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 시작, 경제 기조 전환 급하다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3월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마이너스 0.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로, 금융 위기 여파로 0.8%를 기록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마이너스 0.9%를 기록함으로써 1999년 마이너스 1.2% 이후 낙폭이 가장 컸고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명목 GDP 성장률이 격감하고 실질 GDP 성장률과 수치가 역전된 것은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5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 오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8년 3만3433달러에서 2019년 3만2047달러로 4.1% 감소했다. 2017년 3만 달러 시대를 연 지 2년 만에 주저앉은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일회성 복지 지출은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반시장 일변도 정책 기조에 따라 투자와 수출이 둔화되면서 민간 부문이 위축된 결과다. 1인당 소득 4만 달러는 고사하고 3만 달러의 벽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커다란 공급 충격이다. 중국에 원료와 부품을 의존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는 직격탄을 맞고 있고 여행·숙박·항공 등 서비스업과 자영업들도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무엇보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보이던 정부의 무지와 안일한 대응으로 급속한 팬더믹(pandemic :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국민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심리적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와 투자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수의 극심한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으로 타개하겠다고 하지만 재정 투입 효과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16조원 규모의 민생 경제 대책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신용카드 공제액을 증가시키고 자동차 소비세를 인하한다고 과연 소비가 증가할 것인지는 이 사태에 대한 해결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정책이다.

지금은 중국·일본·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이탈리아 정도에서 심각하지만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팬더믹이 발생하면 올해 2%대 성장은 불가능하다.

잠재적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친시장 정책으로의 기조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법인세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영국·프랑스와 심지어 중국까지도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한국의 법인세율은 최고 27%에 이르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세수 부족이 1조원을 넘어섰다. 경기가 진작되지 못한 채 세금만 높으면 결국 조세 저항에 직면하고 의욕 상실로 인해 세수는 계속 감소할 것이다. 기업이 투자 활성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출발은 법인세 감면에 따른 동기 부여다.

또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에 비용을 가중시키는 친노조 정책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자리 증가는 요원하다.

어려운 시기에 고통 분담을 통해 경기 활성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코로나19는 시간이 가면 지나가지만 경제는 시기를 놓치면 돌아오기 어렵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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