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중 4명 임기 만료…4년 만에 확 바뀌는 금통위, 과제는?
입력 2020-04-14 09:49:25
수정 2020-04-14 09:49:25
[비즈니스 포커스]- 통화 정책 정하고 한은 살림 챙기는 역할…전문성 기본으로 ‘올 라운드 플레이어’ 필요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7인의 현자’로 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4년 만에 바뀐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거시 경제 정책의 큰 축인 통화 정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총 7명 중 절반 이상이 바뀐다는 점에서 새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이후 통화 정책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통화위원(이하 금통위원)은 누구이고 어떻게 선발되며 어떤 역할을 할까.
‘총재급’, ‘한은맨’, ‘연임설’ 솔솔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4월 9일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다. 앞서 3주 전인 3월 16일에는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긴박했던 당시 분위기는 금통위 의사록에 잘 나타나 있다. 사상 최저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우려하고 ‘경기 급락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0.7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0%대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게 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 경감을 통해 성장·물가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총 7인의 위원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했고 토의 결과 다수 의견에 따라 0.75% 기준금리를 골자로 한 통화 정책 운용이 결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이자의 기준선은 집값과 물가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즉 금통위원들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돈의 질서가 잡힌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정책 결정 기구다. 기준금리 등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게 주요 업무다. 또 유럽계 중앙은행과 달리 한국은행 내부 운영과 관련해 조직·예산 등을 의결한다. 기업으로 보면 이사회와 같고 정부 기관과 비교하면 안전행정부(조직)와 기획재정부(예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에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한은 역사상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다수 교체된다. 4월 20일 금통위원 7명 중 4명의 임기가 끝나면서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겸임 당연직), 윤면식 부총재(당연직), 임지원 금통위원만 남고 바뀐다.
금통위는 통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파적 인물과 비둘기파적 인물을 균형감 있게 배치한다. 금통위원의 성향으로 보면 임기가 끝나는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임기가 남은 임지원 금통위원은 매파 성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비둘기파에 가까운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금통위원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우선 기획재정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주미 대사)가 있다. 조 교수는 2018년 이 총재가 연임되기 전 유력한 한은 총재로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총재급’ 인사로 불린다. 이 총재와 동갑인 조 교수는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생각’ 소장으로 재직했다.
또 한은 출신 금통위원 후보군으로 서영경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전 부총재보)과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조사국장)이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후보로 꼽힌다.
물론 기존 위원들의 연임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올 초 이주열 총재가 연임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분석이다. 금통위원의 임기는 4년(부총재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1997년 금통위원 비상근 체제를 상근 체제로 바꾼 이후 단임이 당연시됐다. 연임설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금융·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통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커진 데 있다. 통상적으로 신임 금통위원들이 통화 정책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한은 내부 조직 문화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한편에선 합의된 의결 기구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 대통령이 다수를 임명하는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이후 2년간 후임자 없이 장기 공석이 유지되면서 2012년 지금과 같은 무더기 교체가 이뤄졌고 2016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이 때문에 2018년 한은법을 개정해 순차적으로 2명씩 교체되도록 했다. 이번에 임명될 금통위원 4명 중 2인의 임기는 한시적으로 1년 단축된 3년이다.
위기일수록 역할은 더 커진다
1950년 6월 한은 설립과 함께 출범한 금통위는 위원회 형태로 존재해 왔다. 정부 기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최종 의사 결정을 한다면 한은은 개인이 아닌 위원회 조직을 통해 결정하는 게 차이점이다. 표결에서는 모든 위원이 N분의 1로 똑같은 투표권을 갖는다. 금리 결정이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화 정책을 둘러싸고 각 이해관계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중립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가 의견을 개진하면서 토론을 거친 후 위원회를 통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특징이다.
