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주력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비디비치 인수 6년 만에 매출 66배 성장시켜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액 1조4250억원, 영업이익 845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9%, 영업이익은 52.5%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에는 화장품 부문의 선전이 한몫을 담당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나 껑충 뛴 것이다. 바이레도와 딥디크 등 수입 브랜드의 매출이 30% 증가했다. 신규 브랜드 ‘연작’의 4분기 면세점 매출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장품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브랜드 ‘비디비치’의 저력이 무서웠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브랜드 인수 6년 만에 매출액이 무려 66배 늘어난 것이다. 중화권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연이어 메가 히트 제품을 출시하며 K뷰티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패션 회사였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2년이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력 시장이었던 패션업계는 호황이었다. 따라서 국내 패션사들은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 오거나 신규 브랜드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자본 잠식 비디비치, ‘토털 뷰티 브랜드’로 변신
이러한 시기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부문 강화가 아닌 신규 영역 발굴을 택했다. ‘K뷰티’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방법으로 신규 브랜드 론칭이 아닌 ‘인수·합병(M&A)’을 택했다. 그렇게 낙점한 브랜드는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씨가 2005년 론칭한 ‘비디비치’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가 가진 장점을 파악했다. 우선 비디비치는 국내 색조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론칭해 여성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비디비치는 2012년 당시 브랜드 경영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자본 잠식 상태였다. 이는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비디비치처럼 작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모험’이라는 말이 오갔다. 실제로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인수 후에도 5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패션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도전한 것이 다소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를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 나갔다. 먼저 그동안 색조에 치중돼 있던 비디비치의 제품군을 스킨케어로 확대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은 피부를 가꾸는 스킨케어 시장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선 스킨케어 제품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14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전격 단행했다. 로고와 패키지를 바꾼 것은 브랜드 리뉴얼의 시작에 불과했다. 연말에는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해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토털 뷰티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변신을 시도하던 비디비치에 도약의 날개를 달아 준 제품은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이다. 이 제품은 비디비치가 2016년 6월 중국 시장을 분석해 처음 출시한 클렌징 폼이다. 피부를 하얗고 탱탱하게 가꿔 준다며 ‘여신 클렌저’로 중국 시장에서 입소문이 났다. 그 결과 2017년 3만 개였던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의 면세점 판매량은 2018년 230만 개, 2019년 600만 개로 급증했다. 1분에 10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또 지난해 1분기에는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의 클렌징 카테고리에서 전체 제품 중 매출액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티몰 글로벌 광군제 행사에서는 클렌징 카테고리 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비디비치의 또 다른 히트작은 중국에서 ‘여신 광채 일루미’로 불리는 ‘스킨 일루미네이션’이다. 2018년 한 해에만 110만 개가 판매됐고 지난해에는 150만 개가 팔렸다. 화장품업계에서 단일 품목으로 연간 1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1분에 10개씩 팔려 나간 ‘여신 클렌저’
비디비치가 히트작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디비치 관계자는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인들의 피부 타입과 성향, 선호하는 효능, 제형을 철저히 분석해 제작했고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조명을 켠 듯한 광채 효과로 주목 받았다”고 말했다.
두 제품 모두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의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쁘띠 샤넬’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비디비치는 중화권 공략을 위해 모델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7년부터 비디비치의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송지효 씨는 고정 출연 중인 SBS ‘런닝맨’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배우를 택함으로써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했다는 평을 듣는다.
또 비디비치는 지난 1월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 모델로 중화권 스타 왕대륙을 발탁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왕대륙은 웨이보 팔로워 수만 1150만 명에 육박하는 중화권 인기 스타다. 클렌징 폼과 기초 제품의 히트로 중국 시장 진입 초기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비디비치는 중국 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왕대륙을 내세워 광고, 한정판 제품 개발, 팝업스토어 이벤트, 중국 디지털 플랫폼 마케팅 등을 계획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액 1조4250억원, 영업이익 845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9%, 영업이익은 52.5%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에는 화장품 부문의 선전이 한몫을 담당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나 껑충 뛴 것이다. 바이레도와 딥디크 등 수입 브랜드의 매출이 30% 증가했다. 신규 브랜드 ‘연작’의 4분기 면세점 매출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장품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브랜드 ‘비디비치’의 저력이 무서웠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했던 비디비치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브랜드 인수 6년 만에 매출액이 무려 66배 늘어난 것이다. 중화권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연이어 메가 히트 제품을 출시하며 K뷰티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패션 회사였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2년이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력 시장이었던 패션업계는 호황이었다. 따라서 국내 패션사들은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 오거나 신규 브랜드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자본 잠식 비디비치, ‘토털 뷰티 브랜드’로 변신
이러한 시기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부문 강화가 아닌 신규 영역 발굴을 택했다. ‘K뷰티’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방법으로 신규 브랜드 론칭이 아닌 ‘인수·합병(M&A)’을 택했다. 그렇게 낙점한 브랜드는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씨가 2005년 론칭한 ‘비디비치’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가 가진 장점을 파악했다. 우선 비디비치는 국내 색조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론칭해 여성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비디비치는 2012년 당시 브랜드 경영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자본 잠식 상태였다. 이는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비디비치처럼 작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모험’이라는 말이 오갔다. 실제로 비디비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인수 후에도 5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패션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도전한 것이 다소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를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 나갔다. 먼저 그동안 색조에 치중돼 있던 비디비치의 제품군을 스킨케어로 확대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은 피부를 가꾸는 스킨케어 시장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선 스킨케어 제품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14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전격 단행했다. 로고와 패키지를 바꾼 것은 브랜드 리뉴얼의 시작에 불과했다. 연말에는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해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토털 뷰티 브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변신을 시도하던 비디비치에 도약의 날개를 달아 준 제품은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이다. 이 제품은 비디비치가 2016년 6월 중국 시장을 분석해 처음 출시한 클렌징 폼이다. 피부를 하얗고 탱탱하게 가꿔 준다며 ‘여신 클렌저’로 중국 시장에서 입소문이 났다. 그 결과 2017년 3만 개였던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의 면세점 판매량은 2018년 230만 개, 2019년 600만 개로 급증했다. 1분에 10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또 지난해 1분기에는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의 클렌징 카테고리에서 전체 제품 중 매출액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티몰 글로벌 광군제 행사에서는 클렌징 카테고리 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비디비치의 또 다른 히트작은 중국에서 ‘여신 광채 일루미’로 불리는 ‘스킨 일루미네이션’이다. 2018년 한 해에만 110만 개가 판매됐고 지난해에는 150만 개가 팔렸다. 화장품업계에서 단일 품목으로 연간 1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1분에 10개씩 팔려 나간 ‘여신 클렌저’
비디비치가 히트작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디비치 관계자는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인들의 피부 타입과 성향, 선호하는 효능, 제형을 철저히 분석해 제작했고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조명을 켠 듯한 광채 효과로 주목 받았다”고 말했다.
두 제품 모두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의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쁘띠 샤넬’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비디비치는 중화권 공략을 위해 모델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7년부터 비디비치의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송지효 씨는 고정 출연 중인 SBS ‘런닝맨’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배우를 택함으로써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했다는 평을 듣는다.
또 비디비치는 지난 1월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 모델로 중화권 스타 왕대륙을 발탁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왕대륙은 웨이보 팔로워 수만 1150만 명에 육박하는 중화권 인기 스타다. 클렌징 폼과 기초 제품의 히트로 중국 시장 진입 초기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비디비치는 중국 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왕대륙을 내세워 광고, 한정판 제품 개발, 팝업스토어 이벤트, 중국 디지털 플랫폼 마케팅 등을 계획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