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 ‘점유율 70%’ 올리브영...'O2O' 시너지로 성장세 이어간다

-시장 개척자로 선점 효과, ‘뷰티 강화’ 전략도 적중
-‘차별화 제품’ 선보이며 후발 주자 따돌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건강 보조 식품과 미용 제품 등을 함께 판매하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점포다. 그런데 H&B 스토어라는 단어가 오직 한국 유통 시장에서만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의약품을 중심으로 운영해 오던 ‘드럭스토어’를 한국 실정에 맞춰 바꾸다 보니 H&B 스토어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다.

국내에서 H&B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년 20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급격히 커지면서 2018년 약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약 3조원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팽창하는 H&B 시장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약 70% 정도로 추산된다. H&B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도 점포 확대 이어 간다


실적의 ‘바로비터’라고 볼 수 있는 업체별 점포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는 현재 점포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마트 부츠는 올해 10여 개의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철수설까지 나돈다.

반면 올리브영은 올해도 점포 수를 늘려 나갈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만큼은 아니더라도 주요 상권에 신규 점포를 꾸준히 출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CJ올리브네트웍스와 분할한 뒤 최근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거둔 성적표를 공개했다. 두 달 동안 약 3660억원의 매출과 17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떻게 올리브영은 경쟁사들과 달리 H&B 시장에서 ‘나 홀로 성장’을 이어 가는 것일까.

주된 요인으로는 단연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한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올리브영은 1999년 처음 문을 열었다. 해외에서 약국과 소매점을 합친 드럭스토어가 성행하는 것을 보고 이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 계기였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당초 올리브영은 해외의 드럭스토어를 그대로 표방해 점포 내 약사가 상주하는 약국을 이른바 ‘숍인숍’ 형태로 개설하며 운영했다. 서울 신사동에 331㎡(1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던 첫 매장만 보더라도 83㎡(25평) 정도가 약국을 차지할 정도로 의약품의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논란이 됐다. 대한약사회가 ‘대기업의 약국 소매업 참여’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올리브영은 결국 ‘건강과 미용’을 새 콘셉트로 잡았고 지금과 같은 H&B 스토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들을 하나둘 확장해 나갔다. 당시만 해도 어쩔 수 없이 전환한 사업 방식이 지금의 큰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후에도 올리브영은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옴니 채널’ 구축 위해 주력


올리브영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2008년이다. 이대로 가다간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규모의 경제’ 구축을 목적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과 같은 지방 대도시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막대한 임차료를 내며 매장을 확대해 나간 것이다. 매년 손에 꼽을 정도로 점포 수를 늘려 왔던 올리브영은 2008년에만 15개의 새 매장의 문을 열며 이전에 볼 수 없던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나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강식품보다 뷰티 제품 강화에 더 무게를 둔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당시 국내 뷰티 시장은 로드숍 브랜드들이 대세였다. 로드숍은 한 브랜드에서 만든 상품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올리브영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제품을 입점시켜 매장 안에서 여러 종류의 화장품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이런 판매 방식은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리브영이 한국 화장품 유통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상품 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뛰어난 상품성을 지녔음에도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매장에 선보인 것 역시 로드숍에 서서히 질려가던 소비자들에겐 새로움으로 다가섰다.

지금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닥터자르트’, ‘메디힐’ 등도 올리브영에 기반해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밖에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해외에서 단독으로 소싱해 들여오는 ‘온리원 브랜드’도 꾸준히 론칭하며 소비자들이 굳이 올리브영을 찾아야만 하는 ‘목적’을 만들어 줬다. 온리원 브랜드는 오직 올리브영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PB 상품들이 해외 수출에 성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운용의 묘’도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로 지목된다. 올리브영은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 상권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맞춤형 매장을 만들어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올리브영 홍대점’은 매장 초입에 남성 화장품과 향수 등을 배치했다. 홍대 상권을 파악한 결과 유독 남성 화장품과 향수 매출 비율이 높다는 결과를 찾았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을 따돌린 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올리브영 내부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올리브영이 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아우르는 ‘옴니 채널’ 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과 자사 온라인 몰의 경쟁력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 작업이 한창이다.

빠르게 상품을 배송해 주는 ‘오늘 드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오늘드림은 올리브영 온라인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구매한 제품을 주문 후 최대 3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업계 최초의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아닌 주소지 인근 매장에서 포장·배송하는 방식으로, 전국 매장망과 연계해 배송 시간을 단축한 것이 강점”이라며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에서 수시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온라인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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