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집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3-03 09:43:42
수정 2020-03-03 09:43:42
-‘모델3’ 생산량 안정화되며 주가 급상승…중국 시장 개척·생산량 확대는 남은 숙제
[뉴욕(미국) = 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 “테슬라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비해 전자 기술 측면에서 6년 앞서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리뷰는 2월 17일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의 자동차 기술자들이 테슬라의 모델3를 분해해 본 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만들 수 없다”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모델3 등 테슬라 전기차엔 ‘하드웨어3’라고 불리는 통합 중앙 제어 모듈이 들어 있다. 인공지능(AI) 칩 2개가 들어간 일종의 컴퓨터로, ‘오토파일럿’이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고 인포테인먼트와 배터리 관리 등 차량을 전반적으로 관할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일본 기술자들이 지적한 것은 공급망이었다. 도요타가 이런 중앙 처리 모듈을 개발해 탑재하면 수백 개 협력사로 짜인 현재의 공급망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엔 엔진·자동변속기·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 등 부품마다 따로 전자 제어장치(ECU)가 탑재되는 데 이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닛케이비즈니스리뷰는 “테슬라의 이런 내재화 전략이 성공하면 경쟁사는 따라가야 할 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진다”며 “기존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한 테슬라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모델과 공급망까지 대체해야 한다”고 추격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부도설까지 휩싸였던 테슬라 살린 ‘모델3’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작년 말 주당 300달러(약 36만5000원)대이던 주가는 지난 2월 4일 장중 968.99달러(약 118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약 182조5000억원)를 훌쩍 넘었다. 시가총액에서 2위 독일 폭스바겐(약 1000억 달러)을 훌쩍 제쳤을 뿐만 아니라 세계 1위 일본 도요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미국 시장에 안착한데 이어 올 초 판매를 시작한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집을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전망은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암울했다. 양산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2017년 7월 생산에 돌입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이른바 ‘제조 지옥’에 빠져 1년 이상 생산량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처음으로 연간 50만 대 이상을 만들려다 보니 생산 공정 병목 등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친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2017년 말까지 주당 5000대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8년 1분기까지 주당 1000대 미만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회사가 가진 현금이 증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테슬라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작년 5월 673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포드의 3배에 달했다. 주가는 작년 6월 초 178달러(약 21만6000원)대까지 내려갔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월가의 증권사 번스타인은 “모델3가 성공하지 못하면 테슬라는 ‘패닉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 정부 보조금이 2018년 6월부터 일몰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건설하던 중국 공장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델3 생산이 제 궤도를 찾으면서 분기당 10만 대 생산에 바짝 다가섰고 제조비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1분기 6만3000대에 그쳤던 분기 판매량은 3분기 9만7200대에 이어 4분기 11만2000대까지 증가했다. 테슬라는 3분기 매출액 63억 달러, 영업이익 1억4300달러를 올렸고 4분기에는 매출액 73억8000만 달러, 영업이익 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1월엔 중국 상하이 공장이 완공돼 모델3 생산에 돌입했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차량 값을 10% 인하하자 중국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국 언론은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다 죽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다만 1월 말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이 폐쇄되면서 판매가 예상처럼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폭스바겐처럼 팔고 애플처럼 남겨야”
테슬라는 유럽의 자동차 강국에 독일에도 진출해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완공해 그동안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던 유럽 시장에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계획이다.
올여름 출시될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모델Y는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15마일(507km)에 달해 경쟁사 전기차보다 100km 가까이 길다.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형은 3만9000달러에 판매된다.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바이턴의 다니엘 키르헤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테슬라가 올해 모델Y를 내놓는데 보급형 SUV 세그먼트는 기존 세단보다 훨씬 판매량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모델Y도 중국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15만 대 규모인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빠르게 연간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의 주가 폭등에는 실적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다. 그동안 테슬라 주식은 공매도를 일삼는 월가 헤지펀드들의 가장 큰 타깃이었다. 리서치 업체 S3에 따르면 1월 말까지도 시장 유통 주식의 약 17%(2632만 주)가 공매도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헤지펀드들은 하루 최대 수십억 달러씩 손실을 봤다. 이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갚는 ‘쇼트 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주가 급등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S3는 공매도 세력이 지난 7주간 12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테슬라 주식이 지수에 포함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인덱스 펀드들은 테슬라 주식을 그 비율만큼 담아야 한다. 테슬라가 만약 흑자 기조를 12개월간 이어 가면 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될 수 있다.
