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승부수❸ - SK]-SK텔레콤, ‘SK하이퍼커넥터’로 사명 변경 검토…최태원 회장 “기존 이름으론 근본적 변화 힘들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그룹은 2012년부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사별 독립 경영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를 기조로 위원회가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면서 각 관계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2015년 최태원 SK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K그룹을 잘 이끌어 온 만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SK의 주요 관계사들 역시 ‘따로 또 같이’의 기조를 이어 간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핵심 관계사는 기존 사업 영역인 통신·반도체·석유화학의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구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모빌리티 등을 기반으로 그룹 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전 관계사가 힘을 모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그린(Green)·테크놀로지(Technology)·글로벌(Global)이라는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향을 토대로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사내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성장 비즈니스이자 대표적 그린 비즈니스인 배터리와 소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CT 복합 기업’으로 진화하는 SK텔레콤
또 배터리 사업 역량을 활용해 미래 산업인 전기차 외에 다양한 산업처를 발굴하는 ‘비욘드 EV 배터리’ 영역에서도 성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우선 배터리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밸류 체인의 전 과정을 플랫폼화하는 BaaS (Battery as a Service)를 새로운 영역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신년 화두는 ‘정보통신기술(ICT) 복합 기업’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월 2일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이동통신과 신사업을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이동통신과 신사업 부문을 철저하게 나누는 ‘이중 운영체제(듀얼 OS)’를 도입했다. 이동통신·미디어·보안·커머스 등 기존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은 물론 AI·모빌리티·광고·데이터 등 신규 사업도 성장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통신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5G를 통한 혁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호 사장은 “5G를 기반으로 글로벌 거대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초협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무역 분쟁의 후유증과 신규 경쟁자 진입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된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1월 2일 열린 2020년 SK하이닉스 신년회에서 “불확실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 힘은 가격”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낸드플래시 기반 솔루션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판매를 확대하며 생산성과 수율 향상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사명 변경으로 이어지는 ‘딥체인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C 등 주요 관계사들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 공동 부스를 마련했다. SK그룹이 CES를 통해 제시한 신성장 동력은 ‘미래 모빌리티’다. 전시장 면적도 전년 대비 8배 확대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자동차로 각광 받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기술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CES에서 배터리 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전기차용 친환경 윤활유 제품, 자동차 내장재와 범퍼 등 경량화 소재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5G 기반 모빌리티와 미디어 서비스에 투자 중이다. CES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 중인 자동차에 탑재될 차랑용 인포테인먼트, 차세대 라이더, AI 기반 HD맵 라이브 업데이트 기술과 함께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반 고화질 TV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세상’을 그린다. SK하이닉스는 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오토모티브(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5G 등 6개 사업 분야에 사용되는 D램·낸드플래시·이미지 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였다.
SKC는 모빌리티 고부가·고기능 특수 소재에 투자를 지속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얇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배터리 음극 소재 동박을 비롯해 자동차 케이블·배터리 버스바 등에 쓰여 미래 자동차 경량화를 가능하게 할 PCT 필름을 선보였다.
SK그룹 관계사의 CES 참가에서 눈여겨볼 점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모두 CES에 참여하는 유일한 국내 화학 기업이자 통신 기업이라는 점이다. CES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다. 화학사나 통신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CES라는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이는 최근 SK가 지향하는 그룹의 미래 모델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관계사의 주력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최태원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딥 체인지’의 연장선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관계사 사명 변경도 이를 시사한다. 지난해 8월 경기 이천 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기업 이름으로 ○○에너지·○○화학 등을 쓰게 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호 사장은 1월 8일 CES 2020에서 SK텔레콤의 사명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 내부에서 논의 중인 사명은 ‘SK하이퍼커넥터’다. 이는 SK텔레콤이 통신 분야 외에도 보안(ADT캡스), 미디어(브로드밴드), 11번가(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현재 SK텔레콤의 통신 매출 비율이 60%다. 향후 뉴 ICT가 성장한다면 매출액이 비슷해질 것이고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 변경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신약으로 美 공략 나선다
SK는 ‘따로 또 같이’ 원칙을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국영 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응웬 총리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ICT·에너지·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민·관 협력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8년 9월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경영진의 전방위적 활동을 바탕으로 현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SK그룹 관계사들은 ‘따로 또 같이’ 전략에 따라 동남아 시장에 투자 플랫폼을 함께 마련했다. 2018년 8월 SK(주)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E&S·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SK동남아투자법인’을 공동 설립했다.
