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전환…무인화·먹거리 다양화 등 혁신 시도
[도쿄(일본) =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편의점 비즈니스가 기로에 섰다. 지금은 괜찮아도 전망은 불안하다. 이는 일본 업계 1위 세븐아이홀딩스의 2020년 2월기(2019년 3~8월) 결산에서 확인된다. 회사는 편의점(세븐일레븐), 종합 슈퍼(이토요카도), 백화점(소고·세부) 등 폭넓은 업태를 총괄한다.
이번 결산에서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소폭 늘었지만 광고 선전비 등 지출 축소 덕분이다. 사업 성장은 아닌 셈이다. 주력은 영업이익의 60%를 기록한 편의점이다. 나머지는 고전한다. 점포를 줄이고 파는 중이다. 그룹 전체로 3000명의 구조 조정도 단행했다.
그렇다고 편의점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포화 논쟁 속 출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객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영향력이 있는 회사지만 불안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모색이 절실한 배경이다. 1위가 이러한 상황인 만큼 그 밑은 불문가지다.
편의점은 일본 경제의 상징이다. 동시에 고민거리도 중첩된다. 편의점의 활로는 일본 경제의 부활과 통한다. 일종의 축소판이다. 지루한 성장(매출), 멈춰선 물가(임금), 줄어든 인구(직원·고객) 등 공통점이 많다. 24시간 언제든 풍부한 상품을 손쉽게 구하는 소매 모델은 고도 성장과 함께 성장해 갔다.
이런 편의점에 갈수록 두통거리가 부가된다. 수요는 수요대로, 공급은 공급대로 한계에 봉착한다. 최근엔 공급 측면의 이슈a가 사회 문제로 부각된다. 노동 강도는 세지는데 직원 부족과 임금 증가는 가속화된다. 현장의 비명소리가 높다. 업계로서는 신시대에 걸맞은 변신 압박 앞에 섰다.
◆일본 경제의 상징 ‘편의점’, 기로에 서다
눈앞의 당면 과제는 인력 부족이다. 인건비는 편의점 수익 악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다. 골칫거리답게 최근 5년간 도산·폐업 건수를 2배나 늘린 주요 악재다. 사람이 없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처럼 최저임금 인상 이슈도 뜨겁다. 일본 정부는 최저시급 1000엔(1만원)을 내걸었다. 임금 인상으로 디플레이션을 깨기 위해서다.
오너 점주의 불만은 상당하다. 경영 개선을 내세워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 최저 수입 보장부터 로열티 비율 조정,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소득 보전책이 거론된다. 사회 인프라로 정착되면서 정부를 향한 목소리도 높다. 아직은 저임금의 외국인·고령자·경단녀 등으로 버티지만 효율성은 낮다. 고객은 그대로인데 매장은 증가세다. 경쟁 격화다. 각 사가 추가 마진을 위해 생활 수요를 끌어안기 위해 새로운 제휴 아이템을 선보이는 이유다.
최근 ‘TV도쿄’는 특집 방송을 통해 기로에 선 편의점 비즈니스의 속내를 내보냈다. 세븐일레븐 가맹 점주가 24시간 영업 포기를 선언한 게 계기다. 업계 상위 3사의 점주 각 3명을 불러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이를 그대로 내보냈다.
그들의 이구동성은 ‘직원 부족’으로 요약된다. 정치권의 최저임금과 인구학의 노동 부족이 점포 운영의 걸림돌이란 시각이다. 나 홀로 혹은 가족 동원을 통한 장시간 근로 고충이 드러났다. 그 와중에 경쟁은 뜨겁다. 라이벌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은 물론 동일 상권의 같은 체인 점포까지 가세한다. 본부의 확대 노선 때문이다. 경영 압박에 휩싸인 체인 본부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그나마 편의점이 전체 수익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
◆로손이 점주들을 하와이로 초청한 이유
눈앞의 해결책은 인력 부족 해소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묘수 찾기에 나섰다. 가시적인 해법은 무인화다. 로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야간 무인화 점포 운영이란 실험을 시작했다.
