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시대에 필수적인 보안 기술…국제표준 인정받고 유럽·미국에서 프로젝트 수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미래형 첨단 컴퓨터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처리를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게 한다.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0010010’과 같이 이진법으로 인식하고 처리한다. 각각의 0 또는 1을 기본 단위 ‘비트(bit)’라고 부른다. 컴퓨터는 한 번에 1비트씩 계산하는데 비트 양이 늘어날수록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큐비트(Qbit)’라고 불리는 양자 비트 하나에 0과 1을 한꺼번에 표시해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향후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점하는 이가 곧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연산 능력으로 사이버상의 암호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미래 핵무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 설립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날의 검’과 같은 특징도 있다. 처리 능력이 어마어마한 만큼 양자컴퓨터가 잘못 활용되면 전 세계의 암호 체계가 모두 무너지는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와 함께 ‘양자 암호 통신’ 기술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최근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양자 기술 개발에 각각 약 1조3000억원(10억 유로), 약 1조4000억원(12억 달러)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전송이 안전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양자 암호 통신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기업 중 양자 기술에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로 SK텔레콤이 꼽힌다. 양자 키 분배기(송신부와 수신부에서 양자 암호 키를 동시에 생성, 분배하는 기술), 양자 난수 생성기(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이 없는 암호를 만드는 기술)가 이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데, SK텔레콤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허먼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스위스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했다. 또 SK텔레콤의 통신 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 기술을 아우른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사내 퀀텀테크랩 조직을 IDQ에 통합했다. 이렇게 통합된 IDQ 사무소는 스위스·한국·미국·영국에 전진 배치됐다.
자회사 IDQ와 손잡은 지 1년 만에 SK텔레콤은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 암호 통신 구축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자회사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QKD(OPEN QKD)’ 프로젝트에 양자 키 분배기 공급사로 참여 중이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 키 분배기를 공급한다. IDQ는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은 약 100km)에 양자 암호 통신 시험망을 구축했다.
또 지난해 미국 양자 통신 전문 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IDQ는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최고의 보안 수준을 갖춰야 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 난수 생성기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다. 가입자 인증 서버는 단말 사용자가 통신망에 접촉할 때 정상 가입자로 인증해 주는 곳으로 개인 정보 보안이 필수적이다. 4월에는 롱텀에볼루션(LTE)망에도 양자 난수 생성기를 적용해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 키 분배 기술을 적용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했다.
◆5G 시대 더욱 각광 받을 양자 암호 통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 SK텔레콤의 양자 암호 통신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표준’으로 인정받게 됐다. SK텔레콤은 3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ITU-T 회의에서 자사가 제안한 ‘양자 키 분배 적용 네트워크의 필요 보안 사항’ 관련 기술 리포트가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됐다고 3월 31일 밝혔다.
ITU-T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기통신표준화 부문을 뜻하며 전기통신 관련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ITU의 산하 기관으로 통신 분야의 표준을 정한다. 이번 표준 채택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양자 암호 통신 도입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전 세계에 통용되는 표준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양자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승인 받은 표준은 양자 키 분배 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보안 사항에 관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통신 거점 간 양자 키 전송 시 갖춰야 하는 보안 요건과 함께 양자 키 분배를 관리하는 통신 거점에 필요한 보안 수준 등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수립했다.