각 관계사들은 각자의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해외 투자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연간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약 112만㎡(약 34만 평)의 부지에 건설 중인 이 공장은 2021년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2022년 초 양산 공급에 들어간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1차 투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SK의 밤’ 행사에서 “사업이 잘되면 50억 달러(약 6조원)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6000명 채용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미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도이치텔레콤·싱클레어 등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과 협력을 맺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사장은 “올해 CES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G MEC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논의했다”며 “향후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과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를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엑스코프리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혁신 신약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국내 최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승인을 토대로 뇌전증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분야 질환에서 신약 발굴과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서의 초석을 세웠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돋보기
다보스 포럼에 선 최태원 회장…‘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화 주도
최태원 SK 회장은 1월 23일 열린 세계경제포럼(이하 다보스포럼) 공식 세션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을 고도화해 이해관계인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의 목표와 시스템을 주주에서 이해관계인으로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듯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성과를 키워 나가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측정 기법을 확보해야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는 자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을 개발한 뒤 2014년 사회적 기업, 2018년부터 SK 관계사를 대상으로 적용해 왔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측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 4대 회계 법인,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비영리 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만들기도 했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후 이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를 시행 중이다. 그 결과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증가 속도가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20%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구성원을 포함해 사회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 경영’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임직원들을 만나 행복에 대해 논하는 ‘행복 토크’를 100회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100회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 행복과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지 결정하면 행복 증진의 효율성과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그룹은 2012년부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사별 독립 경영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를 기조로 위원회가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면서 각 관계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2015년 최태원 SK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K그룹을 잘 이끌어 온 만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SK의 주요 관계사들 역시 ‘따로 또 같이’의 기조를 이어 간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핵심 관계사는 기존 사업 영역인 통신·반도체·석유화학의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구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모빌리티 등을 기반으로 그룹 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전 관계사가 힘을 모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그린(Green)·테크놀로지(Technology)·글로벌(Global)이라는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향을 토대로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사내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성장 비즈니스이자 대표적 그린 비즈니스인 배터리와 소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CT 복합 기업’으로 진화하는 SK텔레콤
또 배터리 사업 역량을 활용해 미래 산업인 전기차 외에 다양한 산업처를 발굴하는 ‘비욘드 EV 배터리’ 영역에서도 성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우선 배터리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밸류 체인의 전 과정을 플랫폼화하는 BaaS (Battery as a Service)를 새로운 영역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신년 화두는 ‘정보통신기술(ICT) 복합 기업’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월 2일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이동통신과 신사업을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이동통신과 신사업 부문을 철저하게 나누는 ‘이중 운영체제(듀얼 OS)’를 도입했다. 이동통신·미디어·보안·커머스 등 기존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은 물론 AI·모빌리티·광고·데이터 등 신규 사업도 성장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통신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5G를 통한 혁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호 사장은 “5G를 기반으로 글로벌 거대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초협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무역 분쟁의 후유증과 신규 경쟁자 진입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된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1월 2일 열린 2020년 SK하이닉스 신년회에서 “불확실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 힘은 가격”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낸드플래시 기반 솔루션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판매를 확대하며 생산성과 수율 향상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사명 변경으로 이어지는 ‘딥체인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C 등 주요 관계사들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 공동 부스를 마련했다. SK그룹이 CES를 통해 제시한 신성장 동력은 ‘미래 모빌리티’다. 전시장 면적도 전년 대비 8배 확대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자동차로 각광 받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기술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CES에서 배터리 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전기차용 친환경 윤활유 제품, 자동차 내장재와 범퍼 등 경량화 소재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5G 기반 모빌리티와 미디어 서비스에 투자 중이다. CES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 중인 자동차에 탑재될 차랑용 인포테인먼트, 차세대 라이더, AI 기반 HD맵 라이브 업데이트 기술과 함께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반 고화질 TV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세상’을 그린다. SK하이닉스는 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오토모티브(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5G 등 6개 사업 분야에 사용되는 D램·낸드플래시·이미지 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였다.
