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이지혜 에임 대표…“시장 사이클 ‘겨울’ 진입, 위험자산 비율 30% 넘지 말아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 3중고만 해도 버거운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금융 시장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커지는 공포심만큼이나 ‘10년에 한 번 오는 재테크 기회’라며 들뜬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려온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재테크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이지혜 에임 대표에게 그 길을 물었다. 이 대표는 미 월가의 헤지펀드 등에서 10여 년간 경력을 쌓은 자산 관리 전문가다. 씨티그룹과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퀀트 매니저로 일하며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렸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가 ‘마켓 사이클’입니다. ‘봄(경기 회복기), 여름(활황), 가을(경기 둔화기), 겨울(경기 침체)’이라는 사계절에 비유할 수 있죠. 자본 시장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겨울’은 이미 지난 3월 6일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날 처음으로 ‘리세션(경기 침체)’이라고 감지할 만한 시그널이 나타났거든요. 마켓 사이클상 2018년 1월 26일 이후 ‘경기 둔화기(가을)’에 접어든 상태였어요. 그러니 ‘가을’ 다음에 ‘겨울’이 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겨울’이 오는 시점이 앞당겨진 것뿐이에요.”
-이번 위기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라고 하면 ‘수요 부족’이 위기를 촉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은 ‘공급 사슬 붕괴’가 먼저 왔다는 점에서 기존에 겪어 보지 못했던 위기예요. 과거에 이런 성격의 위기를 경험한 적이 한 번 있는데 바로 1980년대 오일 쇼크죠.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전 세계의 공급 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하나로 움직이는 고도로 세계화된 시장은 아니었어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위기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아요.”
-이런 시기에 자산 관리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로나19가 이번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자본 시장의 역사를 겪어 왔던 수많은 천재들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구축된 ‘마켓 사이클’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에요.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 시장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얘기죠. 자산 관리 전략 또한 그 ‘큰 흐름’에 맞춰 바라봐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겨울’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자산 관리 전략은 ‘위험의 분산’이에요. 이런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게 ‘올인’이라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분산 투자’가 왜 중요한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지금의 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은 세계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된 결과 전 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와 같은 세계화가 지난 20여 년간 지속돼 왔고 그 결과 각 자산들의 상관관계 또한 매우 높아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요·공급 측면의 여러 자극들이 쏟아질 겁니다. 이때 자본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죠. 당장 4월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 테고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은 재무제표가 다 드러날 겁니다. 그러면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죠. 이런 시기에 기업들은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 놓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을 모아 두기보다 써버린 기업들이 상당해요. 이 때문에 더더욱 자산을 나눠 담는 게 중요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자산은 어떻게 나눠 담아야 할까요.
“개인 투자자들은 먼저 ‘자산의 성격’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쉽게 얘기하면 채권은 ‘수비수(지키기 위한)’의 성격을 지닌 자산이고 주식은 ‘공격수(수익을 내기 위한)’라고 할 수 있어요. 예금은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이죠. 또 하나, 전통 자산과 다르게 움직이는 대체 자산이 있죠. 금과 같은 원자재·부동산 등이 대체 자산이죠. 이런 기본 성격을 바탕으로 보면 지금 이 시기는 ‘성장’을 좇아가기가 어려운 시기잖아요. ‘공격수’보다 ‘수비수’를 늘려야 할 때라는 얘기죠. 선진국 통화나 채권 등이 있고 대표적으로 선진국 기축 통화(달러) 같은 자산들이죠. 반면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단기 수익을 좇는 위험 자산의 비율을 낮추겠죠.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볼 때 가진 돈의 30% 이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지금은 위험에 베팅해도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만약 위험 자산에 투자했는데 운이 좋아 자산이 늘어났고 전체 자산의 30% 비율을 넘었다면 그 자산을 처분해 위험 자산의 비율이 절대 30%가 넘지 않도록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게 좋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지금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2008년 겪었던 경제 위기는 사실 지금의 위기보다 훨씬 더 무겁고 심각한 위기였어요. 그런데 이번 경기 침체의 시그널을 보면 공포지수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어요. 2008년과 비교해 공포지수의 최고점 자체는 낮았지만 올라가는 속도(그래프의 기울기)가 매우 높았죠. 그만큼 위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빨랐죠. 그런데 이게 우리 시대의 위기 같아요. 그만큼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전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런 분위기를 더 빨리 감지하는 거죠.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는 정보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그야말로 0.1초 단위로 수백~수만 가지 데이터의 움직임을 보고 찰나의 결정을 내려요.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일반 투자자들이 움직이면 이미 늦을 수밖에 없는 거죠.”
