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받아들게 될 ‘코로나19 청구서’…혁신 여부가 기업 운명 가른다 [김광진의 경영전략]

-불확실한 미래 대비하려면 ‘기술’ 아닌 ‘사람’ 중심으로 혁신해야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가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요즘,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가깝고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많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리더들은 이러한 메시지들과 지금까지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혁신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혁신이라는 표현은 평범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고민은 처절하다.

현장에서 혁신 활동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 혁신의 과정들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이른바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뼈아픈 사실도 인정하는 편이다.

왜일까. 그간 펼쳐 왔던 혁신 활동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우리의 혁신 활동 후 받아들 게 될 ‘코로나19 청구서와 영수증’을 건실하게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챙겨야 할 것을 짚어본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혁신 과정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혁신의 사례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잘 들여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혁신을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 모두 그 핵심 원인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매우 본질적인 것임에도 혁신의 역사에서 항상 반복이 연출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활동에서도 이 현상은 계속 나타난다. 마음은 바쁘지만 한 번쯤 시간을 갖고 다음의 두 가지를 챙겨 보면 어떨까 싶다.

첫째 실수는 혁신이 기술과 툴(tool)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혁신이 디지털이라는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한 것 같다. 기술과 시스템이 혁신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비용을 들여 만들어 놓은 이 혁신적인 시스템을 왜 안 쓰나.”

필자가 과거에 진행한 혁신 프로젝트의 인터뷰에서 많은 리더들이 했던 말들이다. 불행히 지금까지도 이런 말들을 종종 듣고 있다.

기술 중심의 디지털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의 혁신 활동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다만 혁신 활동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또 사람에 의한 혁신이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혁신 활동이 기업 내부의 한 사람 한 사람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구성원별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안다.

“이렇게 한다고 정말로 바뀌겠어. 위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야.”

구성원의 목소리는 차갑기도 하고 한결같기도 하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심리적 해석 및 저항선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밀어붙이는 혁신은 반쪽일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누군가의 피로도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항상 크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실 한 가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다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 좋은 기능들을 말이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로서의 혁신이 아니라 사람이 주도적으로 실천과 개선을 이끌어 가는 혁신이 필요하다.

◆본질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둘째로 반복되는 실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해결하지 않고 덮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최근에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몇몇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면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임원, 팀장급 리더, 현장의 실무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놀라운 사실 한 가지는 구성원들의 많은 수가 그 기업의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과 이슈가 무엇인지 꽤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의견도 포함돼 있다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경영진은 이러한 사실을 생각보다 모르고 있다는 점도 기업과 조직의 변화 혁신을 꿈꾸는 많은 리더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책이 있다. 많은 공감과 인사이트가 있어 몇몇 기업의 CEO에게 추천한 경험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두려움’에 대한 의미와 함께 혁신의 관점에서 우리 기업과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무엇이고 본질적인 원인과 이슈가 있다면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할지라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껍데기만 요란하게 바꾼 채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더 짚어보자. 지금의 혁신과 과거의 혁신은 조금 다르다는 현상을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의 혁신은 앞서간 기업의 노하우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불확실성과 복잡성 그리고 ‘뉴 노멀’이 큰 흐름인 비즈니스 상황 속에서 디지털 기반의 혁신은 개선과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혁신을 만드는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고 기존의 비즈니스 판도를 뒤집어 놓을 확률이 높다. 오랜 시간 동안 영위해 왔던 노하우와 경험들이 짧은 순간에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각 기업들은 곧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혁신 활동에 대한 청구서와 영수증을 받아보게 될 것이다.

혁신 자체가 쉬운 것이라면 모두가 이렇게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빤한 말이지만 누구에게는 위기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렸다.

요즘 만나는 경영진과 리더 그룹에서 듣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 바로 ‘어떻게 버틸 것인가’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라는 표현이다. 절박감이 담긴 두 문장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바라보는 시각과 에너지는 완전히 다르다.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 2020년도 상반기가 지나가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더 혼란스럽고 답답하기만 하다면 위의 두 가지 지극히 단순한 경험적 사실을 점검해 보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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