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증권업 판 바꾸나…‘카카오페이증권’ 출범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페이증권, 20~30대 카톡 사용자 타깃
-송금 기반 핀테크 업체 ‘토스’도 증권업 진출 추진
-“IB·자산 관리 못 키우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카카오가 증권업 진출에 성공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최근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금융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하는 ‘빅테크’가 증권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의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꿨다. 카카오에 이어 송금 기반의 핀테크 업체인 토스도 조만간 ‘토스증권’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금융 투자업계는 이들 빅테크가 막강한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 허가




금융위원회는 2월 5일 정례 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승인했다.

금융위는 “지배 구조 법령상 승인 요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가 재무 건전성, 부채비율,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등 법령상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걸림돌이 돼왔던 대주주(김범수 카카오 의장) 관련 형사 소송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 내용과 법원의 1·2심 판결 내용을 볼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하고 지난해 4월 금융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김범수 의장이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 기소되면서 심사가 중단됐지만 지난해 5월 1심에 이어 11월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면서 심사가 재개됐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은 기관투자가 간 채권 중개와 펀드 판매 등을 하는 소형 증권사다. 2018년 기준 영업수익 631억원, 순이익 121억원을 올렸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위의 승인 이튿날 바로투자증권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영 총괄과 신설된 리테일 사업 부문은 김대홍 대표가 이끈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미래에셋증권 설립 멤버 출신으로 카카오페이 부사장을 지냈다. 기존 기업금융 사업 부문은 윤기정 대표가 맡는다. 윤 대표는 동서증권과 교보증권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바로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날 3000만 명 이상의 카카오페이 가입자를 증권 서비스로 편입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았다. 기존 충전식 선불 전자 지급 수단인 카카오페이머니를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로 옮긴 사용자에게 최대 연 5%의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5월 31일까지 매주 평균 보유액 1만1~100만원 구간에 대해 연 5%(세전)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막강한 ‘가입자 파워’를 보유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에 따른 파급 효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은 물론 채권·펀드 등의 투자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등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이도 소액으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등 기존 증권사와 다른 특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머니 계좌를 기존 바로투자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동해 국내외 주식 등을 사고팔 수 있는 트레이딩 시스템을 출시하기 위한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며 “향후 CMA 계좌를 바탕으로 일반 은행보다 높은 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는 수신 업무가 가능하고 일정 규모의 수신이 쌓이면 여신 업무(대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증권은 모바일 기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며 “카카오가 강점을 지닌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이익 대부분은 IB와 WM에서 나와

업계는 10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가 증권업 진출을 추진 중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토스는 지난해 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환우선주(CPS)로 바꾸는 작업을 마쳤다. 토스증권 출범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 1위 핀테크 전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성장한 토스 플랫폼을 주식·채권 투자로 연계한다는 목표다.

이민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위에 신규 증권업 예비 인가를 신청한 토스는 이르면 3~4월께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빅테크들은 모바일 특화 증권사를 목표로 송금 수수료 축소, 이자 지급 시스템 구축, 자체 금융 상품 판매 등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포화 상태에 달한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자리를 잡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 등은 우선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 매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해 위탁 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며 “최근 증권사 이익의 대부분이 위탁 매매가 아닌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나온다는 것도 신규 사업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등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주식 투자자들은 주거래 증권사를 바꾸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것은 물론 HTS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트레이딩 시스템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20~30대에게는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겠지만 당장 업계를 뒤흔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밀리는 자본 규모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의 최대 주주가 적자 상태인 카카오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카카오페이증권에 대한 증자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빌려줄 자본을 확보하는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3호(2020.02.10 ~ 2020.02.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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