2019년 8월 실험 점포에서 시작된 ‘스마트 점포’가 그렇다. 밤 12시부터 5시간에 걸쳐 매장 직원 없이 운영된다. 입구에서 얼굴 인증을 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의 QR코드, 사전 배포 입점 카드의 QR코드를 읽히면 문이 열린다. 결제는 셀프 계산대와 앱으로 처리된다. 조리식품·수납대행 등 직원 손길이 필요한 것은 판매하지 않는다. 방범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 10대 안팎의 카메라가 설치되지만 이곳은 29대를 배치했다. 다소 귀찮고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로손은 고무적이다. 야간에 손님이 적고 직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문을 닫으면 라이벌 점포에 손님을 빼앗긴다는 염려를 없앨 수 있다. 실험 성공은 곧 확대 적용으로 이어진다. 이에 앞서 패밀리마트도 파나소닉과 손잡고 차세대 편의점 무인화 실험에 나섰다.
먹거리를 둘러싼 실험도 한창이다. 편의점의 먹거리는 갈수록 강화된다. 식당 메뉴나 가정식을 대체할 만큼 선도·종류·가격의 제반 허들을 낮췄다.
전국 체인의 벤치마킹은 적극적이다. 지역 기반 특화 편의점의 상당수가 먹거리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연구 대상이다. 가령 후쿠이현에서 독자 서비스로 인기를 얻은 ‘오레보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고작 7개 점포에 불과하되 병설 주방에서 그때그때 내놓는 반찬과 도시락이 화제를 모았다. 종류만 70가지가 넘는다. 주방 음식의 특화 전략이다. 점포당 객단가는 상위 3사를 누르는 전국 1위다.
시스템도 독특하다. 일종의 ‘반찬 뷔폐’로 점심은 종류에 관계없이 g당 1.08엔(세금 불포함)을 받는다. 하루 평균 30종류가 나오는데 좋아하는 반찬을 신선하게 골라 양껏 먹을 수 있다. 주문하면 우동·카레 등 식사도 나온다. ‘편의점+식당’의 결합인 셈이다. 단골손님 탄생의 비결이다. 회사는 향후 아예 자동 계산 시스템을 도입해 접객 직원을 없애고 주방 인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먹거리 제품 판매의 최대 고민은 ‘식품 로스(loss)’다. 특유의 짧은 유통 기한 때문에 폐기 부담이 상당하다. 점포별로 많은 곳은 월 50만 엔(약 540만원) 상당의 식품을 버린다. 본점의 부담도 있지만 폐기 비용은 대부분 개별 점포의 몫이다. 줄이면 줄일수록 점포 마진은 높아진다. 이에 패밀리마트는 반찬 개혁에 주력한다.
120종류의 반찬을 모은 인기 시리즈 ‘오카상식당’은 패킹 방법을 개선해 유통 기한의 3일 연장에 성공했다. 길어진 시간 동안 매장 진열이 가능해 폐기 부담이 줄고 매출은 불어났다. 2019년 여름부터는 냉동식품에 주목했다. 냉동이면 유통 기한이 꽤 길어져 점주도 안심하고 발주한다. 냉동식품 판매 라인을 확충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도시락처럼 먹는 단품 요리의 냉동 전략도 열심이다. 쉽지는 않다. 얼리면 맛이 줄어들어서다. 혁신 실험이 반복되는 이유다.
인력 부족의 갈등은 체인 본부의 전략 수정으로 이어진다. 기존 점포의 불만을 잠재우지 않으면 추가 출점이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은 기존 점포의 만족을 증가시키기 위한 경영법에 돌입한다. 로손은 최근 10년 계약 기간을 끝낸 점주를 하와이로 초청해 이벤트를 열었다. 점포 현장과 체인 본부의 거리를 줄이고 이해를 높이는 차원이다.
