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카카오·마카롱, 택시 가맹 사업 확장 박차…최종 진화형은 자율주행·공유 결합한 ‘MaaS’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모빌리티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업들과 택시업계의 진통이 이어지던 지난해 10월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향방을 이렇게 예측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들고나온 새로운 서비스에 택시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그간 국내 모빌리티 산업계는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 업계는 오랫동안 실무 논의 기구 등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밝히고 중재 과정을 거쳤다.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3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 법안을 토대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합차를 통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파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승합차 운영 어렵다’…결국 멈춰 선 타다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개정 여객운수법)’은 현재 택시만 가능했던 운송 사업을 플랫폼 운송 사업(렌터카 등 가능), 플랫폼 가맹 사업(택시만 가능), 플랫폼 중개 사업(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중개)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게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이 중 플랫폼 운송 사업의 신설은 이번 법률 개정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단순 중개 서비스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개발해 직접 운송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렌터카를 통한 탄력적 차량 조달에도 문을 열어 줬다. 플랫폼 운송 면허 취득, 기여금 납부, 택시 총량제(25만 대)하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11~15인승 승합차는 대여 시 운전사 알선 범위를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대여나 공항·항만에서 대여·반납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모빌리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도권 내에서 활발한 투자 유치와 혁신적인 사업 모델 발굴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며 “택시도 플랫폼과 결합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유예 기간을 거쳐 1년 후 정식 시행에 들어가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조속히 제공한다.
지난 3월 개정 여객운수법 국회 통과 후 모빌리티업계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우선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4월 1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운전자를 알선해 승합차를 일상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타다 베이직에 제동을 걸었다. 타다는 공지를 통해 “타다 베이직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운수법)’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다는 고급 택시 면허 보유 드라이버로 운영되는 ‘타다 프리미엄’과 예약 이동 서비스인 ‘타다 에어’, ‘타다 프라이빗’은 정상 운영한다.
타다 측은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부에 기여금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될 면허의 총량이나 기여금의 규모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다가 멈춰 선 반면 개정된 법안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운전사를 포함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 중인 ‘파파’는 플랫폼 운송 사업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준비해 4월 중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예고했다.
또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블루) 등 택시 기반 모빌리티 업체들도 기존 사업의 확장과 함께 신규 서비스 모델 출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준점 환영 vs 투자 경직…엇갈린 전망
개정 여객운수법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그동안 불확실했던 모빌리티 신사업에 ‘기준점’이 생겼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렌터카를 활용한 알선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지됐지만 플랫폼 운송 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여금을 납부하고 택시 면허에 기반한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렌터카를 통해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면허 총량의 한도가 중요하지만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형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장은 “정보기술(IT) 기반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제도권에 흡수해 승객 이동이 질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 실장은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거대한 두 가지 규제가 전제됐고 방향성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되지 않아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이러한 조건에선 자칫하면 몇 개 사업자만이 고군분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모빌리티 산업계에서 초반 시장을 이끌던 카풀 스타트업들이 자취를 감췄고 타다 또한 서비스를 중단하자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은 택시 가맹 사업을 기반으로 ‘제도권’ 안으로의 편입을 택해 왔다.
대표적 모빌리티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택시 가맹 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택시 가맹 사업에서보폭을 넓혀 왔다. 타고솔루션즈는 사납금 없는 완전 월급제를 최초 시행해 택시 운전사에겐 안정적이고 개선된 근무 환경을, 이용자들에겐 승차 거부 없고 친절한 고품격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안됐다. 인수와 함께 타고솔루션즈의 사명은 ‘케이엠솔루션’으로 변경했고 서비스 명칭은 ‘카카오T블루’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T블루는 현재 서울·대구·성남·대전, 경기도 하남·남양주·구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4월 1일 기준 총 3881대(서울 675대, 성남 274대, 대전 1000대, 대구 1652대, 경기 하남·남양주·구리 280대)가 운영 중이다. 기존 택시 운전사들의 평균 연령이 60.4세였던 것에 비해 카카오T블루 신규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44세다. 또 서울과 성남은 택시 운전사 경험이 없는 지원자가 전체 지원 인원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택시와 비교할 때 단거리 운행 완료 비율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블루는 자동 배차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행돼 서울 지역은 단거리(5km) 운행 비율이 일반 중형 택시 대비 9% 높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티제이파트너스’를 통해 총 9개 회사를 인수했고 900여 개의 면허를 확보했다. 하지만 가맹 사업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타다’가 각광 받은 이유는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도 서비스의 질 향상, 수요와 공급 일치를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했다. 우선 ‘자동 배차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주변의 빈 차량이 있으면 목적지에 상관없이 자동으로 배치되도록 했다.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외부 디자인과 스마트폰 충전기 구비 등 차별화된 탑승 환경도 마련했다. 또 엄격한 자체 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운전사들에게 운전대를 맡김으로써 승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택시 수요가 많은 출근·심야 시간대는 필수 승무 시간으로 지정해 원활한 탑승이 이뤄지게 했다.
