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CEO]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토론 즐기는 CEO로 탁월한 사업 안목 갖춰
입력 2020-06-30 13:01:40
수정 2020-06-30 13:01:40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일컬어 업계에서는 ‘구조화의 달인’, ‘사업성을 보는 눈이 탁월한 최고경영자(CEO)’, ‘토론을 즐기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CEO’라고 말한다.
메리츠증권에서는 주 2~3회 각 사업부서에서 올라온 딜 내용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딜 리뷰(deal review) 회의가 정례적으로 열린다. 최 부회장은 불가피한 해외 출장 중에도 콘퍼런스콜 형식으로라도 이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전 10여 건 이상의 관련 안건을 e메일로 미리 받아 사전 검토한다. 담당자 이상으로 관련 안건에 대해 철저하게 숙지해 와 회의장에서 실무자를 이따금씩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권위적이지 않은 성품과 토론 문화를 즐기는 업무 스타일은 딜 리뷰 내내 견지하는 경영철학으로 투영된다. 경영위험전문관리임원(CRO)의 의견을 존중하며 발의자와 다른 리뷰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모두 진지하게 경청한다. 수평적 열띤 토론을 통해 도출된 최종 결론은 최상의 선택으로 이어져 높은 수익성으로 결실을 맺는다. 이 같은 메리츠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빠른 실행력은 거래 상대방에게 호평 받으며 다른 경쟁사들이 절대 따라하지 못하는 메리츠만의 건강한 기업 문화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1년 대규모 저축은행 영업 정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됐다. 굉장히 좋은 조건의 거래인데도 PF는 위험하다는 막연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금 시장이 꽉 막혔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이 메리츠의 눈에는 기회라는 섬광으로 빛을 발했다. 메리츠는 이익이 적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대출 시장에 주력하면서 부동산 PF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신시장 개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기존에 강점을 보이던 해외 부동산과 항공기 등의 대체 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중하게 결정하되 남과 다르게 한다’는 최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철저히 준비만 한다면 남들이 외면하는 곳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 증권사 최초로 해외 메이저급 광산인 호주 케스트렐 광산 지분 거래에 인수 금융을 제공했고 건설 중인 독일 잘란도 본사 빌딩에 투자해 준공 전 자금 회수에 성공하는 흔하지 않은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2019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를 인수·합병(M&A)하는 딜에 국내 금융사로는 유일하게 인수 자금을 주선했다.
최 대표는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말한다. 능력이 뛰어난 핵심 인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든 찾아가 만난다. 실력이 있다면 경력과 나이를 보지 않고 뽑겠다는 것이다. 성과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책정하는 인사 성과급 제도를 바탕으로 ‘프로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라는 기업 문화 또한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