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내부 출신 CEO' 구현모, KT의 새 역사 쓸까
입력 2020-01-14 13:31:10
수정 2020-01-14 13:31:10
-1987년 연구원으로 입사한 ‘전략통’…수년째 수익성 뒷걸음, 신사업·M&A 추진 ‘촉각’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6만 명의 직원들을 이끌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구현모 사장(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이 낙점됐다. ‘37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구 사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내부 승진’, ‘사장 직함’, ‘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구 사장은 12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33년 KT맨’이다. 구 사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회장이라는 직급 대신 사장이라는 직급을 받게 된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IPTV를 강화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론칭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임 CEO 앞에 놓인 미션은 만만치 않다. KT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실적 개선과 동시에 비통신 분야 강화라는 해묵은 과제도 여전하다.
◆직원들 의견 청취 즐기는 ‘소통형 리더’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회장 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고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고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 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KT 이사회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해 고객·주주·KT그룹 구성원들에게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후보자에게 이를 대표이사 경영 계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고 최종 후보자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구 사장에게 이사회가 요구한 계약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회장 대신 ‘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은 국민 기업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할 것을 후보자에게 제안했다. 또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췄다.
둘째로 만약 CEO의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KT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 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으로 낙하산 논란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KT가 민영화된 2002년 이후 내부 출신이 CEO에 오른 것은 남중수 전 KT 사장(2005~2008년 재임) 이후 12년 만이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 사장은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KT에서만 일해 온 정통 ‘KT맨’이다. KT 조직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즐기는 ‘소통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여론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전국KT대리점협회는 2019년 12월 27일 “구현모 후보자는 협의회가 출범과 함께 제시한 과거의 해묵은 대리점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즉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며 “구 후보가 오랜 시간 쌓아 온 유통의 풍부한 경험과 상생, 동반 성장의 철학으로 앞으로 KT를 이끌어 갈 CEO가 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4년생인 구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2014년 KT 비서실장, 2015년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2017년 KT 경영지원총괄 사장, 2018년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을 거쳤다. 구 사장의 이력 중에서 특히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낸 점이 눈에 띈다.
◆OTT 출범 이끌어…신성장 동력 발굴 집중할 것
구 사장은 심사 때부터 내부 인사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이는 구 사장이 이끈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이 지난해 선전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사업 부문은 크게 가상현실(VR)·OTT·IPTV 등으로 나눠져 있다. 커스터머 부문은 영업 전담 조직으로 영업 전략·실행과 함께 각 지역 영업을 담당하는 지역고객본부의 관리도 맡고 있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은 지난해 KT의 신기술 노하우를 집약한 OTT ‘시즌(Seezn)’을 론칭했다. 2019년 11월부터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시즌은 초고화질·초저지연·슈퍼사운드 등 타 OTT보다 한 발 앞선 시청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가입 요금제에 따른 화질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초고화질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5G를 활용해 스포츠 중계 지연 시간을 IPTV 대비 1초대로 단축했다. 이는 모바일 OTT 플랫폼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감정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을 선보인다. 개인 사용 이력이나 요일·시간대·날씨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시즌만의 추천 솔루션 ‘토핑엔진’으로 분석해 사용자에게 꼭 맞는 ‘초개인화’ 추천을 할 수 있다.
‘시즌’ 론칭 기자 간담회에서 구 사장은 “KT는 IPTV와 인공지능 TV에 이어 모바일 미디어에서도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2018년 말 뉴미디어사업단을 신설하고 1년간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다”며 “‘시즌’은 KT그룹의 미디어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물로 5G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차세대 모바일 미디어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 위한 ‘승부수’ 절실
IPTV에서는 ‘올레TV’의 활약이 돋보였다. 2019년 4월 올레TV의 가입자는 800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 11월 국내 최초 IPTV를 상용화한 후 10년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KT는 10년간 IPTV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하며 올레TV의 양적·질적 성장에 집중해 왔다.