금통위의 인적 구성은 초창기엔 ‘금융·산업·경제의 각계 대표’로 이뤄졌다. 출범 초기에는 금융인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기업인들도 금융 소비자의 관점에서 참여했다. 현재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인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고 5인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전문성 측면에선 1997년 상근 체제로 바뀐 이후 경제 중에서도 통화 정책과 거시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가진 위원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지금의 추천제 형태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금통위원 추천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장은 “우리가 추천제를 배워 온 일본도 1997년에 없앤 제도”라며 “아직까지 추천제를 유지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정책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각 기관의 추천을 받으면 위원들이 추천자의 의견에 안면 몰수하고 신경을 끄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추천자의 이익 보호에 나서는 게 임명 취지에 충실한 것인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은 소위 ‘꽃보직’으로 불리곤 한다. 금통위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연봉은 3억2530만원(2018년 기준)을 받는다. 정부가 임명하는 자리 중 임기가 보장되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받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차량·운전사·비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계와 금융업계, 경제 관료도 탐내는 자리다.
반면 어깨가 매우 무겁다. 역할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사상 초유의 0%대 기준 금리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통화 정책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는 금리 인하 이외에도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 수단을 필요로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 금융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의 역할도 부여받으며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Fed와 같이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로서의 역할도 추가되고 있다. 이론뿐만 아니라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인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한은의 장기적인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일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은은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내고 중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국회가 아닌 금통위에서 살림살이를 꾸린다. 전자 화폐나 발권 등 지급 결제도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다. 1년에 24차례 열리는 본 회의에서 8번은 금리 결정, 4번은 금융 안정 상황 점검, 나머지 12번은 기타 이슈를 다룬다. 이를 위해 1년에 100차례 이상 비공개 회의를 거듭한다.
과거 금통위원을 지낸 한 위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어 금리를 추가 인하해도 과거와 같이 소비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통화 정책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개방 신흥국으로서 대내외 변수를 확인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 합류하는 금통위원들은 두세 배 이상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화폐 금융론의 대가로 불리는 프레데릭 미시킨 Fed 전 총재는 “통화 정책은 ‘사이언스’가 아닌 ‘아트’”라고 말했다.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감’이 중요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점차 요구되고 있다. 금리만으로 통화 정책을 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통화 정책을 이끌 차기 금통위원들이 시장의 신뢰를 받으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7인의 현자’로 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4년 만에 바뀐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거시 경제 정책의 큰 축인 통화 정책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총 7명 중 절반 이상이 바뀐다는 점에서 새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이후 통화 정책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통화위원(이하 금통위원)은 누구이고 어떻게 선발되며 어떤 역할을 할까.
‘총재급’, ‘한은맨’, ‘연임설’ 솔솔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4월 9일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다. 앞서 3주 전인 3월 16일에는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긴박했던 당시 분위기는 금통위 의사록에 잘 나타나 있다. 사상 최저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우려하고 ‘경기 급락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0.7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0%대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리게 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 경감을 통해 성장·물가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총 7인의 위원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했고 토의 결과 다수 의견에 따라 0.75% 기준금리를 골자로 한 통화 정책 운용이 결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이자의 기준선은 집값과 물가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즉 금통위원들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돈의 질서가 잡힌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정책 결정 기구다. 기준금리 등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게 주요 업무다. 또 유럽계 중앙은행과 달리 한국은행 내부 운영과 관련해 조직·예산 등을 의결한다. 기업으로 보면 이사회와 같고 정부 기관과 비교하면 안전행정부(조직)와 기획재정부(예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에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한은 역사상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다수 교체된다. 4월 20일 금통위원 7명 중 4명의 임기가 끝나면서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겸임 당연직), 윤면식 부총재(당연직), 임지원 금통위원만 남고 바뀐다.
금통위는 통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파적 인물과 비둘기파적 인물을 균형감 있게 배치한다. 금통위원의 성향으로 보면 임기가 끝나는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임기가 남은 임지원 금통위원은 매파 성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비둘기파에 가까운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금통위원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우선 기획재정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주미 대사)가 있다. 조 교수는 2018년 이 총재가 연임되기 전 유력한 한은 총재로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총재급’ 인사로 불린다. 이 총재와 동갑인 조 교수는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생각’ 소장으로 재직했다.
