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으로 유통업을 혁신한 오카도

[테크놀로지] - AI 기반의 수요 예측·자동 주문 시스템 적용…출고 공정은 로봇 전용 시스템으로 대체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비극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비대면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에는 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가장 많은 수혜를 받았다. 유통업 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현장에 잘 접목해 식품 유통의 혁신을 주도하는 영국 기업 오카도(Ocado)다.

식품 유통에 AI·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
오카도는 스스로를 기술 기업이라고 표방하는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이다. 식품 유통이란 전통 시장에서 온라인 사업 모델은 존재감도 없던 2000년 설립된 오카도는 현재 직매입·직물류형 온라인 유통 업체 중 보기 드물게 수익성까지 확보한 기업으로 발전했다. 오카도의 성공 비결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한 경쟁 업체들과 달리 유통 공정 전반을 AI와 로봇으로 혁신한 점이다. 오카도는 글로벌 유통 시장의 판도를 바꾼 아마존도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식품 유통에서 기술 기반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마존 킬러, 식품 유통의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많은 유통 업체들이 AI로 배송망을 최적화하고 상품 운반 작업에 무인 운반차(AGV)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카도가 AI와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은 여전히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된다. 오카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다양한 기술적 혁신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과 출고 공정용 로봇 시스템이다.

오카도는 머신러닝 방식의 AI를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와 구매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구성하고 수요량을 예측해 적정 물량을 적시에 조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카도는 AI를 이용한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사용한다. 여타 업체들이 주로 상품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비해 오카도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악하기 힘든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 그리고 종교·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데이터까지 수집, 분석하고 있다. 웹 사이트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접점에서 이뤄지는 상품 탐색과 구매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과 구매 패턴,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수집해 분석하며 사용 후기와 요청 사항 등이 담긴 고객 e메일도 고객 분석용 데이터로 활용한다.

약 2000만 개에 달하는 오카도의 머신러닝 기반의 수요 예측 모델은 ‘수요 예측→맞춤형 상품 구성→판매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의 질적·양적 확장→수요 예측 모델의 수준 향상’이란 선순환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더 차별적인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예측용 AI와 자동 조달 시스템은 오카도가 수익성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상품이 창고 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5시간 이내가 되도록 단축하는 등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도록 함으로써 수익성 확보에 크게 기여한다.

오카도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대신 고객충족센터(CFC : Customer Fulfillment Center)를 보유하고 있다. CFC는 ‘조달→입하→입고→판매→출고→출하→배송’으로 구성된 유통업의 가치 사슬 전체를 한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종합 물류 센터다. 오카도가 선보인 또 하나의 기술 혁신은 CFC 내 출고 공정을 로봇 전용 시스템으로 대체한 점이다. 출고는 배송 속도를 결정할 때 트럭 등 배송 수단의 속도보다 더 중요하게 간주될 정도로 중요한 공정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유통 기업들은 출고 작업을 여전히 인력과 벨트 컨베이어의 조합에 의존한다. 하지만 오카도의 최신 CFC에서는 수천 대의 피킹(picking) 로봇들이 출고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오카도의 로봇들이 활약하는 공간은 CFC 내에 있는 거대한 바둑판형 알루미늄 그리드 시스템이다. 그리드 시스템의 구조는 5단으로 구성된 그리드의 각 칸마다 고기·우유·감자 등 각종 식품이 담긴 상자가 쌓여 있는 형태다. 수천 대의 피킹 로봇은 그리드의 제일 윗부분에 깔린 격자형 레일을 따라 초속 4m의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작업한다. 주문이 접수되면 주문품이 담긴 상자가 쌓인 그리드에 가장 가까운 피킹 로봇이 이동해 해당 상자를 로봇 하단부로 들어 올린 다음 포장 작업대로 운반한다. 만일 주문품이 담긴 상자가 그리드의 하단에 있으면 근처에 있는 로봇들이 모여 들어 주문품 상자가 나올 때까지 그 위에 쌓인 상자들을 하나씩 들어 올려 준다. 로봇 각각이 독자적으로 피킹과 운반 작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주문품 상자를 찾아 운반하도록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로봇 시스템을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도 보유
오카도가 도입한 로봇 시스템의 성공 비결은 상자를 들어 올리는 피킹 기술이나 이동하는 데 필요한 레일 구조와 같은 기구부 기술보다 군집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로봇의 작업 속도라고 볼 수 있다. 수천 대의 피킹 로봇들이 각각 초속 4m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상자를 들어 옮기거나 필요한 상품이 담긴 상자를 찾기 위해 서로 돕는 합동 작업을 최대한 빨리 수행해야 물류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시스템의 고속 작업은 두 가지 기술로 뒷받침된다. 하나는 피킹 로봇들의 이동 경로와 작업 순서를 결정하는 AI 기반의 동선 최적화 기술이다.

또 하나는 자체 4G 네트워크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수천 대의 로봇들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작업하도록 만들려면 낮은 지연 속도(latency)가 보장돼야 하는데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로봇 시스템을 운영하면 밀리초 단위의 우선순위 충돌이 발생해 이동 속도 하락과 동선 간섭 등의 오작동 등이 발생해 작업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카도는 낮은 지연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약 5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27TB의 램, 1750개의 가상 머신 등으로 구성된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오카도가 프라이빗 클라우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약 0.5PB에 달하는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작업에는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오카도의 성공은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와 같은 AI 개발용 수단이나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번역, 내비게이션 기술 등의 공용화된 기술은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의 외주로 해결하지만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최대한 내재화하고 있다. 내재화 대상 기술은 식품 유통 산업의 전문 지식에 최적화된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설계 기술들이다. 예를 들어 AI 관련 기술 중에서는 소비자의 성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내재화하고 있다. 또한 출고 공정에 투입된 피킹 로봇들의 동선 설계나 배송 경로 최적화 등의 알고리즘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 현재 오카도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포장 작업에 필요한 빈 피킹(bin-picking) 기술이다. 다양한 상품을 배송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 동작이 필요한 포장 작업은 현재 로봇 기술로는 대응하기 힘들어 오카도도 여전히 인력에 의존한다. 만일 포장 작업까지 로봇이 할 수 있다면 배송 속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카도는 CFC 내 포장 작업장에서 피킹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 그래서 오카도의 로봇 개발 속도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 연구 기관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업 과정에 필요한 동작을 시험하거나 로봇 개발에 필요한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시행착오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카도는 AI와 로봇 관련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웬만한 제조업체들보다 더 큰 규모의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카도가 보유한 AI·데이터·로봇 인력 규모는 전체 인력의 12%가 넘는 1600여 명이고 현재에도 계속 충원 중이다.

AI와 로봇으로 식품 유통 시장에서 중요한 기업으로 발전한 오카도 사례는 로봇 관련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커다란 대중적 관심에 비해 상용화 속도가 지지부진해 고민이 큰 서비스 로봇 기업들에 어떤 용도의 로봇이 실용성이 클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 접목해야 보다 효과적일 것인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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