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중기금융’…정책 대안 찾는 강소 싱크탱크 ‘약진’

[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선정 '한국을 움직이는 정책발전소 100대 싱크탱크']-‘설립 3년차’ LAB2050 25계단 순위 상승-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동아시아재단도 ‘눈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뉴 애브노멀’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최근 들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2020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새로운 대안 시스템’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을 이어 가고 있는 싱크탱크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약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를 담은 IBK경제연구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져 가는 가운데 국내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져 가고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이와 같은 시기에 더욱 주목 받는 싱크탱크다.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연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8위로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IBK경제연구소는 1961년 중소기업은행이 창립될 당시 ‘기획조사부’로 출범한 뒤 2004년 ‘기은경제연구소’란 이름으로 독립, 이후 2010년 IBK경제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IBK경제연구소는 중소기업에 신용을 공급하는 목적을 가진 국책 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싱크탱크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관련한 경영 현안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연구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지만 이와 같은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중소기업 특화 연구 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정책을 비롯한 금융 지원, 산업별 이슈에 대한 연구도 IBK경제연구소가 맡고 있는 역할 중 한 축이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산업 이슈에 대한 분석은 물론 경영 노하우 등의 정보를 적시에 제공한다.

IBK경제연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역시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희망중소기업포럼’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학계·언론 등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고민해 보는 자리다. 승인 통계 자료인 ‘중기 금융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현장에서 더욱 소통하며 지원하기 위한 강의와 기고 등의 외부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역·업종별로 중소기업을 방문해 체감 경기를 파악하고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해 현장 중심의 연구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정책 제언’ 등과 같은 자리를 통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제 관련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제언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현호 IBK경제연구소 과장은 “최근 경제·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IBK경제연구소가 국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현안과 관련한 연구를 추진해 온 것이 순위 상승을 이끈 주요한 차별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IBK경제연구소는 2018년 5월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설립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른 북한 경제 연구를 강화하고 ‘금융연구반’을 운영하며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관련 글로벌 경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를 잇는 ‘지식 교류 플랫폼’ 지향


미·중 무역 전쟁, 한·일 갈등 여파에 따른 수출 규제 등등 각국의 정치·외교적인 상황들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커져 가면서 관련 분야의 싱크탱크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준 한 해였다.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순위를 상승시키기가 어려운 분야 중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동아시아재단은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7위로 6계단 순위가 껑충 뛰며 관심을 모았다.


동아시아재단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5년 1월 창립한 비영리 공익 재단이다. 정 회장이 동아시아재단을 설립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 경제의 발전, 평화 정착, 빈곤 퇴치 등의 과제 해결은 물론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함께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소명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이 바탕이 됐다. 동아시아재단은 ‘인간과 지식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적인 신뢰를 쌓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재단은 다양한 사업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방적인 포럼’, ‘인적 교류를 통한 아이디어와 정책의 교류’, ‘협력적 지역 정체성의 형성’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단의 인적·지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 관료와 학자·언론인들 간의 상호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유수한 연구 기관들과 다양한 형태의 학술 교류를 통해 각국의 현안과 관련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포럼, 동아시아재단(EAF) 세미나 등 다양한 정책 포럼과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데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사고를 촉진할 수 있는 토론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정다인 동아시아재단 간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정책들을 해외에 알리고 올바른 이해를 돕는 ‘민간 차원의 공공 외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창간된 영문 국제 정책 계간지인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와 2014년 창간된 ‘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EAF Policy Debates)’ 등을 통해 양질의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며 한국과 아시아,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지적 교량’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단체·기관 규모의 동아시아 관련 이슈 분석 및 연구 결과물의 출판에 대한 지원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펠로십과 인턴십 프로그램, 학생 단체 후원 등을 통한 ‘차세대 지도자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노동 없는 시대 ‘대안 모델’ 찾는 LAB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며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기업과 개인들이 늘어가면서 최근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LAB2050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며 주목 받고 있는 싱크탱크다. 지난해 조사에서 49위에 머물렀던 LAB2050은 올해 ‘2020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24위에 안착하며 무려 25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LAB2050은 2018년 설립됐다. 국내 싱크탱크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신생 싱크탱크에 속한다. 싱크탱크로서 LAB2050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다음 세대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LAB2050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 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자유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과 이를 근간에 둔 ‘일자리 패러다임’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부의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기존 일자리의 충돌로 사회적 갈등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예전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LAB2050은 바로 이런 새로운 시대에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고동현 LAB2050 연구원은 “데이터로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 일자리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윤형중 정책팀장이 재난기본소득을 처음 제안해 관련 논의를 촉발하는 등의 성과들이 이번 조사에서 순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B2050은 기술·분배·노동 영역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담론을 연구한다. 이와 함께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출한 정책 솔루션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정책 실험과 재정 모델을 제안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에도 상당한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네트워크’다. LAB2050 내부의 상근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연구위원회와 여러 전문가 집단, 파트너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최근 특히 많은 성과를 내며 주목 받고 있는 LAB2050의 연구 분야는 ‘기본소득’이다. 2019년 1월 청년 기본소득 정책 실험을 제안하고 2019년 10월 국민기본소득제 모델을 제안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20년에는 기본소득과 관련된 연구와 함께 기본소득과 사회 서비스의 연계, 행정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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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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