테슬라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25~40세)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이기도 하다. 통상 제너럴모터스(GM)·제너럴일렉트릭(GE)·월마트·프록터앤드갬블(P&G) 등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식으로, 테슬라·애플·아마존·비욘드미트 등은 밀레니얼 세대 주식으로 꼽힌다.
최근 밀레니얼들이 테슬라 매수에 뛰어들면서 주가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테슬라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온라인 금융 플랫폼인 소파이(SoFi)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으로 올라섰다. 또 밀레니얼이 주로 쓰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에는 테슬라 주주가 연초 12만 명에서 최근 17만 명까지 늘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테슬라를 삐딱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델3 생산과 판매가 안정화되고 이익이 흑자 전환하자 잇달아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34.07달러였던 월가의 평균 목표 주가는 1월 478.77달러까지 올랐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5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목표 주가를 10달러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하지만 최근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 목표 주가를 1200달러로 수정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강세장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400만 대를 생산하고 영업 마진은 12%를 기록할 것이라는데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는 2030년 판매량 220만 대와 10%대의 영업 마진을 올리는 것으로, 그러면 목표 주가는 5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 주가보다 크게 낮다.
테슬라 강세론자들은 몇 년 내 주가가 수천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 대주주인 아크인베스트는 목표 주가가 7000달러라고 밝혔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 론 배런은 “10년 내 테슬라 매출액이 1조 달러를 넘고 이후에도 끝이 아니라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강세론자들은 테슬라가 향후 급성장할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0만 대 판매를 시작으로 매년 30%씩 판매량이 늘어나면 2025년에 186만 대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전기차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기업인 만큼 월가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투자 흐름에 적합하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테슬라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를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모델Y와 사이버트럭 등도 제때 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5년 내에 200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맞추고 이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 해 이익의 80배가 넘는 주가를 정당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포드와 도요타가 각각 7배, 9배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
가치 평가 전문가인 어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테슬라가 폭스바겐처럼 팔고 애플처럼 남겨야 현재 주가 수준에 걸맞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00만 대를 팔았지만 테슬라는 36만7500대에 불과하다. 또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을 35~39%에 달하지만 테슬라의 작년 매출총이익률은 17%에 그친다. 게다가 테슬라는 연간 기준 흑자를 낸 적조차 없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
[뉴욕(미국) = 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 “테슬라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비해 전자 기술 측면에서 6년 앞서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리뷰는 2월 17일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의 자동차 기술자들이 테슬라의 모델3를 분해해 본 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만들 수 없다”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모델3 등 테슬라 전기차엔 ‘하드웨어3’라고 불리는 통합 중앙 제어 모듈이 들어 있다. 인공지능(AI) 칩 2개가 들어간 일종의 컴퓨터로, ‘오토파일럿’이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고 인포테인먼트와 배터리 관리 등 차량을 전반적으로 관할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일본 기술자들이 지적한 것은 공급망이었다. 도요타가 이런 중앙 처리 모듈을 개발해 탑재하면 수백 개 협력사로 짜인 현재의 공급망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엔 엔진·자동변속기·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 등 부품마다 따로 전자 제어장치(ECU)가 탑재되는 데 이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닛케이비즈니스리뷰는 “테슬라의 이런 내재화 전략이 성공하면 경쟁사는 따라가야 할 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진다”며 “기존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한 테슬라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모델과 공급망까지 대체해야 한다”고 추격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부도설까지 휩싸였던 테슬라 살린 ‘모델3’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작년 말 주당 300달러(약 36만5000원)대이던 주가는 지난 2월 4일 장중 968.99달러(약 118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약 182조5000억원)를 훌쩍 넘었다. 시가총액에서 2위 독일 폭스바겐(약 1000억 달러)을 훌쩍 제쳤을 뿐만 아니라 세계 1위 일본 도요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미국 시장에 안착한데 이어 올 초 판매를 시작한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집을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전망은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암울했다. 양산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2017년 7월 생산에 돌입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이른바 ‘제조 지옥’에 빠져 1년 이상 생산량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처음으로 연간 50만 대 이상을 만들려다 보니 생산 공정 병목 등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친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2017년 말까지 주당 5000대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8년 1분기까지 주당 1000대 미만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회사가 가진 현금이 증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테슬라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작년 5월 673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포드의 3배에 달했다. 주가는 작년 6월 초 178달러(약 21만6000원)대까지 내려갔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월가의 증권사 번스타인은 “모델3가 성공하지 못하면 테슬라는 ‘패닉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 정부 보조금이 2018년 6월부터 일몰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건설하던 중국 공장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델3 생산이 제 궤도를 찾으면서 분기당 10만 대 생산에 바짝 다가섰고 제조비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1분기 6만3000대에 그쳤던 분기 판매량은 3분기 9만7200대에 이어 4분기 11만2000대까지 증가했다. 테슬라는 3분기 매출액 63억 달러, 영업이익 1억4300달러를 올렸고 4분기에는 매출액 73억8000만 달러, 영업이익 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1월엔 중국 상하이 공장이 완공돼 모델3 생산에 돌입했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차량 값을 10% 인하하자 중국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국 언론은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다 죽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다만 1월 말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이 폐쇄되면서 판매가 예상처럼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폭스바겐처럼 팔고 애플처럼 남겨야”
테슬라는 유럽의 자동차 강국에 독일에도 진출해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완공해 그동안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던 유럽 시장에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계획이다.
