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DSLR 도전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광학 줌’·‘3D센싱’ 기술 넘어 인공지능 융합된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스마트폰 기술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카메라 전쟁에 뛰어들면서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기능이 카메라로 모아진다. 듀얼 카메라에서부터 트리플(3개), 쿼드러플(4개), 펜타(5개) 등 카메라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색상뿐만 아니라 거리 인지 감각도 키웠다. 고성능·고기능으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S20’, ‘갤럭시 S20 플러스’, ‘갤럭시 S20 울트라’의 스펙에서 첫손에 꼽히는 강점은 단연 카메라다. ‘괴물 카메라’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이 뭉개지고 카메라를 줌인 했을 때 화질이 떨어지는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화소’다. 최고 품질의 갤럭시 S2 울트라는 1억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갤럭시 S20 울트라는 후면에 1억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4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뎁스비전 등 후면에 ‘쿼드’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에도 4000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가 있다.
갤럭시 S20 시리즈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코드명이 ‘허블’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천체 망원경 이름을 붙일 정도로 카메라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 그 결과 ‘100배 줌’ 기능을 구현했다. S20 울트라의 ‘스페이스 줌’ 기능은 최대 100배까지 피사체를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S20 울트라로 달 표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같은 초고해상도 구현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와 관련된 기술을 바꿨기에 가능했다. 센서의 크기가 커지면 더 많은 광량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조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풍부한 색감의 고품질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9개의 픽셀을 하나로 병합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는 ‘노나 비닝(nona-binning)’ 기술을 도입했다.
이번 갤럭시 S20 모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자인이다. 후면 카메라 모듈이 툭 튀어나와 있다. 카메라 형태가 튀어나온 것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지 센서를 키우면서 모듈이 커졌다. 화질을 우선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을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괴물 카메라’ 장착한 갤럭시 시리즈
이른바 ‘괴물 카메라’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8년 3월 화웨이가 후면에 카메라가 세 개 달린 ‘P20 프로’를 공개하면서 트리플 카메라 경쟁이 본격화됐다면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각각의 부품 기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로로 눕힌 ‘폴디드 렌즈’처럼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확대는 하드웨어 차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상한 트렌드다. 시장 성숙기와 경쟁 심화로 고심하던 스마트폰 제조사가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가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 디스플레이가 혁신을 이끌어 왔다면 애플의 ‘아이폰 7플러스’ 이후 2017년 스마트폰 대결이 ‘듀얼’ 카메라로 압축되면서 멀티 카메라 트렌드가 가속화됐다. 특히 화웨이가 선보인 ‘P20’의 ‘트리플’ 카메라는 이른바 ‘셀피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화웨이를 글로벌 ‘빅3’의 반열에 오르게 한 주역으로 카메라가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눈’ 역할을 한다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성능이 개선돼 왔다. 첫째, ‘색상 인지’ 기능이다. 색상 인지 기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는 먼저 ‘화소 수’를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이 속도를 냈다. 2000년대 초 휴대전화 카메라는 불과 30만 화소, 20장 저장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싱글 카메라는 놀라운 발전을 거쳐 200만, 500만, 800만, 1600만 화소까지 유행을 선도했다.
화소가 높을수록 고해상도로 정교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모바일 밖으로 사진을 꺼내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에서 실제로 보이는 화면은 한계가 있다. 또 화질을 결정하는 데는 화소 수뿐만 아니라 이미지 센서의 크기, 렌즈의 밝기, 노이즈 감소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애플이 1200만 화소 이후 화소 경쟁에 힘을 빼면서 “더 이상의 화소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목표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처럼 고퀄리티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조건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다. 이미지 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촬영한 사진을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반도체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클수록 빛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작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가격과 크기 등 제약 때문에 DSLR 카메라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카메라 개수다. 두 개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면 다양한 카메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DSLR의 사용자 경험을 광각·망원·심도 등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카메라를 모듈로 만들어 구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내부를 조절하는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 기능을 끌어올렸다. 애플이 ‘아이폰 6플러스’에서 보여준 손 떨림 보정(OIS) 액추에이터 기술은 손 떨림을 감지해 렌즈의 위치를 바로 잡아준다.
