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비대면 활동의 ‘마지막 퍼즐’은 로봇

[테크놀로지]-소독 작업에 사람 대신 ‘토르원’ 원격 조종 로봇 투입…열감지 순찰 업무에 드론 활용하기도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활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 원격 의료 등 일부 서비스 분야에 국한됐던 비대면 활동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완전한 비대면 활동을 구현하려면 로봇 기술은 필수적이다.

코로나19가 유발한 비대면 활동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의 비대면 관련 분야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사업의 대표 주자인 온라인 유통업에서는 오카도·아마존 등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잘 활용하기로 소문난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이 동반 상승했다. 전통적인 사업 방식을 유지하던 다른 산업들에서도 기존의 오프라인 활동을 온라인과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시장 조사 기관과 컨설팅 업체들은 비대면 접촉 방식의 활동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주요 활동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 간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종 업무를 사람 간의 접촉 없이 수행하려는 시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화상 회의나 그룹 통화 등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생겼고 학교의 교실 수업을 온라인 재택 수업으로 대체해 진행 중이다.

또 인터넷 사용에 미숙한 시니어 세대들이 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등 기존 통념과 다른 사례도 늘어났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공개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터쇼가 아닌 온라인 쇼를 선택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CGV는 스낵 판매 사업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고 픽업 박스에서 직접 찾아가는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고 상영 시간, 상영관, 화장실 위치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용 로봇 체크봇도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먼저 발생한 중국에서는 의료·복지 분야에서 각종 방제·방역·의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작업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역의 소독 작업에는 작업자가 감염되지 않도록 사람 대신 ‘토르원’이라고 불리는 원격 조종 로봇이 투입됐다. 또 열 감지 카메라를 장착해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을 식별하는 순찰 업무에도 드론과 로봇이 동원됐다.

환자가 폭증하던 당시 병원 내에서는 의료진과 환자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원격 진료, 환자식 운반 등의 업무에 로봇을 시험적으로 투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샤오보’와 같은 로봇들은 처방약을 전달하고 환자에게 각종 예방 수칙을 알려주는 간호 업무 보조용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병원이나 환자가 수용된 호텔에서 환자에게 식사를 운반하는 업무에도 키넌로보틱스의 ‘리틀피넛’과 같은 운반용 로봇이 시험적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각종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활동들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작업이나 공정을 인력에 의존하는 정도에 따라 비대면의 수준은 각각 상이하다.

예를 들어 정보 전달에 목적을 둔 마케팅 활동이나 정보 교환의 속성을 지닌 거래 계약 등의 업무는 현재의 통신·인터넷 등 IT로 충분한 수준의 비대면 활동을 구현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 간의 접촉 없이 온라인만으로도 각종 상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이미 활성화된 온라인 주식 체결 시스템이 입증하듯이 각종 거래도 보안이 갖춰진 전산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택배 물품과 같이 실체가 있는 사물을 직접 다루는 작업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현재 비대면 활동의 수준이 아직 낮은 편이다. 온라인 유통을 예로 들면 온라인 몰에서 상품을 골라 주문, 결제하는 과정은 사람 간의 만남을 통해 계약서를 교환하지 않고 온라인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히 처리된다. 하지만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배송 단계는 인력에 의존한다. 특히 고객의 집 현관 또는 집 안으로 택배 물품을 배달하는 작업은 전적으로 사람 간의 접촉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물류·유통업 외 다른 산업들에도 사람 간의 접촉 없이 처리하기 힘든 공정들이 여전히 많다.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주사를 놓거나 수술하는 업무는 아직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해 처리해야 하는 작업들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은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물류 창고 내에서 이뤄지는 입출고 작업에서도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신차 출시를 온라인 쇼로 대체할 수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차량 시승 또는 판매 차량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업무 등은 직원과 고객이 만나 처리해야 한다.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조리 과정도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현재 완성도 높은 비대면 활동들은 온라인 마케팅, 온라인 주문, 이북(e-book) 등 주로 서비스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공정을 비대면으로 바꾼 칼리그룹
온라인 서비스와 달리 실제 사물을 다루는 분야에서 비대면 활동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사람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사람 간의 물리적 접촉을 줄이면서도 사람이 하던 물리적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비대면 활동이 되려면 각 공정마다 인간 작업자의 역할을 대행하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수단은 대부분 로봇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모든 공정에서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고 비대면 활동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외식 업체 칼리그룹은 매장 내에서 직원과 고객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공정을 비대면 활동으로 대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칼리그룹의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 받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다. 키오스크에는 자체 개발한 팝ID란 이름의 얼굴 인식 지불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주방에서 고기 패티를 굽고 햄버거를 만드는 모든 조리 작업도 미소 로보틱스의 로봇 ‘플리피’가 주도한다. 사람은 로봇의 작업을 감독하는 수준에 그친다.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서빙 역시 실내 운반 로봇이 맡고 있다.

칼리의 시도는 아직 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작업이 단순한 일부 분야들에서는 로봇으로 비대면 활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의 방역 작업용 로봇 토르원이나 ‘펄스 크세논 자외선’을 이용해 주변 공간을 살균하는 미국 제넥스의 로봇은 인간 대신 오염 지역에 들어가 소독 작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복합적인 행동과 공정으로 구성된 분야에서 비대면 활동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여전히 인력에 의존하는 주요 공정들을 로봇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업은 상품의 입출고 또는 최종 배송(Last Mile Delivery) 등을 피킹 기능과 운반 기능을 갖춘 로봇 중심의 공정으로 대체해야 한다. 의료 산업은 주사를 놓을 수 있는 간호 전문 로봇, 보다 다양한 질환에 대처할 수 있는 수술 로봇들이 나와야 한다.

이런 복합적인 작업을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대체하려면 보다 다양한 로봇 기술들이 개발돼야 한다. 택배 상품을 운반하는 작업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계단·장애물 등 복잡한 공간을 주요 활동 영역으로 삼는 곳에는 보행 동작 기술도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에게 택배 물품을 직접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모양·무게·부피·재질 등에서 다양한 속성을 지닌 사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빈 피킹(bin-picking)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빈 피킹 기술에는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각·촉각 등의 감각을 대신하는 AI도 수반돼야 한다.

물류 등 일부 분야에서는 로봇 자체에 적용되는 기술 못지않게 다수의 로봇들이 협동해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통합(SI) 기술도 필요하다. 물류센터의 출하 공정을 로봇 전용 시스템으로 개편하는데 성공한 오카도의 핵심 기술을 들자면 로봇 자체보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천 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는 SI 관련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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