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①14년 전 추진됐던 ‘한강 르네상스’ 부활 기대감 ‘솔솔’

[스페셜 리포트Ⅰ = 서울 중심에 미니 신도시 개발…‘잠자던 용산’ 깨우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부촌의 축은 바뀔 수 있을까. 들판에는 똥파리가 들끓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서울 강남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부촌의 대장 노릇을 했다. 1960년대 말 정부가 강북에 몰려 있던 도심 집중화를 분산시키고 지방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강남으로 기업들이 모여들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곳에 아파트들이 줄기차게 들어서며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죽하면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강남을 위협하는 동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서울 남산을 베개 삼아 한강을 내려다본다는 곳 ‘용산’이다. 당초 서울시 주도로 용산의 대규모 개발 개획이 발표→추진→표류 등을 반복하면서 기대만큼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부까지 개입했다.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 건립이 핵심인데 이에 따라 용산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용산 개발의 끝은 어디일까. 정부가 최근 발표한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 개발이 전부일까, 아니면 10여 년 전 계획됐던 한강 르네상스 중심인 국제업무도시로의 변화된 모습일까.

현시점에서 정답은 알 수 없다. 정부의 의지, 경제 상황,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 등의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용산은 개발할 곳이 아직도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용산 한강대로변에 들어선 지금의 초고층 주상 복합과 오피스 빌딩은 2006년 추진했던 용산 개발 계획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원래대로라면 620m 높이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도 세워졌어야 하고 서부이촌동~동부이촌동 아파트촌과 한남·이태원동 일대에는 미국의 베벌리힐스가 부럽지 않은 고급 단독 주택가가 만들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지어지지 않았다. 사업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항상 용산을 주목한다. 집값도 강남 못지않게 비싸다. 이유는 역시 입지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교통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

일단 서울 중심부에 있고 한강과 가까우며 강남·강북을 오가기 편한 ‘금싸라기 땅’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KTX가 주변을 지나며 신분당선도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늘 푸른 남산과 함께 한강으로 연결되는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용산민족공원도 개발을 준비 중이다.

◆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용산 개발 플랜



이러한 호재로 용산은 지난 1~2년간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불리며 서울 강북권의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3.3㎡당 아파트 가격이 4562만원(4월 말 기준, KB부동산)으로 강남구(6613만원)와 서초구(5742만원)의 뒤를 이었다. 강남 3구로 묶이는 송파구(4497만원)보다도 비싸다.

그런데 이번에 그동안 중단됐던 사업 중 일부가 시작됐다. 그것도 서울시가 아닌 행정 최고 상위 기관인 정부(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섰다. 용산정비창 유휴 부지에 약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식 발표다.

이에 따라 최근 용산 일대 집값은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넘게 호가가 급등했다. 이마저도 매물이 없다. 특히 이번 미니 신도시 개발을 토대로 그동안 좌초됐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계획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형성되는 분위기다.

5월 20일 찾은 용산 일대는 온통 미니 신도시 개발과 앞으로 변하게 될 용산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공인 중개업소는 물론이고 음식점·미용실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개발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공인 중개업소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쉴 틈 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투자 문의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서부이촌동의 한 공인 중개업소에서는 대표로 보이는 이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용산구 지도를 펼치며 강연까지 했다.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사업지와 후광 효과를 노릴 만한 지역은 어디인지 추천하고 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떠나지 않고 질문 세례를 퍼부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집값의 호가는 얼마인지, 얼마나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지 묻기도 했다. 굳이 따로 개발과 관련된 분위기를 묻지 않아도 용산의 분위기가 얼마나 들떠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말 몇 마디가 있다. “이번엔 무조건 개발된다”, “박원순 시장이 발표했을 때와 이번 정부가 발표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용산 개발은 이제 시작이다”, “강남은 용산에 명함도 못 내밀게 된다” 등이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도 온통 “용산 집값이 엄청 오르겠다”는 이야기만 오고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동안 손님들이 줄었지만 용산 미니 신도시 발표 이후 동네를 둘러보러 오는 사람들로 가게에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미용실에서는 원장이 손님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2007년 발표됐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언젠가는 이뤄질 테니 여유 자금이 있으면 용산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길을 걷는 와중에도 “분양가는 얼마일까”, “나도 한번 넣어봐야지”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cwy@hankyung.com

[스페셜 리포트Ⅰ = 서울 중심에 미니 신도시 개발…‘잠자던 용산’ 깨우다 기사 인덱스]
- [용산 개발] ① 14년 전 추진됐던 ‘한강 르네상스’ 부활 기대감 ‘솔솔’
- [용산 개발] ② 2전3기 개발에 ‘로또 분양’ 기대감까지
- [용산 개발] ③ 115년 동안 외국군 주둔으로 개발 뒷전이었던 배산임수의 명당 '용산'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