편의점업계에 드리운 위기감은 ‘대출점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별 체인 모두 점포 관리에 사활을 건다. 점포당 이익 향상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이후 경영진의 현장 방문도 증가세다. 양적 경쟁을 이겨낼 질적 혁신은 결국 현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
[도쿄(일본) =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편의점 비즈니스가 기로에 섰다. 지금은 괜찮아도 전망은 불안하다. 이는 일본 업계 1위 세븐아이홀딩스의 2020년 2월기(2019년 3~8월) 결산에서 확인된다. 회사는 편의점(세븐일레븐), 종합 슈퍼(이토요카도), 백화점(소고·세부) 등 폭넓은 업태를 총괄한다.
이번 결산에서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소폭 늘었지만 광고 선전비 등 지출 축소 덕분이다. 사업 성장은 아닌 셈이다. 주력은 영업이익의 60%를 기록한 편의점이다. 나머지는 고전한다. 점포를 줄이고 파는 중이다. 그룹 전체로 3000명의 구조 조정도 단행했다.
그렇다고 편의점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포화 논쟁 속 출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객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영향력이 있는 회사지만 불안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모색이 절실한 배경이다. 1위가 이러한 상황인 만큼 그 밑은 불문가지다.
편의점은 일본 경제의 상징이다. 동시에 고민거리도 중첩된다. 편의점의 활로는 일본 경제의 부활과 통한다. 일종의 축소판이다. 지루한 성장(매출), 멈춰선 물가(임금), 줄어든 인구(직원·고객) 등 공통점이 많다. 24시간 언제든 풍부한 상품을 손쉽게 구하는 소매 모델은 고도 성장과 함께 성장해 갔다.
이런 편의점에 갈수록 두통거리가 부가된다. 수요는 수요대로, 공급은 공급대로 한계에 봉착한다. 최근엔 공급 측면의 이슈a가 사회 문제로 부각된다. 노동 강도는 세지는데 직원 부족과 임금 증가는 가속화된다. 현장의 비명소리가 높다. 업계로서는 신시대에 걸맞은 변신 압박 앞에 섰다.
◆일본 경제의 상징 ‘편의점’, 기로에 서다
눈앞의 당면 과제는 인력 부족이다. 인건비는 편의점 수익 악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다. 골칫거리답게 최근 5년간 도산·폐업 건수를 2배나 늘린 주요 악재다. 사람이 없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처럼 최저임금 인상 이슈도 뜨겁다. 일본 정부는 최저시급 1000엔(1만원)을 내걸었다. 임금 인상으로 디플레이션을 깨기 위해서다.
오너 점주의 불만은 상당하다. 경영 개선을 내세워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 최저 수입 보장부터 로열티 비율 조정,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소득 보전책이 거론된다. 사회 인프라로 정착되면서 정부를 향한 목소리도 높다. 아직은 저임금의 외국인·고령자·경단녀 등으로 버티지만 효율성은 낮다. 고객은 그대로인데 매장은 증가세다. 경쟁 격화다. 각 사가 추가 마진을 위해 생활 수요를 끌어안기 위해 새로운 제휴 아이템을 선보이는 이유다.
최근 ‘TV도쿄’는 특집 방송을 통해 기로에 선 편의점 비즈니스의 속내를 내보냈다. 세븐일레븐 가맹 점주가 24시간 영업 포기를 선언한 게 계기다. 업계 상위 3사의 점주 각 3명을 불러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이를 그대로 내보냈다.
그들의 이구동성은 ‘직원 부족’으로 요약된다. 정치권의 최저임금과 인구학의 노동 부족이 점포 운영의 걸림돌이란 시각이다. 나 홀로 혹은 가족 동원을 통한 장시간 근로 고충이 드러났다. 그 와중에 경쟁은 뜨겁다. 라이벌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은 물론 동일 상권의 같은 체인 점포까지 가세한다. 본부의 확대 노선 때문이다. 경영 압박에 휩싸인 체인 본부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그나마 편의점이 전체 수익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
◆로손이 점주들을 하와이로 초청한 이유
눈앞의 해결책은 인력 부족 해소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묘수 찾기에 나섰다. 가시적인 해법은 무인화다. 로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야간 무인화 점포 운영이란 실험을 시작했다.
