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리스크에 등골 휘는 공기업들

[비즈니스 포커스]
-항공·철도·도로 이용객 급감해 매출 ‘뚝’…재정 부담에 경영 지표 ‘휘청’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국가 간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가 확산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충격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항공·철도·도로 등 교통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주)SR·한국도로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 하늘길 덮친 코로나19, 공항공사 직격탄

전염병은 공기업들의 매출액과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여러 경영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항공 공기업이다. 항공업은 국가 간 인적·물적 이동의 핵심 수단인 만큼 전염병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3월 말 국제선 여객 수가 7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173만6000명 대비 96% 급감했다. 4월 6일 공항 평균 이용 여객 수는 4581명으로 하루 여객 수가 50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최저 기록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정점에 달했던 2003년 5월 20일로, 당시 이용객 수는 2만6777명이었다.

국회 교통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 횟수는 올해 1월 주 7800회에서 3월 첫 주 3598회로 4202회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확산세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향후 항공 수익(여객·운항)은 4737억원, 상업 시설 수익과 주차장 등 비항공 수익은 927억원 등 총 5664억원이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국제공항과 울산·광주·여수·포항·사천·군산·원주공항 등 14개 지방 공항을 운영한다.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처지다.

4월 6일부터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던 중국 남방항공의 김포~베이징 노선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되면서 4월 한 달 동안 개점휴업 상태다. 3월 12일에는 김포공항 국제선 항공기가 한 대도 뜨지 않아 하루 이착륙 항공기 수가 ‘0대’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2019년 공항 이용객 467만 명을 기록했던 대구국제공항은 대구와 해외를 잇는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지난 3월 이용객이 2만2822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3월 39만9486명과 비교해 94% 정도가 줄었다.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3월 당기순손실로 전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뿐만 아니라 철도 이용객 수도 급감하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여객 매출이 전년 대비 60% 정도 떨어졌다. 물류를 제외한 3월 여객 운송 수익은 1056억원으로 전년 동월 2762억9000만원 대비 61.8% 정도 감소했다.

SR이 운영하는 수서고속철(SRT)도 지난 3월 이용객 수가 72만9000명을 기록, 전년 동기 189만7000명보다 62% 감소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지난해 3월 43만6000명의 이용객이 몰렸던 동대구역 승하차 이용객이 8만40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과 철도보다 충격파가 덜하지만 고속도로 통행 차량 감소로 한국도로공사도 주요 수입원인 통행료와 휴게소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3월 6일까지 통행료 수입은 4233억원으로, 전년 4736억원에 비해 10% 정도 줄었다.같은 기간 휴게소 매출액은 1483억원으로 전년 2028억원보다 약 27% 감소했다.




◆ 재무 건전성 ‘빨간불’…허리띠 졸라 맨다

정부 지원책은 대부분 민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정부 정책 추진으로 발생한 공기업들의 재무 지표 하락을 내년도 공기업 경영 평가 시 감안할 방침이다. 공기업이 산업계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 도로·항공·철도 공기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항공업 등 민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긴급대응반을 꾸렸다. 관련 공기업의 이용객 감소 추이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 기관 경영 실적 평가 지표 중 ‘통제 불능성’ 항목이 있는데 천재지변과 전염병 창궐 등 경영 외적인 요소에 의해 경영 실적에 현저한 변화가 있다면 그 영향분을 보정해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지난해 말 확정한 2019년도 공공 기관 경영 평가 편람에 이미 일반 원칙으로 반영돼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영향과 만회 노력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재무 지표가 악화한 공기업들의 상황을 평가 시 감안하겠다고 했지만 악화된 재무 상황을 마냥 두고 볼 수만도 없다.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공적 역할 수행을 위해 부채를 감수하고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재무 손실은 일반 기업에 비해 단기간에 만회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전보다 재무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축소됐지만 공기업 부채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세심한 부채 관리가 중요해졌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공기업들의 경영난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공 기관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정책 사업과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가진 만큼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 못지않게 재무 건전성 확보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은 재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비용 절감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피해 확산에 따른 단기 유동성, 중·장기 재무 구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재무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인천공항 매출 감소와 사용료 감면 등을 반영해 1조1988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항공사와 공항 입점 업체 등 민간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철도공사는 탄력적 가격 정책과 할인 제도 등을 통한 단기 이탈 수요 회복을 꾀한다. 이 밖에 유휴 공간 신규 임대, 신규 광고 매체 개발 등을 통한 수입 증대와 대전·광운대·용산병원 등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SR은 코로나19로 인한 적자분을 보전하기 위해 연말까지 경비나 소모성 비용을 50% 절감해 재무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긴축 재정 기조를 원칙으로 예산 절감에 노력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조기에 재정을 집행해 추진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 출자금은 상반기에 조기 수령할 수 있도록 정부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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