올여름 출시될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모델Y는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15마일(507km)에 달해 경쟁사 전기차보다 100km 가까이 길다.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형은 3만9000달러에 판매된다.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바이턴의 다니엘 키르헤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테슬라가 올해 모델Y를 내놓는데 보급형 SUV 세그먼트는 기존 세단보다 훨씬 판매량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모델Y도 중국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15만 대 규모인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빠르게 연간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의 주가 폭등에는 실적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다. 그동안 테슬라 주식은 공매도를 일삼는 월가 헤지펀드들의 가장 큰 타깃이었다. 리서치 업체 S3에 따르면 1월 말까지도 시장 유통 주식의 약 17%(2632만 주)가 공매도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헤지펀드들은 하루 최대 수십억 달러씩 손실을 봤다. 이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갚는 ‘쇼트 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주가 급등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S3는 공매도 세력이 지난 7주간 12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테슬라 주식이 지수에 포함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인덱스 펀드들은 테슬라 주식을 그 비율만큼 담아야 한다. 테슬라가 만약 흑자 기조를 12개월간 이어 가면 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될 수 있다.
테슬라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25~40세)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이기도 하다. 통상 제너럴모터스(GM)·제너럴일렉트릭(GE)·월마트·프록터앤드갬블(P&G) 등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식으로, 테슬라·애플·아마존·비욘드미트 등은 밀레니얼 세대 주식으로 꼽힌다.
최근 밀레니얼들이 테슬라 매수에 뛰어들면서 주가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테슬라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온라인 금융 플랫폼인 소파이(SoFi)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으로 올라섰다. 또 밀레니얼이 주로 쓰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에는 테슬라 주주가 연초 12만 명에서 최근 17만 명까지 늘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테슬라를 삐딱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델3 생산과 판매가 안정화되고 이익이 흑자 전환하자 잇달아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34.07달러였던 월가의 평균 목표 주가는 1월 478.77달러까지 올랐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5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목표 주가를 10달러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하지만 최근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 목표 주가를 1200달러로 수정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강세장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400만 대를 생산하고 영업 마진은 12%를 기록할 것이라는데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는 2030년 판매량 220만 대와 10%대의 영업 마진을 올리는 것으로, 그러면 목표 주가는 5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 주가보다 크게 낮다.
테슬라 강세론자들은 몇 년 내 주가가 수천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 대주주인 아크인베스트는 목표 주가가 7000달러라고 밝혔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 론 배런은 “10년 내 테슬라 매출액이 1조 달러를 넘고 이후에도 끝이 아니라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강세론자들은 테슬라가 향후 급성장할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0만 대 판매를 시작으로 매년 30%씩 판매량이 늘어나면 2025년에 186만 대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전기차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기업인 만큼 월가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투자 흐름에 적합하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테슬라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를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모델Y와 사이버트럭 등도 제때 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5년 내에 200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맞추고 이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 해 이익의 80배가 넘는 주가를 정당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포드와 도요타가 각각 7배, 9배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
가치 평가 전문가인 어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테슬라가 폭스바겐처럼 팔고 애플처럼 남겨야 현재 주가 수준에 걸맞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00만 대를 팔았지만 테슬라는 36만7500대에 불과하다. 또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을 35~39%에 달하지만 테슬라의 작년 매출총이익률은 17%에 그친다. 게다가 테슬라는 연간 기준 흑자를 낸 적조차 없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