SKC는 모빌리티 고부가·고기능 특수 소재에 투자를 지속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얇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배터리 음극 소재 동박을 비롯해 자동차 케이블·배터리 버스바 등에 쓰여 미래 자동차 경량화를 가능하게 할 PCT 필름을 선보였다.
SK그룹 관계사의 CES 참가에서 눈여겨볼 점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모두 CES에 참여하는 유일한 국내 화학 기업이자 통신 기업이라는 점이다. CES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다. 화학사나 통신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CES라는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이는 최근 SK가 지향하는 그룹의 미래 모델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관계사의 주력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최태원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딥 체인지’의 연장선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관계사 사명 변경도 이를 시사한다. 지난해 8월 경기 이천 포럼에 참석한 최 회장은 “기업 이름으로 ○○에너지·○○화학 등을 쓰게 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호 사장은 1월 8일 CES 2020에서 SK텔레콤의 사명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 내부에서 논의 중인 사명은 ‘SK하이퍼커넥터’다. 이는 SK텔레콤이 통신 분야 외에도 보안(ADT캡스), 미디어(브로드밴드), 11번가(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현재 SK텔레콤의 통신 매출 비율이 60%다. 향후 뉴 ICT가 성장한다면 매출액이 비슷해질 것이고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 변경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신약으로 美 공략 나선다
SK는 ‘따로 또 같이’ 원칙을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국영 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응웬 총리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ICT·에너지·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민·관 협력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8년 9월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경영진의 전방위적 활동을 바탕으로 현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SK그룹 관계사들은 ‘따로 또 같이’ 전략에 따라 동남아 시장에 투자 플랫폼을 함께 마련했다. 2018년 8월 SK(주)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E&S·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SK동남아투자법인’을 공동 설립했다.
각 관계사들은 각자의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해외 투자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연간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약 112만㎡(약 34만 평)의 부지에 건설 중인 이 공장은 2021년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2022년 초 양산 공급에 들어간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1차 투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SK의 밤’ 행사에서 “사업이 잘되면 50억 달러(약 6조원)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6000명 채용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미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도이치텔레콤·싱클레어 등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과 협력을 맺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사장은 “올해 CES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G MEC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논의했다”며 “향후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과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를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엑스코프리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혁신 신약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국내 최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승인을 토대로 뇌전증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분야 질환에서 신약 발굴과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서의 초석을 세웠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돋보기
다보스 포럼에 선 최태원 회장…‘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화 주도
최태원 SK 회장은 1월 23일 열린 세계경제포럼(이하 다보스포럼) 공식 세션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을 고도화해 이해관계인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의 목표와 시스템을 주주에서 이해관계인으로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듯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성과를 키워 나가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측정 기법을 확보해야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는 자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을 개발한 뒤 2014년 사회적 기업, 2018년부터 SK 관계사를 대상으로 적용해 왔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측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 4대 회계 법인,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비영리 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만들기도 했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후 이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를 시행 중이다. 그 결과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증가 속도가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20%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구성원을 포함해 사회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 경영’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임직원들을 만나 행복에 대해 논하는 ‘행복 토크’를 100회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100회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 행복과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지 결정하면 행복 증진의 효율성과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