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용 센터장 “불확실성 커진 증시…배트 짧게 잡고 단타 노려야”
입력 2020-02-11 10:56:51
수정 2020-02-11 10:56:51
[인터뷰]
-“우한 폐렴·미국 대선 등 변수 있지만 증시 상승 여력 충분”
-“전통 산업보다 성장성 있는 신산업에 기회 있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9년 만에 리서치센터장을 교체했다. 윤창용(43) 애널리스트가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이끄는 새 주인공이다. 그는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함께 업계 최연소 센터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윤 센터장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두 번씩 진행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거시경제·금리 부문을 16회 연속 석권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윤 센터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리서치센터가 비용이 많이 드는 부서로 인식되면서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곳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서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에 합류한 지 9년 만에 센터장이 됐습니다.
“애널리스트로 현장에서 뛰다가 막상 관리하는 자리에 앉게 되니 만만치 않네요.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동료였던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어색합니다.
하지만 실무와 관리를 병행할 계획인 만큼 분명 그에 따른 시너지가 있을 겁니다. 기존 주식과 채권, 고객 중심의 리서치에서 벗어나 산업과 기업, 국내와 국외,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 간 벽을 허무는 등 리서치의 역할을 더욱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 증시에 악재가 되고 있습니다.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2~3% 내외로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에 비해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글로벌 금융 시장에 변동성을 주고 있는 상황이죠.
향후 전파 범위와 속도 등에 따라 실물 경제에도 일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바이러스 확산 정도와 기간, 백신 개발 가능성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이슈가 2월 안에 마무리된다면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고 증시도 기간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장기화한다면 펀더멘털 악화는 물론 증시의 추세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특히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완성차 업종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2월 중순이 고비가 될 겁니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지난 1월 말 영국이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한 가운데 연말까지 영국과 EU 간 기존 관세 동맹 등에 대한 미래 관계 협상 과정이 남아 있어요. 기존에는 영국이 오는 7월까지 미래 관계 협상 기간을 2년 더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하면서 이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죠.
당장 현재로서는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글로벌 경제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영국이 하반기에 기존 금융 동맹이나 관세 동맹에서도 탈퇴한다고 하면 유럽발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11월 3일 열릴 미국 대선도 변수입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친기업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을 옹호하기 때문이죠.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겁니다. 워런 의원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반독점 법규를 위반했다며 이들 기업을 해체하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낮춰 놓았던 법인세도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기업·반월가 성향이 뚜렷하죠.
7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5·6월께 중부 지역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이때 워런 의원의 승리가 유력해진다면 미국발 리스크가 불거질 우려가 높습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전망 어떻습니까.
“앞서 언급한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은 최근 2년간 다소 가라앉은 측면이 있었던 반면 지난해 말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미·중 1차 무역 협상이 마무리됐고 통화 정책 등에 대한 글로벌 공조도 이뤄지고 있어요. 5G(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투자 확대 등으로 글로벌 경기의 순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증시의 주도주 역할이 이어지는 가운데 5G 투자에 따른 IT 하드웨어 중심의 신흥국 증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대만·중국이 대표적이죠. 펀더멘털 측면에서 올해 글로벌 증시는 나빠진다기보다 상승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어떤 업종이 증시를 이끌어 갈까요.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쪽이 5G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이다 보니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어요. 환경 이슈 부각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나 인구 고령화의 수혜주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IT 성장주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겁니다. 중국 내수주는 우한 폐렴이라는 다소 불확실한 요인이 있긴 하지만 기타 성장주 등에서는 그다지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미·중 무역 갈등 완화와 함께 부채 축소를 위한 저금리 기조, 금융 시장 개방 강화 등을 고려하면 중국 증시 환경 또한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어떨까요.
“2000~2400을 형성할 것으로 봅니다. 우한 폐렴 이슈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위기 이후의 최근 사이클을 보면 2년간 주가가 빠졌다가 2년간 다시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던 만큼 내년까지는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2분기에 고점을 찍은 후 하반기 들어 약간의 조정 기간을 거치겠지만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다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한적이라면 5G 관련 투자가 더욱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증시 환경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황이죠.
다만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이익 전망치 개선세에 비해 다소 빨라 가격 부담이 높아진 것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국내 증시를 견인할 업종이 궁금합니다.
“글로벌 5G 투자 확대 등에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 주도주의 역할이 올해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우호적 환율 흐름과 제품 경쟁력 개선,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등을 고려해 현대차 등 자동차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2차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 업종 등을 유망하게 생각합니다. 바이오 업종에서는 최근 합병 이슈 등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환경이 양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반적 반등세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은 뭘까요.
“최근 주가의 흐름을 보면 등락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스크에 따라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만큼 예전처럼 특정 자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높게 가져가면서 장기 투자를 하던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목표 수익률을 보다 낮게 잡고 예상 수준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빠져나오는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거 국내 주식 시장을 이끌던 산업과 관련 종목에 매몰되기보다 성장 모멘텀을 지닌 신산업 관련 우량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3호(2020.02.10 ~ 2020.0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