미디어 부문의 성과를 기반으로 신임 CEO로 내정된 구 사장에겐 이제 KT의 ‘큰 그림’을 그릴 임무가 주어졌다. 일각에서는 구 사장의 성향과 통신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대대적 개혁보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구조 조정이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며 “신사업 추진과 인수·합병(M&A)에 초점을 맞춘 전략 설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구 사장은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M&A를 지휘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KT를 비롯한 통신업계의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는 5G와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지난해 KT를 비롯한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뤘다. 지난해 11월 기준 KT의 5G 가입자 수는 132만4376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0.4%를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KT는 5G 마케팅 비용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19년 3분기 KT의 매출액은 6조2137억원,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비용의 부담으로 영업이익의 감소가 전 분기 이어 계속된 것이다.
KT의 연간 영업이익도 2016년 1조4400억원에서 2017년 1조3573억원, 2018년 1조2184억원으로 감소해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1980억원으로 예상돼 여전히 실적이 반등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CEO에겐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거의 모든 기업이 AI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KT도 AI 사업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어디서나 AI와 함께하는 초지능 사회를 위해 ‘AI 전문 기업(AI Company)’으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했다.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AI 전문 인력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KT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5G와 AI의 시너지다. AI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5G로 초저지연 환경을 갖춘 다양한 B2B 플랫폼을 설계함으로써 향후 성장 축을 만들어야만 한다.
구 사장이 유료 방송 M&A에 나설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T는 현재 KT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1.31%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하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다만 현시점에서 섣불리 M&A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KT는 케이블 TV 3위인 ‘딜라이브’와 M&A를 검토해 왔지만 시장 점유율 33%를 넘기면 안 된다는 ‘합산 규제’에 따라 시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8년 6월 일몰된 합산 규제 법안에 대해 국회가 재도입 여부를 검토하면서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구 사장이 내부 승진함으로써 조직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KT는 인수위원회 가동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다. 3월 주주 총회를 통해 선임되지만 ‘구현모 체제’로의 변신이 보다 이른 시기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미 광화문 본사 밖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그곳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월 중순 단행될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로 구 사장이 이끌 ‘KT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6만 명의 직원들을 이끌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구현모 사장(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이 낙점됐다. ‘37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구 사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내부 승진’, ‘사장 직함’, ‘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구 사장은 12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33년 KT맨’이다. 구 사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회장이라는 직급 대신 사장이라는 직급을 받게 된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IPTV를 강화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론칭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임 CEO 앞에 놓인 미션은 만만치 않다. KT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실적 개선과 동시에 비통신 분야 강화라는 해묵은 과제도 여전하다.
◆직원들 의견 청취 즐기는 ‘소통형 리더’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회장 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고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고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 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KT 이사회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해 고객·주주·KT그룹 구성원들에게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후보자에게 이를 대표이사 경영 계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고 최종 후보자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구 사장에게 이사회가 요구한 계약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회장 대신 ‘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은 국민 기업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할 것을 후보자에게 제안했다. 또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췄다.
둘째로 만약 CEO의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KT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 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으로 낙하산 논란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KT가 민영화된 2002년 이후 내부 출신이 CEO에 오른 것은 남중수 전 KT 사장(2005~2008년 재임) 이후 12년 만이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 사장은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KT에서만 일해 온 정통 ‘KT맨’이다. KT 조직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즐기는 ‘소통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여론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전국KT대리점협회는 2019년 12월 27일 “구현모 후보자는 협의회가 출범과 함께 제시한 과거의 해묵은 대리점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즉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며 “구 후보가 오랜 시간 쌓아 온 유통의 풍부한 경험과 상생, 동반 성장의 철학으로 앞으로 KT를 이끌어 갈 CEO가 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4년생인 구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2014년 KT 비서실장, 2015년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2017년 KT 경영지원총괄 사장, 2018년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을 거쳤다. 구 사장의 이력 중에서 특히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낸 점이 눈에 띈다.