택시 가맹 서비스로 주목받는 또 다른 기업은 KST모빌리티다. 2018년 설립된 KST모빌리티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서울에서 직영 ‘마카롱택시’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KST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는 서울 3600여 대, 지방 4000여 대 등 약 7600대다. 대전을 시작으로 제주·수원을 서비스 지역으로 확보했고 최근엔 대구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마카롱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4월부터는 운송 가맹 면허 자격 여건이 완화되므로 플랫폼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고 경기·울산·부산 등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ST모빌리티의 혁신형 택시 서비스 가맹 브랜드인 ‘마카롱택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 호출과 실시간 호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이 타는 ‘내가 타기’와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위한 ‘불러주기’ 호출도 가능하다. 사용자는 마카롱택시 앱을 통해 혁신형 브랜드 택시 마카롱택시는 물론 실시간 호출에 적합한 일반 중형 택시, 안락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고급 택시 등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KST모빌리티는 얼어붙었던 모빌리티업계에서 연초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KST모빌리티는 지난 1월 15일 1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NHN과 현대차·기아차가 각각 50억원, 재무적 투자자(FI)로 다담인베스트먼트·마그나인베스트먼트·열림파트너스 등이 8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마카롱택시의 누적 투자금은 230억원에 이른다. 향후 KST모빌리티는 유치한 투자금을 마카롱택시 사업 인프라와 서비스 협력 모델 확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 기술 고도화 등에 이용할 예정이다.
◆한국형 모빌리티의 핵심은 결국 택시?
이들이 ‘가맹 택시’를 택한 것은 택시를 통한 서비스 혁신이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택시는 버스·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과 달리 경로 변경이 자유로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이동이 가능하다. 또 서울에만 7만 대, 전국 25만 대 등 공급 규모도 충분하다.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이동성 서비스는 결국 그 나라의 교통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택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한국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KST모빌리티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는 7만1000여 대지만 하루 최대 공급되는 것은 4만8000여 대다. 수요가 많은 심야 시간대에는 전체 대수의 50~60%만이 운행되는 셈인데 사실상 승객들이 택시를 잡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맹형 택시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택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델도 등장했다. 국내 공유 경제 모빌리티 분야
1호로 지정된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는 승객이 앱을 통해 택시 동승을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동승객(동성)을 매칭해 택시 운전사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과거 운전자가 승객을 선택해 합승시키는 것과 달리 승객이 직접 동승객을 찾는다는 차이가 있다.
현행 택시발전법은 택시 운수 종사자의 여객 합승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동성만 동승을 허용하는 등 승객의 안전성 담보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목적지 변경 등 불법 행위 방지와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실증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반반택시’의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번 개정 여객운수법을 통해 새로 지정된 세 가지 유형 중에서는 플랫폼 운송 사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차량과 운전사를 조달하고 총량제와 기여금 규제를 적용받지만 기존 택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가맹 사업이나 중개 사업은 기존 택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미나 실장은 “만약 플랫폼 운송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서비스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 ‘택시를 연결하는 플랫폼만 많아졌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택시와 플랫폼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모빌리티 산업의 최종 진화형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 Mobility as a Service)’다. 모든 이동 수단의 서비스화를 일컫는 개념으로 이동 수단이 소유가 아닌 공유 형태로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도어 투 도어’를 이루는 것이다. 김형진 센터장은 “MaaS 서비스 회사의 출현은 내연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동력원을 바꾸고 이동 데이터 공유를 통해 기존 교통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MaaS를 실현하기 위해선 자율주행·렌터·차량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산업이 어우러져야만 한다. 택시 가맹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꽃피어야만 ‘모빌리티 혁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모빌리티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업들과 택시업계의 진통이 이어지던 지난해 10월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향방을 이렇게 예측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들고나온 새로운 서비스에 택시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그간 국내 모빌리티 산업계는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 업계는 오랫동안 실무 논의 기구 등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밝히고 중재 과정을 거쳤다.
