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주, EU 탄소 배출 규제에 ‘반사이익’


[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주목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3위 간다




[한경비즈니스=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2019 하반기 자동차·타이어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 자동차 산업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를 강행했다. 이 규제를 통한 산업의 헤게모니 전환은 역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업체 간 기업 가치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지난해 가을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이미 수차례 예고해 왔던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 도입과 과징금 부과 정책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책은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업체에 일괄 적용된다.

각 업체의 연간 총 판매 모델의 가중 평균 km당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각각의 목표 기준 배출량(km당 95g+0.033×(판매 차량 평균 무게-1379.88))과의 차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영국 자동차 산업 전망 기관인 자토(JATO)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연간 기준 합산 과징금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국·미국·일본·유럽의 자동차 산업 주요 13개 업체 합산 순이익 약 90조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과징금 산정 방법은 실제 탄소 배출량과 기준 탄소 배출량의 격차당 95유로(약 12만원)를 부과하고 여기에 연간 유럽 내 총 판매 대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낮은 친환경차 판매 경쟁력이 떨어질 때 유럽 내 판매량이 많은 업체는 극단적 이익 훼손과 기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산업 전반의 이익 훼손을 야기할 이 같은 규제의 우려로 전방위적 투자자 이탈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자동차 업종은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높은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기업 가치가 여전히 하향세다.

◆현대차, 테슬라와 함께 ‘과징금 리스크’ 제로

반면 과징금을 내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경쟁력 있는 업체는 테슬라·현대차그룹·도요타 등 세 회사다. 유럽 시장 내 가파른 판매 성장을 기록 중인 테슬라는 자토 추정 약 4조원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과의 풀링 계약(외화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방식)에 따른 로열티 수익이 기대되며 최근 한 달 동안 60%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 출시로 주요 글로벌 평가 기관의 ‘2019년 올해의 전기차’를 독식한 현대·기아차 또한 기존 완성차 업체 중 거의 유일한 경쟁력 있는 전기차 생산 업체로 인정받으며 20%에 가까운 주가 상승을 기록 중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HEV·PHEV) 중심 판매 포트폴리오를 통해 과징금 부과 우려가 제한적이지만 순수 전기차(EV) 모델이 현재 존재하지 않아 향후 강화될 규제 환경에서의 부담이 공존하며 1월 한 달 동안 2~3%의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같은 기간 르노 마이너스 18%, BMW 마이너스 14%, 다임러 마이너스 12%, 폭스바겐 마이너스 8%, 닛산 마이너스 8% 등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기업 가치가 조정된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상 가장 큰 지각변동이 시작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업체별 기업 가치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출시해 새로운 성장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와 이를 통해 과징금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따라 큰 폭의 격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력 있는 내연기관 시장에서의 신차 사이클이 도래함과 동시에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인(2019년 5위→2020년 3위 예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기업 가치 개선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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