최근 트리플 카메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은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3대 부품은 이미지 센서, 렌즈, 액추에이터다. 이 세 가지 부품의 기술이 모두 크게 개선되면서 각각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DSLR보다 상대적으로 공간 제약을 가지면서도 화질을 좋게 보이게 하는 기술들이 주목된다.
3대 핵심 부품 중심으로 진검승부…인공지능(AI)도 탑재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은 특히 고가 제품에서 진검 승부를 펼친다. 최근 3~4년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용은 서너 배 정도 늘어났다. 한 스마트폰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가격 제한이 없다면 카메라 기술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미지 센서는 ‘대형화’와 ‘저조도’ 화질 개선이 주요 진화 포인트다. 최근 갤럭시 S20는 역대 최대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며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갤럭시 S20, S20 플러스는 갤럭시 S10 대비 약 1.7배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갤럭시 S20 울트라는 약 2.9배 큰 이미지 센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억 단위 고화소를 구현한다. 6400만 화소를 탑재한 갤럭시 S20와 갤럭시 S20 플러스, 1억800만 화소의 갤럭시 S20 울트라로 촬영한 사진의 배경 중 일부를 캡처해도 여전히 고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우연히 함께 찍힌 사진에 포함된 배경의 흥미로운 장면이나 단체 사진에서 일부 인물을 잘라내도 픽셀이 뭉개지지 않는다. 샤오미 ‘미CC9’도 갤럭시 S20 울트라와 같은 1/1.33인치의 이미지 센서를 갖는다.
어두워도 밝게 보이는 저조도 촬영도 가능해진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흐리고 지글거리는 결과물을 보면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갤럭시 S20는 2.9배 더 커진 이미지 센서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밝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 번에 여러 사진을 찍은 뒤 노이즈가 덜한 부분만을 조합한다.
아이폰도 저조도 강점을 앞세운다. 애플은 지난 1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저조도 환경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매력적인 사진을 뽑는 ‘야간 모드 챌린지 대회’를 개최하며 화질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메라 렌즈와 액추에이터 기술도 업그레이드됐다. 갤럭시 S20가 자랑하는 광학 줌 기능은 잠망경 구조의 새로운 모듈을 통해 개선했다. 바로 ‘폴디드 렌즈’다. 잠망경의 원리를 사용해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면 스마트폰 내부에 가로로 정렬된 잠망경 모양의 폴디드 렌즈가 90도로 굴절시켜 초점 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잠자리 눈과 같은 어레이(array) 카메라 기술 콘셉트로 출발한 트리플 카메라는 작은 렌즈의 합성으로 큰 렌즈의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었다. 현재까지 합성에 성공한 스마트폰 제조사는 없다. 비행시간거리측정(TOF) 카메라를 활용해 초점이 맞는 피사체를 제외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아웃포커싱’ 기능으로 합성의 효과를 만드는 게 현재의 기술이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는 색상뿐만 아니라 ‘거리 인지 기능’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2017년 하반기 ‘아이폰 X’가 출시되면서 안면 인식 기능이 처음 등장하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3D 센싱이 부상하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D센싱 모듈은 안면 인식 기능에서 거리 인지 기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증강현실·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올해 하반기 애플이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폰 신제품에서 새로운 3D TOF 카메라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트리플에서 쿼드러플·펜타 등으로 카메라 수가 무한정 늘어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당분간 제조사들이 앞다퉈 카메라 개수 경쟁을 계속하겠지만 결국 후면 카메라는 3개(와이드·망원·표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AI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화소와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구글은 픽셀4라는 스마트폰 제품을 통해 타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AI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줌을 강화했고 또한 어두 운 밤에 찍는 사진은 매우 우수했다”며 “하드웨어의 한계를 AI로 넘어서는 노력을 구글이 가장 앞선다”고 평가했다.
