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막내’ 같은 서빙 로봇 ‘페니’…실리콘밸리 S급 인재들이 의기투합했죠”

[커버스토리=코로나19가 바꾼 스타트업 투자 지도]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인터뷰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베어로보틱스는 서빙 로봇인 ‘페니’를 개발해 외식 서비스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이미 상품화를 달성해 미국·한국·일본에 100여 대를 공급했다.

로봇 1대의 대여비는 월 1500달러(약 175만원) 수준으로 단 한 번의 충전으로 200회 이상 서빙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대면 서빙이 가능한 페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4월 28일 영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한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페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페니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구글 엔지니어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

“‘페니’는 주방과 고객들 사이를 오가면서 음식과 음료를 배달하고 테이블 정리를 도와주는 일 잘하는 막내 같은 존재죠. ‘페니’가 움직이는 동안 종업원은 서비스에 집중하면 됩니다.”

베어로보틱스가 만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인 ‘페니’ 얘기다. 음식을 로봇에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만 입력하면 로봇이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음식을 운반한다.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멈추거나 자동으로 피해 가는 자율주행 기능이 특징이다. 한 번 서빙할 때 22kg까지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번거로운 단순 업무나 무겁고 힘든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종업원이 손님과의 대화나 다른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외식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 대표는 “사람들이 로봇을 사용하면서 좋아하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로봇의 용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페니의 탄생은 하 대표가 직접 한식당을 운영하며 느낀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하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부업으로 한식을 파는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투자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뛰어든 외식업이 서비스업이 아닌 지독한 ‘3D 업종’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거운 접시를 수백 번 나르면서 식당에서 서빙하는 종업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하 대표는 “보통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하루에 8~10km 정도를 걷는다. 그 거리를 그냥 걷는 것이 아니고 음식이 가득 든 접시를 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며 “직접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이 서빙 로봇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사 과정 논문을 쓰며 AI 기술을 연구했던 하 대표는 식당 운영에 필요한 로봇을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구글에서 함께 일했던 AI·로봇 분야의 S급 전문가인 동료 3명과 함께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2017년 5월 정보기술(IT) 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인 베어로보틱스가 탄생하게 됐다.

페니는 하드웨어부터 외식업에 최적화해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식당에서 로봇을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페니는 사람의 미세한 움직임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100% 자율주행 기반이다.

동종업계 로봇들과 비교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테일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현재까지 미국 기준의 안전성을 충족한 로봇은 페니가 유일하다. 또 다른 로봇들과 달리 식당 인테리어를 변경하지 않고 인터넷만 연결해 놓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눈여겨볼 점은 베어로보틱스가 이미 초기 투자 단계에서 기술적으로 완벽한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의 상품화와 상용화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하 대표는 “로봇이 다양한 산업 분야가 총망라된 종합 예술 분야인데 전자·기계공학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모두 영입하기 어렵고 많은 기술적 장벽 때문에 스타트업이 하기 힘든 분야”라면서 “저를 비롯해 4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모두 AI·로봇 분야의 S급 엔지니어들이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제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어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글의 AI 핵심 엔진인 ‘텐서플로팀’에 있던 엔지니어다. 15년간 로봇만 연구해 온 동료도 함께했다. AI와 로봇 분야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힘든 일 로봇에 맡기고 종업원은 서비스 집중

또 식당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식당 운영에서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과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 스케치해 놓은 모델대로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

하 대표는 “3년 전 경험한 어려움과 시장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 스케치해 놓은 모델이 있는데 지금의 페니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며 “피벗(사업 아이템 전환)을 거의 하지 않은 것도 상품화까지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빙 로봇에 대한 하 대표의 철학은 명확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는 로봇이 식당에 들어갔을 때 그 식당이 ‘로봇 식당’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공간에서 페니가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거들어 주기를 바랐다. 로봇이 주는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사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철저하게 ‘사람을 도와주는 로봇’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설정했고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 이미지를 주기 위해 디자인할 때 휴머노이드를 철저하게 지양했다. 하 대표는 “로봇이 사람과 공존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는 이름을 찾다가 동물들은 누구나 거부감 없이 좋아하기 때문에 ‘베어’라고 했고 곰은 창업한 캘리포니아 지역을 상징하는 동물”이라며 “사명에서 주는 느낌 때문인지 다른 로봇 회사들처럼 눈동자를 그리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페니를 친근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종업원의 사랑을 받는 로봇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끝없이 움직이면서 귀찮은 일을 시키면 다 해주는 식당의 막내’와 같은 로봇을 지향했다. 처음에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종업원들도 로봇을 사용해 보고 반응이 달라졌다.

하 대표는 “서빙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힘들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개념”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페니를 사용했을 때 종업원들이 하기 싫은 일은 로봇에 맡기고 손님 응대에 집중하게 되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고 종업원들이 받는 팁도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현재 페니는 글로벌 외식업체·호텔·양로원·카지노 등에 공급되고 있다.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 하 대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페니 덕분에 식당 운영이 쉬워졌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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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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