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Ⅱ= ‘슬기로운 집콕 생활의 최종 승자’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기업가 정신·알고리즘·오리지널 콘텐츠·스타 직원’이 성공 키워드
[편집자 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집콕’이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영화관을 비롯한 여러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곳들도 있다. ‘집콕 문화’ 최대의 수혜주로 떠오른 넷플릭스다.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실한 승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코로나19 전인 2019년 ‘넷플릭스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구독자 수의 정체’였다. 2018년 2분기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 구독자 수는 400만 명이었지만 2019년 2분기에 270만 명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미국 내 구독자 수의 감소가 우려스러웠다. 2019년 2분기 미국 내 구독자 수는 13만 명 줄어들었는데 2011년 이후 8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돼 넷플릭스는 ‘반전의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577만 명이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입자 증가 폭이 컸고 구독자 수가 감소세를 보였던 북미에서도 200만 명을 넘어서는 유료 회원이 추가됐다.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구독자는 1억8290만 명에 달한다.
◆경쟁력1 -시장보다 한 발 먼저 과감한 변신 시도, ‘기업가 정신’ 밑바탕
“‘완벽한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그걸 고민하는 시간에 바로 실행해 보세요. 1시간 동안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을 겁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가 직접 풀어낸 ‘넷플릭스 창업 뒷얘기’를 담은 책이 출간돼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책 제목부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다. 랜돌프 창업자가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에 대한 구상을 처음 부인에게 얘기했을 때 그에게 보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성공을 이끌어 낸 그의 비결에 대한 그의 답은 명확하다. 일단 부딪쳐 보라는 것이다.
사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는 꽤 잘 알려져 있다.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였던 랜돌프 창업자는 처음부터 명확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넷플릭스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막연하게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파는 사업’을 구상 중이었고 당시 초기 투자자이자 공동 창업자였던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샴푸부터 치약까지 다양한 후보군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비디오 대여점’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비디오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데 제약이 컸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DVD 대여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는 1997년 실리콘밸리에 ‘비디오·DVD 대여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창업 초기 넷플릭스는 DVD를 확보하는 데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투자비용을 감당하기에 DVD 대여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넷플릭스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1998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넷플릭스의 인수 의사를 타진해 온다. 아마존이 내놓은 인수 가격은 1400만~1600만 달러(약 172억~196억원)였다. 고심 끝에 두 사람은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때 넷플릭스의 매출은 97%가 DVD 판매였다. 하지만 이 만남 이후 넷플릭스는 3%에 불과한 DVD 대여에 ‘올인’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당시 넷플릭스가 가장 몰두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그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였다. 바로 여기에서 세계 최초의 비디오 대여 ‘월간 이용료’ 모델이 탄생했다. 1999년 넷플릭스는 월 15.99달러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들에게 매달 원하는 DVD 4장을 보내주고 그들이 반납하면 다시 다른 DVD를 보내줬다. 고객들은 자신의 집 안에 DVD를 쌓아 놓고 연체료 걱정 없이 원할 때 언제든 영화를 감상하게 됐다.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료’ 모델이 자리 잡으면서 회사 역시 빠르게 성장해 갔다. 2002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뒤 2003년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2004년 랜돌프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며 헤이스팅스가 CEO가 됐다.
