼한 계획을 세우고 매주 또는 매월 달성 현황을 챙긴다. 또한 비용 절감 방안도 만들고 예기치 않은 위기관리를 위해 매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철저하게 실적에 따라 보상을 높이는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나 방침 속에서 과연 조직이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매일 숫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동료들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 하는 압박감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압박감으로 인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 더 편한 방법을 찾는다. 눈치껏 적당한 목표를 세우거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그냥 시키는 것만 하는 타성에 젖어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변화와 위기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직된 조직이 되고 만다. 이런 현상들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인 닐 도시와 린지 맥그리거가 쓴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보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과를 낮추거나 높이는 여섯 가지의 일하는 동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제도 했으니 오늘도 한다는 별다른 동기 없이 타성으로 매일 출근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보상을 얻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경제적 압박감 때문에 일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는 정서적 압박감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타성, 경제적 압박감, 정서적 압박감 등 세 가지 동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경직된 조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보상·처벌·두려움 등 일의 외부적인 요인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면 일의 성과는 떨어진다. 만약 성과를 만들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게 된다면 조직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반면 일 그 자체가 좋아 하는 ‘즐거움’이 동기가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미감’이나 지금 하는 일이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성장감’이 일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즐거움·의미·성장 등 세 가지 동기는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변화하는 세상에 가치를 주고자 노력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의 내적 동기로 일하기 때문에 성과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타성,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등의 동기를 낮추고 즐거움·의미·성장의 동기를 높인다면 변화와 위기의 상황에서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즐거움·의미·성장 등 세 가지 동기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고어텍스’ 섬유를 만든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Gore&Associates)에는 ‘워터라인(waterline)’이라는 원칙이 있다. 회사를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워터라인 위에 구멍을 냈다면 큰일이 아니다. 하지만 워터라인 아래에 구멍이 난다면 배는 침몰하고 만다. 따라서 워터라인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되고 그 외에는 자율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워터라인 원칙이다.

각각의 회사나 직무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꼭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하고 그 외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범위와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면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즐거움이라는 동기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고객에게 주는 가치인 회사의 사명을 바탕으로 조직과 개인의 사명을 만들면 의미 동기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업무 목표를 사명과 연계된 고객에게 주는 가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업무 목표를 매출액·생산량·품질 등 정량적으로 정하는데 이는 자칫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같은 본래의 목표를 잊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정량적 숫자 목표에 집중하면서 경제적 압박감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일의 목표는 고객에게 주는 가치이고 그 증거 또는 결과가 매출액과 생산량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구글에서 활용하는 ‘OKRs(Objective Key Results)’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의미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목표(Objective)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Key Result)로 얻어지는 것이 매출액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주는 가치에 집중하게 되고 매출에 대한 압박감은 줄어들게 된다. 의미 동기를 높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압박감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워터라인’ 설정도 필요


성장 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수시로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업무 수행이 어떤 상황인지 수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성장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올해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매뉴얼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생산 현장에서도 자율성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제든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그 결과를 즉시 알려 주는 피드백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다. 이는 의미 동기는 물론 즐거움 동기도 동시에 높인다.

즐거움·의미·성장 동기는 업무 현장에서 함께 맞물려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조직의 미션, 핵심 가치, 행동 규범 등을 꼭 지켜야 할 워터라인으로 정하고 그 외에는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율적 활동에 대한 수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의미 있는 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즐거움으로 피드백을 통해 성장감을 갖게 되는 효과가 생긴다. 의미·즐거움·성장 동기가 서로 맞물려 도는 것이다.

그렇다면 즐거움·의미·성장의 동기를 높여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우선 즐거움·의미·성장의 동기를 높이는 얘기나 질문으로 동기를 자극해 보자.

사람들은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창의성의 대가인 테레사 애머빌 하버드대 교수가 참가자의 동기 요인이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시인들에게 시를 쓰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읽도록 했다. A 그룹에는 “글을 쓰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좋아한다”와 같이 내적 동기와 관련된 글을 제공했다.

B 그룹에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글쓰기를 권했다”, “베스트셀러 시집 덕분에 재정적으로 안정됐다”와 같은 외적 동기와 관련된 글이 주어졌다. 단지 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동기 요인에 대한 글을 읽고 시를 쓰게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내적 동기를 자극한 A 그룹이 외적 동기를 자극한 B 그룹에 비해 창의성이 무려 26%나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은 많다. 따라서 숫자 목표를 꼼꼼하게 챙기기 전에 즐거움·의미·성장 동기를 자극하는 얘기나 질문으로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둘째는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매년 연말은 성과를 평가하고 면담과 피드백을 해야 하는 시기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이 있다면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대부분의 리더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항상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생각한다. 그 직원의 상황보다 그 직원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 또는 ‘과실 편향성(blame bias)’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경제적 압박감이나 정서적 압박감이 높아지고 즐거움·의미·성장 동기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점점 더 큰 압박감을 느끼는 직원에게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편견을 버리고 성과 평가와 피드백을 할 수 있을까. 먼저 평가와 피드백에 앞서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긍정적 의도가 있다’는 코칭의 대전제를 피드백 노트에 적는다. 그런 다음 해당 직원의 잘못이라는 가정을 배제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3~4개 정도 찾아보는 것이다.

이후 질문하고 경청하고 새로운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때 일의 의미감을 높이는 질문과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하면 즐거움·의미·성장의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일의 의미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꼭 지켜야 할 워터라인을 만든 후 그 외에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만들어 주자. 그리고 수시로 동기를 자극하는 이야기와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솔직한 피드백도 수시로 해보자. 그러면 변화와 위기의 상황에서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조직, 더 높은 성과를 실현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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