◆OTT 출범 이끌어…신성장 동력 발굴 집중할 것
구 사장은 심사 때부터 내부 인사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이는 구 사장이 이끈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이 지난해 선전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사업 부문은 크게 가상현실(VR)·OTT·IPTV 등으로 나눠져 있다. 커스터머 부문은 영업 전담 조직으로 영업 전략·실행과 함께 각 지역 영업을 담당하는 지역고객본부의 관리도 맡고 있다.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은 지난해 KT의 신기술 노하우를 집약한 OTT ‘시즌(Seezn)’을 론칭했다. 2019년 11월부터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시즌은 초고화질·초저지연·슈퍼사운드 등 타 OTT보다 한 발 앞선 시청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가입 요금제에 따른 화질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초고화질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5G를 활용해 스포츠 중계 지연 시간을 IPTV 대비 1초대로 단축했다. 이는 모바일 OTT 플랫폼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감정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을 선보인다. 개인 사용 이력이나 요일·시간대·날씨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시즌만의 추천 솔루션 ‘토핑엔진’으로 분석해 사용자에게 꼭 맞는 ‘초개인화’ 추천을 할 수 있다.
‘시즌’ 론칭 기자 간담회에서 구 사장은 “KT는 IPTV와 인공지능 TV에 이어 모바일 미디어에서도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2018년 말 뉴미디어사업단을 신설하고 1년간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다”며 “‘시즌’은 KT그룹의 미디어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물로 5G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차세대 모바일 미디어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 위한 ‘승부수’ 절실
IPTV에서는 ‘올레TV’의 활약이 돋보였다. 2019년 4월 올레TV의 가입자는 800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 11월 국내 최초 IPTV를 상용화한 후 10년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KT는 10년간 IPTV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하며 올레TV의 양적·질적 성장에 집중해 왔다.
미디어 부문의 성과를 기반으로 신임 CEO로 내정된 구 사장에겐 이제 KT의 ‘큰 그림’을 그릴 임무가 주어졌다. 일각에서는 구 사장의 성향과 통신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대대적 개혁보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구조 조정이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며 “신사업 추진과 인수·합병(M&A)에 초점을 맞춘 전략 설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구 사장은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M&A를 지휘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KT를 비롯한 통신업계의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는 5G와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지난해 KT를 비롯한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뤘다. 지난해 11월 기준 KT의 5G 가입자 수는 132만4376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0.4%를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KT는 5G 마케팅 비용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19년 3분기 KT의 매출액은 6조2137억원,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비용의 부담으로 영업이익의 감소가 전 분기 이어 계속된 것이다.
KT의 연간 영업이익도 2016년 1조4400억원에서 2017년 1조3573억원, 2018년 1조2184억원으로 감소해 왔다.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1980억원으로 예상돼 여전히 실적이 반등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CEO에겐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거의 모든 기업이 AI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KT도 AI 사업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어디서나 AI와 함께하는 초지능 사회를 위해 ‘AI 전문 기업(AI Company)’으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했다.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AI 전문 인력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KT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5G와 AI의 시너지다. AI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5G로 초저지연 환경을 갖춘 다양한 B2B 플랫폼을 설계함으로써 향후 성장 축을 만들어야만 한다.
구 사장이 유료 방송 M&A에 나설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T는 현재 KT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1.31%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하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다만 현시점에서 섣불리 M&A 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KT는 케이블 TV 3위인 ‘딜라이브’와 M&A를 검토해 왔지만 시장 점유율 33%를 넘기면 안 된다는 ‘합산 규제’에 따라 시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8년 6월 일몰된 합산 규제 법안에 대해 국회가 재도입 여부를 검토하면서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구 사장이 내부 승진함으로써 조직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KT는 인수위원회 가동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다. 3월 주주 총회를 통해 선임되지만 ‘구현모 체제’로의 변신이 보다 이른 시기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미 광화문 본사 밖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그곳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월 중순 단행될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로 구 사장이 이끌 ‘KT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