김윤 SK텔레콤 AIX센터장(CTO)은 “이번 표준 채택은 SK텔레콤이 안전한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양자 암호 통신 기술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SK텔레콤은 글로벌 표준 개발과 초협력 등 양자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며 양자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5G는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 B2B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 하지만 5G 통신망에 많은 사물이 연결되면 해킹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B2B 영역에 대한 해킹이 이뤄진다면 기업과 정부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자 현상을 통신에 적용해 보안성을 높여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5G를 향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글로벌 통신사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3일부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내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양자 기술 관련 협력을 시작했다. 텔레콤 이탈리아·텔레포티카·에릭슨 등과 함께 양자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 등 양자 기술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중 SK텔레콤은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과 향후 기술 발전 전망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 결과는 추후 백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미래형 첨단 컴퓨터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처리를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게 한다. 기존 컴퓨터는 정보를 ‘0010010’과 같이 이진법으로 인식하고 처리한다. 각각의 0 또는 1을 기본 단위 ‘비트(bit)’라고 부른다. 컴퓨터는 한 번에 1비트씩 계산하는데 비트 양이 늘어날수록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큐비트(Qbit)’라고 불리는 양자 비트 하나에 0과 1을 한꺼번에 표시해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향후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점하는 이가 곧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연산 능력으로 사이버상의 암호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미래 핵무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 설립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날의 검’과 같은 특징도 있다. 처리 능력이 어마어마한 만큼 양자컴퓨터가 잘못 활용되면 전 세계의 암호 체계가 모두 무너지는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와 함께 ‘양자 암호 통신’ 기술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최근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양자 기술 개발에 각각 약 1조3000억원(10억 유로), 약 1조4000억원(12억 달러)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전송이 안전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양자 암호 통신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기업 중 양자 기술에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로 SK텔레콤이 꼽힌다. 양자 키 분배기(송신부와 수신부에서 양자 암호 키를 동시에 생성, 분배하는 기술), 양자 난수 생성기(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이 없는 암호를 만드는 기술)가 이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데, SK텔레콤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허먼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스위스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했다. 또 SK텔레콤의 통신 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 기술을 아우른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사내 퀀텀테크랩 조직을 IDQ에 통합했다. 이렇게 통합된 IDQ 사무소는 스위스·한국·미국·영국에 전진 배치됐다.
자회사 IDQ와 손잡은 지 1년 만에 SK텔레콤은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 암호 통신 구축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자회사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QKD(OPEN QKD)’ 프로젝트에 양자 키 분배기 공급사로 참여 중이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과 연구 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 키 분배기를 공급한다. IDQ는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은 약 100km)에 양자 암호 통신 시험망을 구축했다.
또 지난해 미국 양자 통신 전문 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IDQ는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최고의 보안 수준을 갖춰야 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 난수 생성기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다. 가입자 인증 서버는 단말 사용자가 통신망에 접촉할 때 정상 가입자로 인증해 주는 곳으로 개인 정보 보안이 필수적이다. 4월에는 롱텀에볼루션(LTE)망에도 양자 난수 생성기를 적용해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 키 분배 기술을 적용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했다.
◆5G 시대 더욱 각광 받을 양자 암호 통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최근 SK텔레콤의 양자 암호 통신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표준’으로 인정받게 됐다. SK텔레콤은 3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ITU-T 회의에서 자사가 제안한 ‘양자 키 분배 적용 네트워크의 필요 보안 사항’ 관련 기술 리포트가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됐다고 3월 31일 밝혔다.
ITU-T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기통신표준화 부문을 뜻하며 전기통신 관련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ITU의 산하 기관으로 통신 분야의 표준을 정한다. 이번 표준 채택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양자 암호 통신 도입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전 세계에 통용되는 표준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양자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승인 받은 표준은 양자 키 분배 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보안 사항에 관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통신 거점 간 양자 키 전송 시 갖춰야 하는 보안 요건과 함께 양자 키 분배를 관리하는 통신 거점에 필요한 보안 수준 등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수립했다.
김윤 SK텔레콤 AIX센터장(CTO)은 “이번 표준 채택은 SK텔레콤이 안전한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양자 암호 통신 기술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SK텔레콤은 글로벌 표준 개발과 초협력 등 양자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며 양자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5G는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 B2B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 하지만 5G 통신망에 많은 사물이 연결되면 해킹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B2B 영역에 대한 해킹이 이뤄진다면 기업과 정부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자 현상을 통신에 적용해 보안성을 높여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5G를 향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글로벌 통신사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3일부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내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양자 기술 관련 협력을 시작했다. 텔레콤 이탈리아·텔레포티카·에릭슨 등과 함께 양자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 등 양자 기술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중 SK텔레콤은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과 향후 기술 발전 전망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 결과는 추후 백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