2019년 8월 실험 점포에서 시작된 ‘스마트 점포’가 그렇다. 밤 12시부터 5시간에 걸쳐 매장 직원 없이 운영된다. 입구에서 얼굴 인증을 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의 QR코드, 사전 배포 입점 카드의 QR코드를 읽히면 문이 열린다. 결제는 셀프 계산대와 앱으로 처리된다. 조리식품·수납대행 등 직원 손길이 필요한 것은 판매하지 않는다. 방범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 10대 안팎의 카메라가 설치되지만 이곳은 29대를 배치했다. 다소 귀찮고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로손은 고무적이다. 야간에 손님이 적고 직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문을 닫으면 라이벌 점포에 손님을 빼앗긴다는 염려를 없앨 수 있다. 실험 성공은 곧 확대 적용으로 이어진다. 이에 앞서 패밀리마트도 파나소닉과 손잡고 차세대 편의점 무인화 실험에 나섰다.
먹거리를 둘러싼 실험도 한창이다. 편의점의 먹거리는 갈수록 강화된다. 식당 메뉴나 가정식을 대체할 만큼 선도·종류·가격의 제반 허들을 낮췄다.
전국 체인의 벤치마킹은 적극적이다. 지역 기반 특화 편의점의 상당수가 먹거리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연구 대상이다. 가령 후쿠이현에서 독자 서비스로 인기를 얻은 ‘오레보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고작 7개 점포에 불과하되 병설 주방에서 그때그때 내놓는 반찬과 도시락이 화제를 모았다. 종류만 70가지가 넘는다. 주방 음식의 특화 전략이다. 점포당 객단가는 상위 3사를 누르는 전국 1위다.
시스템도 독특하다. 일종의 ‘반찬 뷔폐’로 점심은 종류에 관계없이 g당 1.08엔(세금 불포함)을 받는다. 하루 평균 30종류가 나오는데 좋아하는 반찬을 신선하게 골라 양껏 먹을 수 있다. 주문하면 우동·카레 등 식사도 나온다. ‘편의점+식당’의 결합인 셈이다. 단골손님 탄생의 비결이다. 회사는 향후 아예 자동 계산 시스템을 도입해 접객 직원을 없애고 주방 인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먹거리 제품 판매의 최대 고민은 ‘식품 로스(loss)’다. 특유의 짧은 유통 기한 때문에 폐기 부담이 상당하다. 점포별로 많은 곳은 월 50만 엔(약 540만원) 상당의 식품을 버린다. 본점의 부담도 있지만 폐기 비용은 대부분 개별 점포의 몫이다. 줄이면 줄일수록 점포 마진은 높아진다. 이에 패밀리마트는 반찬 개혁에 주력한다.
120종류의 반찬을 모은 인기 시리즈 ‘오카상식당’은 패킹 방법을 개선해 유통 기한의 3일 연장에 성공했다. 길어진 시간 동안 매장 진열이 가능해 폐기 부담이 줄고 매출은 불어났다. 2019년 여름부터는 냉동식품에 주목했다. 냉동이면 유통 기한이 꽤 길어져 점주도 안심하고 발주한다. 냉동식품 판매 라인을 확충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도시락처럼 먹는 단품 요리의 냉동 전략도 열심이다. 쉽지는 않다. 얼리면 맛이 줄어들어서다. 혁신 실험이 반복되는 이유다.
인력 부족의 갈등은 체인 본부의 전략 수정으로 이어진다. 기존 점포의 불만을 잠재우지 않으면 추가 출점이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은 기존 점포의 만족을 증가시키기 위한 경영법에 돌입한다. 로손은 최근 10년 계약 기간을 끝낸 점주를 하와이로 초청해 이벤트를 열었다. 점포 현장과 체인 본부의 거리를 줄이고 이해를 높이는 차원이다.
편의점업계에 드리운 위기감은 ‘대출점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별 체인 모두 점포 관리에 사활을 건다. 점포당 이익 향상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이후 경영진의 현장 방문도 증가세다. 양적 경쟁을 이겨낼 질적 혁신은 결국 현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