`지난 3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3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 법안을 토대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합차를 통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타다’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파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승합차 운영 어렵다’…결국 멈춰 선 타다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개정 여객운수법)’은 현재 택시만 가능했던 운송 사업을 플랫폼 운송 사업(렌터카 등 가능), 플랫폼 가맹 사업(택시만 가능), 플랫폼 중개 사업(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중개)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게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이 중 플랫폼 운송 사업의 신설은 이번 법률 개정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단순 중개 서비스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개발해 직접 운송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렌터카를 통한 탄력적 차량 조달에도 문을 열어 줬다. 플랫폼 운송 면허 취득, 기여금 납부, 택시 총량제(25만 대)하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11~15인승 승합차는 대여 시 운전사 알선 범위를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대여나 공항·항만에서 대여·반납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모빌리티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도권 내에서 활발한 투자 유치와 혁신적인 사업 모델 발굴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며 “택시도 플랫폼과 결합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유예 기간을 거쳐 1년 후 정식 시행에 들어가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조속히 제공한다.
지난 3월 개정 여객운수법 국회 통과 후 모빌리티업계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우선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4월 1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정 여객운수법은 운전자를 알선해 승합차를 일상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타다 베이직에 제동을 걸었다. 타다는 공지를 통해 “타다 베이직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운수법)’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다는 고급 택시 면허 보유 드라이버로 운영되는 ‘타다 프리미엄’과 예약 이동 서비스인 ‘타다 에어’, ‘타다 프라이빗’은 정상 운영한다.
타다 측은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부에 기여금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될 면허의 총량이나 기여금의 규모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다가 멈춰 선 반면 개정된 법안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운전사를 포함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 중인 ‘파파’는 플랫폼 운송 사업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준비해 4월 중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예고했다.
또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블루) 등 택시 기반 모빌리티 업체들도 기존 사업의 확장과 함께 신규 서비스 모델 출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준점 환영 vs 투자 경직…엇갈린 전망
개정 여객운수법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그동안 불확실했던 모빌리티 신사업에 ‘기준점’이 생겼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렌터카를 활용한 알선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지됐지만 플랫폼 운송 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여금을 납부하고 택시 면허에 기반한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렌터카를 통해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면허 총량의 한도가 중요하지만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형진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장은 “정보기술(IT) 기반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제도권에 흡수해 승객 이동이 질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 실장은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거대한 두 가지 규제가 전제됐고 방향성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되지 않아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이러한 조건에선 자칫하면 몇 개 사업자만이 고군분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모빌리티 산업계에서 초반 시장을 이끌던 카풀 스타트업들이 자취를 감췄고 타다 또한 서비스를 중단하자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은 택시 가맹 사업을 기반으로 ‘제도권’ 안으로의 편입을 택해 왔다.
대표적 모빌리티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택시 가맹 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택시 가맹 사업에서보폭을 넓혀 왔다. 타고솔루션즈는 사납금 없는 완전 월급제를 최초 시행해 택시 운전사에겐 안정적이고 개선된 근무 환경을, 이용자들에겐 승차 거부 없고 친절한 고품격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안됐다. 인수와 함께 타고솔루션즈의 사명은 ‘케이엠솔루션’으로 변경했고 서비스 명칭은 ‘카카오T블루’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T블루는 현재 서울·대구·성남·대전, 경기도 하남·남양주·구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4월 1일 기준 총 3881대(서울 675대, 성남 274대, 대전 1000대, 대구 1652대, 경기 하남·남양주·구리 280대)가 운영 중이다. 기존 택시 운전사들의 평균 연령이 60.4세였던 것에 비해 카카오T블루 신규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44세다. 또 서울과 성남은 택시 운전사 경험이 없는 지원자가 전체 지원 인원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 택시와 비교할 때 단거리 운행 완료 비율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블루는 자동 배차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행돼 서울 지역은 단거리(5km) 운행 비율이 일반 중형 택시 대비 9% 높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티제이파트너스’를 통해 총 9개 회사를 인수했고 900여 개의 면허를 확보했다. 하지만 가맹 사업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타다’가 각광 받은 이유는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도 서비스의 질 향상, 수요와 공급 일치를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했다. 우선 ‘자동 배차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주변의 빈 차량이 있으면 목적지에 상관없이 자동으로 배치되도록 했다.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외부 디자인과 스마트폰 충전기 구비 등 차별화된 탑승 환경도 마련했다. 또 엄격한 자체 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운전사들에게 운전대를 맡김으로써 승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택시 수요가 많은 출근·심야 시간대는 필수 승무 시간으로 지정해 원활한 탑승이 이뤄지게 했다.