최근 스마트폰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있다.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연산장치(GPU)로는 전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신경망 처리 장치(NPU)’다. 화웨이가 개발한 세계 첫 모바일용 AI 프로세서 ‘기린 970’, 애플의 ‘아이폰 X’에 탑재된 ‘A11 바이오닉’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AI 프로세서가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스마트폰 기술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카메라 전쟁에 뛰어들면서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기능이 카메라로 모아진다. 듀얼 카메라에서부터 트리플(3개), 쿼드러플(4개), 펜타(5개) 등 카메라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색상뿐만 아니라 거리 인지 감각도 키웠다. 고성능·고기능으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S20’, ‘갤럭시 S20 플러스’, ‘갤럭시 S20 울트라’의 스펙에서 첫손에 꼽히는 강점은 단연 카메라다. ‘괴물 카메라’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이 뭉개지고 카메라를 줌인 했을 때 화질이 떨어지는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화소’다. 최고 품질의 갤럭시 S2 울트라는 1억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갤럭시 S20 울트라는 후면에 1억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4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뎁스비전 등 후면에 ‘쿼드’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에도 4000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가 있다.
갤럭시 S20 시리즈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코드명이 ‘허블’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천체 망원경 이름을 붙일 정도로 카메라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 그 결과 ‘100배 줌’ 기능을 구현했다. S20 울트라의 ‘스페이스 줌’ 기능은 최대 100배까지 피사체를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S20 울트라로 달 표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같은 초고해상도 구현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와 관련된 기술을 바꿨기에 가능했다. 센서의 크기가 커지면 더 많은 광량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조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풍부한 색감의 고품질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9개의 픽셀을 하나로 병합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는 ‘노나 비닝(nona-binning)’ 기술을 도입했다.
이번 갤럭시 S20 모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자인이다. 후면 카메라 모듈이 툭 튀어나와 있다. 카메라 형태가 튀어나온 것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지 센서를 키우면서 모듈이 커졌다. 화질을 우선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을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괴물 카메라’ 장착한 갤럭시 시리즈
이른바 ‘괴물 카메라’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8년 3월 화웨이가 후면에 카메라가 세 개 달린 ‘P20 프로’를 공개하면서 트리플 카메라 경쟁이 본격화됐다면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각각의 부품 기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로로 눕힌 ‘폴디드 렌즈’처럼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확대는 하드웨어 차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상한 트렌드다. 시장 성숙기와 경쟁 심화로 고심하던 스마트폰 제조사가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가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 디스플레이가 혁신을 이끌어 왔다면 애플의 ‘아이폰 7플러스’ 이후 2017년 스마트폰 대결이 ‘듀얼’ 카메라로 압축되면서 멀티 카메라 트렌드가 가속화됐다. 특히 화웨이가 선보인 ‘P20’의 ‘트리플’ 카메라는 이른바 ‘셀피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화웨이를 글로벌 ‘빅3’의 반열에 오르게 한 주역으로 카메라가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눈’ 역할을 한다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성능이 개선돼 왔다. 첫째, ‘색상 인지’ 기능이다. 색상 인지 기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는 먼저 ‘화소 수’를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이 속도를 냈다. 2000년대 초 휴대전화 카메라는 불과 30만 화소, 20장 저장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싱글 카메라는 놀라운 발전을 거쳐 200만, 500만, 800만, 1600만 화소까지 유행을 선도했다.
화소가 높을수록 고해상도로 정교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모바일 밖으로 사진을 꺼내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에서 실제로 보이는 화면은 한계가 있다. 또 화질을 결정하는 데는 화소 수뿐만 아니라 이미지 센서의 크기, 렌즈의 밝기, 노이즈 감소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애플이 1200만 화소 이후 화소 경쟁에 힘을 빼면서 “더 이상의 화소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목표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처럼 고퀄리티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조건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다. 이미지 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촬영한 사진을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반도체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클수록 빛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작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가격과 크기 등 제약 때문에 DSLR 카메라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카메라 개수다. 두 개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면 다양한 카메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DSLR의 사용자 경험을 광각·망원·심도 등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카메라를 모듈로 만들어 구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내부를 조절하는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 기능을 끌어올렸다. 애플이 ‘아이폰 6플러스’에서 보여준 손 떨림 보정(OIS) 액추에이터 기술은 손 떨림을 감지해 렌즈의 위치를 바로 잡아준다.
