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순위 경쟁’…서울대 MBA, 고려대 제치고 8년 만에 첫 1위

[커버스토리 : 300대 기업 인사담당자가 뽑은 국내 최고 MBA는?] - 300대 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국제화’·‘조직 융화력’에서 약진하며 선두로 올라서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2006년 출범한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국내 경영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자기 계발과 경력 전환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해외 MBA가 경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면 한국형 MBA는 야간과 주말을 활용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도 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학들은 MBA 과정을 차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AI)이 부상하면서 MBA도 기존 마케팅·재무 중심 커리큘럼에서 특화된 교과 과정을 신설하는 추세다. 또 해외 대학과의 제휴를 늘리고 글로벌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추며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국내 MBA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국제화와 조직 융화력에서 큰 폭 오른 서울대
한경비즈니스는 2013년부터 매년 ‘전국 MBA 평가’를 실시해 왔다. 한국형 MBA의 현주소를 묻고 혁신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MBA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이번 평가는 교육부로부터 한국형 MBA로 인증 받은 13개교에 카이스트 MBA, 세종대 MBA,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을 추가해 16개 MBA를 대상으로 했다. aSSIST는 올해 처음 조사에 포함됐다.

설문은 채용 선호, 발전 가능성, 조직 융화력, 국제화, 전문성, 진학 추천 등 6개 부문에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한경비즈니스가 매출액을 기준으로 선정한 ‘300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다. 한경비즈니스 MBA 평가는 인력 시장의 수요자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직접 설문에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MBA 졸업생들이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가 설문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조사 결과 이변이 벌어졌다. 서울대 MBA가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경비즈니스가 MBA 평가를 시작한 2013년부터 종합 1위는 고려대 MBA의 몫이었다. 서울대 MBA는 늘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체 6개 부문에서 서울대는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달랐다. 서울대 MBA는 채용 선호(905점), 국제화(876점), 전문성(904점), 진학 추천(877점) 등 총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종합 1위에 올랐다. 전체 총점은 4910점이다.

부문별로 보면 특히 채용 선호와 전문성 부문에서 900점대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졸업생을 가장 채용하고 싶은 MBA는 어디인가’, ‘교과 과정과 졸업생의 전문성이 가장 뛰어난 MBA는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에 인사 담당자들은 서울대 MBA를 1순위로 꼽았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서울대 MBA는 특히 국제화와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의 순위 상승이 눈에 띈다. 서울대 MBA는 국제화 부문에서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또 조직 융화력 부문에선 지난해 4위에서 올해 3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고려대 MBA는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총점 4868점을 기록했다. 1위와 점수 차이는 불과 42점이다. 부문별로는 발전 가능성(723점)과 조직 융화력(918점) 두 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MBA는 어디인가’, ‘졸업생들의 조직 융화력이 가장 뛰어난 MBA는 어디인가’를 물은 결과다.

고려대 MBA 2개 부문 최고점
조직 융화력은 고려대 MBA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문이다. 고려대 MBA는 매번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타 대학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 왔다. 올해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MB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위에 올랐다. 종합 점수 4442점으로 2위와의 점수 차이는 426점이다.

연세대는 국제화(796점)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여전히 높은 점수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연세대 MBA는 국내 최초로 100%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풀타임 글로벌 MBA를 1998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풀타임 MBA’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MBA의 글로벌화를 선도했다.

4위는 카이스트 MBA가 차지했다. 카이스트 MBA는 특히 전문성 부문이 눈에 띈다. 카이스트는 전문성 부문에서 735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다.

카이스트 MBA는 국내 최고의 이공계 연구 대학이라는 특성을 살려 4차 산업혁명 핵심 역량 강화 커리큘럼을 강화했다. 기술과 경영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 경영인,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5위에 오른 성균관대는 종합 점수 3415점을 얻었다. 성균관대는 2004년 글로벌 MBA 과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 왔다. 30명으로 출발한 학생은 400명으로 늘었다. 주간 풀타임 MBA를 기준으로 신입생의 50% 이상이 세계 각국의 학생들로 구성되면서 국제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6~10위권 MBA는 지난해와 순위 변화가 없었다. 서강대(2908점)·한양대(2604점)·중앙대(1754점)·이화여대(1454점)·건국대(1097점) 순으로 조사됐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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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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