온라인 DVD 시장이 정점을 찍고 있을 그때 넷플릭스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한다. 2007년 새롭게 떠오르던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던 2007년 무렵만 해도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간파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은 많았지만 불필요한 광고를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제를 고집하는 대신 광고를 없앴다. 그 결과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서비스 론칭 이후 2008년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25.6% 증가했고 그다음 해엔 30.7%가 늘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넷플릭스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단어가 있다.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신조어다. ‘전통 기업이 신생 스타트업에 의해 침몰하는 상황’을 뜻한다. 넷플릭스 창업 당시 비디오 대여 시장의 절대 강자는 ‘블록버스터’였다. 미국 전역에 9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40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때 블록버스터는 시장의 변화에 한 발 늦은 대응으로 고전하다 2010년 결국 파산했다. 지금도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몰락을 이끈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집콕’이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영화관을 비롯한 여러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곳들도 있다. ‘집콕 문화’ 최대의 수혜주로 떠오른 넷플릭스다.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실한 승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코로나19 전인 2019년 ‘넷플릭스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구독자 수의 정체’였다. 2018년 2분기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 구독자 수는 400만 명이었지만 2019년 2분기에 270만 명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미국 내 구독자 수의 감소가 우려스러웠다. 2019년 2분기 미국 내 구독자 수는 13만 명 줄어들었는데 2011년 이후 8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돼 넷플릭스는 ‘반전의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577만 명이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입자 증가 폭이 컸고 구독자 수가 감소세를 보였던 북미에서도 200만 명을 넘어서는 유료 회원이 추가됐다.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구독자는 1억8290만 명에 달한다.
◆경쟁력1 -시장보다 한 발 먼저 과감한 변신 시도, ‘기업가 정신’ 밑바탕
“‘완벽한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그걸 고민하는 시간에 바로 실행해 보세요. 1시간 동안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을 겁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가 직접 풀어낸 ‘넷플릭스 창업 뒷얘기’를 담은 책이 출간돼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책 제목부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다. 랜돌프 창업자가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에 대한 구상을 처음 부인에게 얘기했을 때 그에게 보인 반응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성공을 이끌어 낸 그의 비결에 대한 그의 답은 명확하다. 일단 부딪쳐 보라는 것이다.
사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는 꽤 잘 알려져 있다.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였던 랜돌프 창업자는 처음부터 명확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넷플릭스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막연하게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파는 사업’을 구상 중이었고 당시 초기 투자자이자 공동 창업자였던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샴푸부터 치약까지 다양한 후보군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비디오 대여점’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비디오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데 제약이 컸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DVD 대여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는 1997년 실리콘밸리에 ‘비디오·DVD 대여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창업 초기 넷플릭스는 DVD를 확보하는 데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투자비용을 감당하기에 DVD 대여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넷플릭스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1998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넷플릭스의 인수 의사를 타진해 온다. 아마존이 내놓은 인수 가격은 1400만~1600만 달러(약 172억~196억원)였다. 고심 끝에 두 사람은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때 넷플릭스의 매출은 97%가 DVD 판매였다. 하지만 이 만남 이후 넷플릭스는 3%에 불과한 DVD 대여에 ‘올인’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당시 넷플릭스가 가장 몰두하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그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였다. 바로 여기에서 세계 최초의 비디오 대여 ‘월간 이용료’ 모델이 탄생했다. 1999년 넷플릭스는 월 15.99달러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들에게 매달 원하는 DVD 4장을 보내주고 그들이 반납하면 다시 다른 DVD를 보내줬다. 고객들은 자신의 집 안에 DVD를 쌓아 놓고 연체료 걱정 없이 원할 때 언제든 영화를 감상하게 됐다.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료’ 모델이 자리 잡으면서 회사 역시 빠르게 성장해 갔다. 2002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뒤 2003년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2004년 랜돌프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며 헤이스팅스가 CEO가 됐다.
온라인 DVD 시장이 정점을 찍고 있을 그때 넷플릭스는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한다. 2007년 새롭게 떠오르던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던 2007년 무렵만 해도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간파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은 많았지만 불필요한 광고를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제를 고집하는 대신 광고를 없앴다. 그 결과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서비스 론칭 이후 2008년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25.6% 증가했고 그다음 해엔 30.7%가 늘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넷플릭스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단어가 있다.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신조어다. ‘전통 기업이 신생 스타트업에 의해 침몰하는 상황’을 뜻한다. 넷플릭스 창업 당시 비디오 대여 시장의 절대 강자는 ‘블록버스터’였다. 미국 전역에 9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40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때 블록버스터는 시장의 변화에 한 발 늦은 대응으로 고전하다 2010년 결국 파산했다. 지금도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몰락을 이끈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