택시 가맹 서비스로 주목받는 또 다른 기업은 KST모빌리티다. 2018년 설립된 KST모빌리티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서울에서 직영 ‘마카롱택시’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KST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는 서울 3600여 대, 지방 4000여 대 등 약 7600대다. 대전을 시작으로 제주·수원을 서비스 지역으로 확보했고 최근엔 대구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마카롱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4월부터는 운송 가맹 면허 자격 여건이 완화되므로 플랫폼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고 경기·울산·부산 등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ST모빌리티의 혁신형 택시 서비스 가맹 브랜드인 ‘마카롱택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예약 호출과 실시간 호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이 타는 ‘내가 타기’와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위한 ‘불러주기’ 호출도 가능하다. 사용자는 마카롱택시 앱을 통해 혁신형 브랜드 택시 마카롱택시는 물론 실시간 호출에 적합한 일반 중형 택시, 안락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고급 택시 등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KST모빌리티는 얼어붙었던 모빌리티업계에서 연초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KST모빌리티는 지난 1월 15일 1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NHN과 현대차·기아차가 각각 50억원, 재무적 투자자(FI)로 다담인베스트먼트·마그나인베스트먼트·열림파트너스 등이 8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마카롱택시의 누적 투자금은 230억원에 이른다. 향후 KST모빌리티는 유치한 투자금을 마카롱택시 사업 인프라와 서비스 협력 모델 확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 기술 고도화 등에 이용할 예정이다.
◆한국형 모빌리티의 핵심은 결국 택시?
이들이 ‘가맹 택시’를 택한 것은 택시를 통한 서비스 혁신이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택시는 버스·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과 달리 경로 변경이 자유로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이동이 가능하다. 또 서울에만 7만 대, 전국 25만 대 등 공급 규모도 충분하다.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이동성 서비스는 결국 그 나라의 교통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택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한국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KST모빌리티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는 7만1000여 대지만 하루 최대 공급되는 것은 4만8000여 대다. 수요가 많은 심야 시간대에는 전체 대수의 50~60%만이 운행되는 셈인데 사실상 승객들이 택시를 잡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맹형 택시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택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델도 등장했다. 국내 공유 경제 모빌리티 분야
1호로 지정된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는 승객이 앱을 통해 택시 동승을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동승객(동성)을 매칭해 택시 운전사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과거 운전자가 승객을 선택해 합승시키는 것과 달리 승객이 직접 동승객을 찾는다는 차이가 있다.
현행 택시발전법은 택시 운수 종사자의 여객 합승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동성만 동승을 허용하는 등 승객의 안전성 담보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목적지 변경 등 불법 행위 방지와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실증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반반택시’의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번 개정 여객운수법을 통해 새로 지정된 세 가지 유형 중에서는 플랫폼 운송 사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차량과 운전사를 조달하고 총량제와 기여금 규제를 적용받지만 기존 택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가맹 사업이나 중개 사업은 기존 택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미나 실장은 “만약 플랫폼 운송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서비스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 ‘택시를 연결하는 플랫폼만 많아졌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택시와 플랫폼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모빌리티 산업의 최종 진화형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 Mobility as a Service)’다. 모든 이동 수단의 서비스화를 일컫는 개념으로 이동 수단이 소유가 아닌 공유 형태로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도어 투 도어’를 이루는 것이다. 김형진 센터장은 “MaaS 서비스 회사의 출현은 내연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동력원을 바꾸고 이동 데이터 공유를 통해 기존 교통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MaaS를 실현하기 위해선 자율주행·렌터·차량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산업이 어우러져야만 한다. 택시 가맹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꽃피어야만 ‘모빌리티 혁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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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