-국내에서는 최근에 ‘동학개미운동’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본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한 방’을 노리겠다고 뛰어들면 그에 대한 시장의 답은 생각보다 냉정할 수 있어요. 아무리 좋아도, 그게 삼성전자가 아니라 그 어떤 종목이라도 빚까지 내가면서 무리하게 전 재산을 ‘올인’해서는 위험하다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자산들 가운데 하나로 국내 주식을 담는다면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자산을 한 국가에만 걸지 말고 한 섹터에만 걸지 말고 가능하면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나눠 담으라는 얘깁니다.”
-지금을 ‘10년에 한 번 오는 재테크 기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투자는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 인 마켓’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고도화된 지표를 바탕으로 단기 투자를 하죠. 이럴 때는 타이밍이 중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인이 이렇게 움직이는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기일수록 더 큰 흐름에서 시장의 ‘맥락’을 읽어 내고 그에 맞게 장기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이 재테크의 큰 기회인 것은 맞죠. 하지만 이는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낸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이 시기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겁니다. 시장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요.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 어쩌다 돈을 벌었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겁니다.”
-위기가 회복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지만 만약 지금의 위기가 1년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상황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자본 시장이 한 번 침체의 골에 빠졌을 때 원점으로 회복되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쉽게 부동산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거금을 투자해 집을 한 채 샀어요. 집값이 폭락한다고 6개월 만에 처분한다면 손해를 보겠죠. 그런데 집은 보통 이렇게 투자하지 않잖아요. 3년 정도 지나면 집값이 원래 가격을 회복하고 더 오를 가능성도 높죠.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정말 최소로 잡더라도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상태에서 투자하는 게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보면 한 자산에 몰아 담은 이들보다 여러 자산에 골고루 나눠 담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그 시기를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해요.”
vivajh@hankyung.com
[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한 달간 늘어난 주식 계좌만 86만 개…‘동학 개미’, 이번엔 이길까
-이지혜 에임 대표 “지금은 재테크의 큰 기회…단, 1년 버틸 분산투자 필수죠”
-‘폭락이 기회다’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엄마·아빠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공포에 길 잃은 재테크’…국내 4대 은행 스타 PB들의 조언
-투자 전문가 3인 “수출 충격, 2~3분기 본격화 될 것…일시적 주가 급락 염두에 둬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 3중고만 해도 버거운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금융 시장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커지는 공포심만큼이나 ‘10년에 한 번 오는 재테크 기회’라며 들뜬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려온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재테크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이지혜 에임 대표에게 그 길을 물었다. 이 대표는 미 월가의 헤지펀드 등에서 10여 년간 경력을 쌓은 자산 관리 전문가다. 씨티그룹과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퀀트 매니저로 일하며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렸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가 ‘마켓 사이클’입니다. ‘봄(경기 회복기), 여름(활황), 가을(경기 둔화기), 겨울(경기 침체)’이라는 사계절에 비유할 수 있죠. 자본 시장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겨울’은 이미 지난 3월 6일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날 처음으로 ‘리세션(경기 침체)’이라고 감지할 만한 시그널이 나타났거든요. 마켓 사이클상 2018년 1월 26일 이후 ‘경기 둔화기(가을)’에 접어든 상태였어요. 그러니 ‘가을’ 다음에 ‘겨울’이 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겨울’이 오는 시점이 앞당겨진 것뿐이에요.”
-이번 위기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라고 하면 ‘수요 부족’이 위기를 촉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은 ‘공급 사슬 붕괴’가 먼저 왔다는 점에서 기존에 겪어 보지 못했던 위기예요. 과거에 이런 성격의 위기를 경험한 적이 한 번 있는데 바로 1980년대 오일 쇼크죠.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전 세계의 공급 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하나로 움직이는 고도로 세계화된 시장은 아니었어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위기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아요.”
-이런 시기에 자산 관리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로나19가 이번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자본 시장의 역사를 겪어 왔던 수많은 천재들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구축된 ‘마켓 사이클’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에요.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 시장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얘기죠. 자산 관리 전략 또한 그 ‘큰 흐름’에 맞춰 바라봐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겨울’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자산 관리 전략은 ‘위험의 분산’이에요. 이런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게 ‘올인’이라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분산 투자’가 왜 중요한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지금의 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은 세계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된 결과 전 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와 같은 세계화가 지난 20여 년간 지속돼 왔고 그 결과 각 자산들의 상관관계 또한 매우 높아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요·공급 측면의 여러 자극들이 쏟아질 겁니다. 이때 자본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죠. 당장 4월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 테고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은 재무제표가 다 드러날 겁니다. 그러면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죠. 이런 시기에 기업들은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 놓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을 모아 두기보다 써버린 기업들이 상당해요. 이 때문에 더더욱 자산을 나눠 담는 게 중요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자산은 어떻게 나눠 담아야 할까요.
