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리쇼어링’

-‘유턴 정책’으로 71개 기업 이전했지만 여전히 미미해…일자리 창출도 ‘미지수’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의 ‘리쇼어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정부가 리쇼어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법)’을 제정한 후 틈틈이 제도를 개선하며 리쇼어링을 독려해 왔다. 그 결과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 회귀한 기업들은 약 71곳이다. 꾸준한 제도 개선을 통해 리쇼어링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향후 세계 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경의 문을 걸어 잠글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기업에도 전과 다른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을 예고한다. 미국과 일본 등도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본국으로 옮기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는 리쇼어링을 추진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리쇼어링이 기대치만큼 성과를 가져올지도 미지수다.


◆2013년부터 유턴한 기업은 ‘71곳’에 불과

6월 1일 발표된 ‘2020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정책이 담겼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 정부는 유턴 기업의 유치 확대를 위한 ‘종합 패키지’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하거나 축소·유지하면서 국내 사업장을 신설·창업하는 경우에만 세제를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경우에도 증설에 따른 사업 소득에 대해 세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 생산량을 50% 이상 감축할 경우에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했지만 향후엔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또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200억원을 편성해 국내 전 지역 대상 유턴 기업의 입지·시설 투자와 이전비용 등을 지원하는 유턴 기업 보조금을 신설하고 유턴 기업의 제품 고부가 가치화를 위해 스마트 공장과 로봇 보급 사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도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은 높다. 가장 앞장서 기업의 본국 회귀를 추진해 온 국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하를 내세우며 기업들의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국경 폐쇄 등이 발생하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 또한 2013년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석·신발 등 중소 가공 업체들이 국내로 회귀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울산 공장이 ‘유턴 기업 1호’가 됐다. 현대모비스가 3000억원을 투자한 울산공장은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을 2021년부터 양산한다. 연간 10만 대에 해당하는 전기차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공장이 들어서는 울산 이화산업단지는 완성차 공장과의 거리가 15km로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대모비스의 유턴으로 인해 1천 개(직간접 고용)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일하는 협력 업체들도 울산에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고려하는 기업 3%에 불과해

하지만 섣부른 리쇼어링은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에 자리 잡은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행을 택한 업체. 둘째는 주력 시장이 해외인 업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목적으로 진출하기도 하는데 이들을 만약 국내로 불러들이면 중국 관세가 높아 대중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어려워진다면 리쇼어링 기업들의 회귀로 국내 내수 시장의 경쟁만 치열하게 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간 기업도 현실적 문제에 부딪친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한 경우 전속 거래 관계 때문에 협력사들도 동반 진출하게 되는데 이들과 모두 함께 복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내의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자동화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일자리 창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여러 한계점 때문에 그동안 리쇼어링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 또한 리쇼어링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코로나19에 대한 대비책으로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도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월 18~23일 설문 조사 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국내 비금융 매출액 상위 1000곳을 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글로벌 공급망 타격으로 기업 활동의 차질을 경험한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157곳)의 56.7%였다. 또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8.4%였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예상한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대책을 조사한 결과 37.4%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고 답했고 해외 생산 기반의 국내 이전 등 리쇼어링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꾀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전경련의 조사에서 리쇼어링과 관련해 기업 3곳 중 1곳(32.5%)은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기업 지원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 규제 완화(24.8%), 판로 개척 지원(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10.7%) 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의 리쇼어링 수요를 늘리고 활성화하려면 미국·일본과 같은 과감한 지원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으로 유턴 시 국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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