또 한은 출신 금통위원 후보군으로 서영경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전 부총재보)과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조사국장)이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후보로 꼽힌다.
물론 기존 위원들의 연임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올 초 이주열 총재가 연임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분석이다. 금통위원의 임기는 4년(부총재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1997년 금통위원 비상근 체제를 상근 체제로 바꾼 이후 단임이 당연시됐다. 연임설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금융·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통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커진 데 있다. 통상적으로 신임 금통위원들이 통화 정책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한은 내부 조직 문화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한편에선 합의된 의결 기구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 대통령이 다수를 임명하는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이후 2년간 후임자 없이 장기 공석이 유지되면서 2012년 지금과 같은 무더기 교체가 이뤄졌고 2016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이 때문에 2018년 한은법을 개정해 순차적으로 2명씩 교체되도록 했다. 이번에 임명될 금통위원 4명 중 2인의 임기는 한시적으로 1년 단축된 3년이다.
위기일수록 역할은 더 커진다
1950년 6월 한은 설립과 함께 출범한 금통위는 위원회 형태로 존재해 왔다. 정부 기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최종 의사 결정을 한다면 한은은 개인이 아닌 위원회 조직을 통해 결정하는 게 차이점이다. 표결에서는 모든 위원이 N분의 1로 똑같은 투표권을 갖는다. 금리 결정이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화 정책을 둘러싸고 각 이해관계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중립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가 의견을 개진하면서 토론을 거친 후 위원회를 통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특징이다.
금통위의 인적 구성은 초창기엔 ‘금융·산업·경제의 각계 대표’로 이뤄졌다. 출범 초기에는 금융인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기업인들도 금융 소비자의 관점에서 참여했다. 현재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인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고 5인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전문성 측면에선 1997년 상근 체제로 바뀐 이후 경제 중에서도 통화 정책과 거시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가진 위원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지금의 추천제 형태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금통위원 추천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장은 “우리가 추천제를 배워 온 일본도 1997년에 없앤 제도”라며 “아직까지 추천제를 유지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정책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각 기관의 추천을 받으면 위원들이 추천자의 의견에 안면 몰수하고 신경을 끄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추천자의 이익 보호에 나서는 게 임명 취지에 충실한 것인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은 소위 ‘꽃보직’으로 불리곤 한다. 금통위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연봉은 3억2530만원(2018년 기준)을 받는다. 정부가 임명하는 자리 중 임기가 보장되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받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차량·운전사·비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계와 금융업계, 경제 관료도 탐내는 자리다.
반면 어깨가 매우 무겁다. 역할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사상 초유의 0%대 기준 금리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통화 정책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는 금리 인하 이외에도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 수단을 필요로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 금융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의 역할도 부여받으며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Fed와 같이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로서의 역할도 추가되고 있다. 이론뿐만 아니라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인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한은의 장기적인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일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은은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내고 중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국회가 아닌 금통위에서 살림살이를 꾸린다. 전자 화폐나 발권 등 지급 결제도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다. 1년에 24차례 열리는 본 회의에서 8번은 금리 결정, 4번은 금융 안정 상황 점검, 나머지 12번은 기타 이슈를 다룬다. 이를 위해 1년에 100차례 이상 비공개 회의를 거듭한다.
과거 금통위원을 지낸 한 위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어 금리를 추가 인하해도 과거와 같이 소비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통화 정책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개방 신흥국으로서 대내외 변수를 확인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 합류하는 금통위원들은 두세 배 이상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화폐 금융론의 대가로 불리는 프레데릭 미시킨 Fed 전 총재는 “통화 정책은 ‘사이언스’가 아닌 ‘아트’”라고 말했다.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감’이 중요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점차 요구되고 있다. 금리만으로 통화 정책을 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통화 정책을 이끌 차기 금통위원들이 시장의 신뢰를 받으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