“개인 투자자들은 먼저 ‘자산의 성격’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쉽게 얘기하면 채권은 ‘수비수(지키기 위한)’의 성격을 지닌 자산이고 주식은 ‘공격수(수익을 내기 위한)’라고 할 수 있어요. 예금은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이죠. 또 하나, 전통 자산과 다르게 움직이는 대체 자산이 있죠. 금과 같은 원자재·부동산 등이 대체 자산이죠. 이런 기본 성격을 바탕으로 보면 지금 이 시기는 ‘성장’을 좇아가기가 어려운 시기잖아요. ‘공격수’보다 ‘수비수’를 늘려야 할 때라는 얘기죠. 선진국 통화나 채권 등이 있고 대표적으로 선진국 기축 통화(달러) 같은 자산들이죠. 반면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단기 수익을 좇는 위험 자산의 비율을 낮추겠죠.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볼 때 가진 돈의 30% 이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지금은 위험에 베팅해도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만약 위험 자산에 투자했는데 운이 좋아 자산이 늘어났고 전체 자산의 30% 비율을 넘었다면 그 자산을 처분해 위험 자산의 비율이 절대 30%가 넘지 않도록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게 좋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지금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2008년 겪었던 경제 위기는 사실 지금의 위기보다 훨씬 더 무겁고 심각한 위기였어요. 그런데 이번 경기 침체의 시그널을 보면 공포지수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어요. 2008년과 비교해 공포지수의 최고점 자체는 낮았지만 올라가는 속도(그래프의 기울기)가 매우 높았죠. 그만큼 위기에 대한 반응이 너무 빨랐죠. 그런데 이게 우리 시대의 위기 같아요. 그만큼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전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런 분위기를 더 빨리 감지하는 거죠.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는 정보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그야말로 0.1초 단위로 수백~수만 가지 데이터의 움직임을 보고 찰나의 결정을 내려요.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일반 투자자들이 움직이면 이미 늦을 수밖에 없는 거죠.”
-국내에서는 최근에 ‘동학개미운동’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본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한 방’을 노리겠다고 뛰어들면 그에 대한 시장의 답은 생각보다 냉정할 수 있어요. 아무리 좋아도, 그게 삼성전자가 아니라 그 어떤 종목이라도 빚까지 내가면서 무리하게 전 재산을 ‘올인’해서는 위험하다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자산들 가운데 하나로 국내 주식을 담는다면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자산을 한 국가에만 걸지 말고 한 섹터에만 걸지 말고 가능하면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나눠 담으라는 얘깁니다.”
-지금을 ‘10년에 한 번 오는 재테크 기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투자는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 인 마켓’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고도화된 지표를 바탕으로 단기 투자를 하죠. 이럴 때는 타이밍이 중요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인이 이렇게 움직이는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기일수록 더 큰 흐름에서 시장의 ‘맥락’을 읽어 내고 그에 맞게 장기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이 재테크의 큰 기회인 것은 맞죠. 하지만 이는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낸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이 시기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겁니다. 시장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요.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 어쩌다 돈을 벌었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겁니다.”
-위기가 회복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지만 만약 지금의 위기가 1년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상황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자본 시장이 한 번 침체의 골에 빠졌을 때 원점으로 회복되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쉽게 부동산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거금을 투자해 집을 한 채 샀어요. 집값이 폭락한다고 6개월 만에 처분한다면 손해를 보겠죠. 그런데 집은 보통 이렇게 투자하지 않잖아요. 3년 정도 지나면 집값이 원래 가격을 회복하고 더 오를 가능성도 높죠.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정말 최소로 잡더라도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상태에서 투자하는 게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보면 한 자산에 몰아 담은 이들보다 여러 자산에 골고루 나눠 담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그 시기를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해요.”
vivajh@hankyung.com
[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한 달간 늘어난 주식 계좌만 86만 개…‘동학 개미’, 이번엔 이길까
-이지혜 에임 대표 “지금은 재테크의 큰 기회…단, 1년 버틸 분산투자 필수죠”
-‘폭락이 기회다’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엄마·아빠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공포에 길 잃은 재테크’…국내 4대 은행 스타 PB들의 조언
-투자 전문가 3인 “수출 충격, 2~3분기 본격화 될 것…일시적 주가 급락 염두에 둬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