최근 트리플 카메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은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3대 부품은 이미지 센서, 렌즈, 액추에이터다. 이 세 가지 부품의 기술이 모두 크게 개선되면서 각각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DSLR보다 상대적으로 공간 제약을 가지면서도 화질을 좋게 보이게 하는 기술들이 주목된다.
3대 핵심 부품 중심으로 진검승부…인공지능(AI)도 탑재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은 특히 고가 제품에서 진검 승부를 펼친다. 최근 3~4년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용은 서너 배 정도 늘어났다. 한 스마트폰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가격 제한이 없다면 카메라 기술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미지 센서는 ‘대형화’와 ‘저조도’ 화질 개선이 주요 진화 포인트다. 최근 갤럭시 S20는 역대 최대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며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갤럭시 S20, S20 플러스는 갤럭시 S10 대비 약 1.7배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갤럭시 S20 울트라는 약 2.9배 큰 이미지 센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억 단위 고화소를 구현한다. 6400만 화소를 탑재한 갤럭시 S20와 갤럭시 S20 플러스, 1억800만 화소의 갤럭시 S20 울트라로 촬영한 사진의 배경 중 일부를 캡처해도 여전히 고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우연히 함께 찍힌 사진에 포함된 배경의 흥미로운 장면이나 단체 사진에서 일부 인물을 잘라내도 픽셀이 뭉개지지 않는다. 샤오미 ‘미CC9’도 갤럭시 S20 울트라와 같은 1/1.33인치의 이미지 센서를 갖는다.
어두워도 밝게 보이는 저조도 촬영도 가능해진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흐리고 지글거리는 결과물을 보면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갤럭시 S20는 2.9배 더 커진 이미지 센서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밝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 번에 여러 사진을 찍은 뒤 노이즈가 덜한 부분만을 조합한다.
아이폰도 저조도 강점을 앞세운다. 애플은 지난 1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저조도 환경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매력적인 사진을 뽑는 ‘야간 모드 챌린지 대회’를 개최하며 화질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메라 렌즈와 액추에이터 기술도 업그레이드됐다. 갤럭시 S20가 자랑하는 광학 줌 기능은 잠망경 구조의 새로운 모듈을 통해 개선했다. 바로 ‘폴디드 렌즈’다. 잠망경의 원리를 사용해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면 스마트폰 내부에 가로로 정렬된 잠망경 모양의 폴디드 렌즈가 90도로 굴절시켜 초점 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잠자리 눈과 같은 어레이(array) 카메라 기술 콘셉트로 출발한 트리플 카메라는 작은 렌즈의 합성으로 큰 렌즈의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었다. 현재까지 합성에 성공한 스마트폰 제조사는 없다. 비행시간거리측정(TOF) 카메라를 활용해 초점이 맞는 피사체를 제외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아웃포커싱’ 기능으로 합성의 효과를 만드는 게 현재의 기술이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는 색상뿐만 아니라 ‘거리 인지 기능’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2017년 하반기 ‘아이폰 X’가 출시되면서 안면 인식 기능이 처음 등장하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3D 센싱이 부상하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D센싱 모듈은 안면 인식 기능에서 거리 인지 기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증강현실·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올해 하반기 애플이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폰 신제품에서 새로운 3D TOF 카메라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트리플에서 쿼드러플·펜타 등으로 카메라 수가 무한정 늘어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당분간 제조사들이 앞다퉈 카메라 개수 경쟁을 계속하겠지만 결국 후면 카메라는 3개(와이드·망원·표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AI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화소와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구글은 픽셀4라는 스마트폰 제품을 통해 타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AI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줌을 강화했고 또한 어두 운 밤에 찍는 사진은 매우 우수했다”며 “하드웨어의 한계를 AI로 넘어서는 노력을 구글이 가장 앞선다”고 평가했다.
최근 스마트폰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있다.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연산장치(GPU)로는 전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신경망 처리 장치(NPU)’다. 화웨이가 개발한 세계 첫 모바일용 AI 프로세서 ‘기린 970’, 애플의 ‘아이폰 X’에 탑재된 ‘A11 바이오닉’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AI 프로세서가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