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의 경제돋보기] 중국 15억 인구의 ‘달콤한 마력’

[경제 돋보기]



[곽수종 한국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어릴 적 자주 부르던 동요에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라는 노랫말이 있다. 어느 생명체나 지구상에 살고 있다면 수분을 취하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다.

더구나 육지 생물들에게 바닷물을 마신다는 것은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줄 뿐이다. 경제라는 인간들의 행위 체계는 인구의 수가 어떤 면에선 절대적일 수 있다.

인구는 시장의 크기, 즉 규모의 경제를 정의한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보완적 정의다. 사람이 많으면 여러 가지 경제행위가 발생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후자는 범위의 경제를 말한다.

기업은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파악해 다양한 마케팅과 광고 전략을 통해 소위 선택과 집중의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를 굳이 경제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밀도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경제행위의 테제들은 본질적으로 인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도 경제학의 근본 원리는 인구동태학 연구에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상의 노멀을 두고 벌이는 ‘용쟁호투’는 아직도 전초전이다. 중국이 믿는 것 중 하나는 ‘중국 시장 규모가 인구 15억’이라는 것이다.

이미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중국의 15억 시장이 불러오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와 밀도 경제를 맛본 이상 이를 대체할 시장과 수요 시장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그렇다.

미국이 생각하는 것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이는 전술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인 듯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기준 12조 달러 정도, 미국은 18조 달러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무역 불균형으로 관세를 25% 부과한다지만 변죽이다.

실제는 미래 기술이고 기축통화 지위에 있다. 이를 두고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고 ‘황인종과 백인종 간의 인종 다툼’으로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1839년부터 1860년까지 벌어진 아편전쟁은 당시 청대에 세계 기축통화였던 ‘은’이 중국에 대거 흘러들어가고 더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다. 서구 열강들은 앞다퉈 은을 채굴해 중국의 비단·차·도자기 등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 시대가 더욱 전파된 원인이고 인류 문명사적으로 인구 이동이 빠르고 깊게 이뤄지면서 고대 석기·청동기·철기시대 때 이뤄졌던 인구 이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종교·도덕·자본·전쟁·철학·시장·신분 계급의 갈등을 비롯한 사회적 문명사 변화와 함께 과학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전이 산업혁명의 확산과 동행한 셈이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은 긍정과 부정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을 것이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이긴다 혹은 중국이 이긴다’는 논쟁이다. 누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경제는 이런 변화의 본질과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21세기 후기 문명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냐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계산하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공존 공생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이제 마치 넓은 호수나 담수화 같은 경제가 돼버렸다.

시장의 크기와 범위의 경제가 가지는 단맛을 알아버렸는데 과연 미국이 중국을 극할까, 공생할까. 답은 역사의 반복에서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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