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③ 115년 동안 외국군 주둔으로 개발 뒷전이었던 배산임수의 명당 '용산'

[스페셜 리포트Ⅰ = 서울 중심에 미니 신도시 개발…‘잠자던 용산’ 깨우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부촌의 축은 바뀔 수 있을까. 들판에는 똥파리가 들끓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서울 강남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부촌의 대장 노릇을 했다. 1960년대 말 정부가 강북에 몰려 있던 도심 집중화를 분산시키고 지방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강남으로 기업들이 모여들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곳에 아파트들이 줄기차게 들어서며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죽하면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강남을 위협하는 동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서울 남산을 베개 삼아 한강을 내려다본다는 곳 ‘용산’이다. 당초 서울시 주도로 용산의 대규모 개발 개획이 발표→추진→표류 등을 반복하면서 기대만큼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부까지 개입했다.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 건립이 핵심인데 이에 따라 용산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 용산은 예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명당으로 꼽혀 온 곳이다. 남산을 뒤에 두고 앞으로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역은 서울역과 남산 아래부터 한강까지를 아우른다.

명당은 명당인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이 터를 잡고 있다. 주로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사이 ‘이태원 언덕길’에 삼성·SK·LG·신세계·부영·농심·아모레·GS·대상·LIG·태광·빙그레·쌍용건설·SPC 등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 80여 명이 모여 산다.

이곳은 이태원동과 한남동의 접경지인데 대다수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이곳을 ‘용의 머리’ 부분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때에도 거상들이 용산에 많이 모여 살았다. 한강을 끼고 있다는 지리학적인 이점으로 전국의 조운선(화물선)이 몰려드는 포구였던 용산은 한강에서 활약하는 대규모 경강상인의 본거지였다.

하지만 근대 들어 용산은 오히려 좋은 입지 때문에 손해를 봐야만 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용산 일대에 군사 기지와 철도 기지를 세워 한반도 통치와 대륙 침략의 거점으로 삼았다.

광복 이후에도 미군 주둔 지역으로 활용돼 왔다. 세월로 따지면 115년 동안 외국군의 주둔으로 우리 근대사에서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런한 용산이 드디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미국이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의가 마무리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인 용산국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일부 부지는 이미 개발이 시작됐다. 지난 1986년부터 지난달까지 미군이 빌려써 온 외국인아파트는 보수를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민들의 체험 공간으로 개방된다.

본격 개방된 이후에는 국민이 미군측의 출입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곳을 방문해 휴식을 취하거나 용산공원의 미래상을 체감할 수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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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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