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시총 20조원 돌파…하반기 ‘태풍의 눈’ 카카오게임즈 IPO 예정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각종 규제와 꽉 막힌 중국 수출,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는 등 여러 암초를 만났던 게임업계가 모처럼 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로 꼽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게임 접속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봉쇄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의 하나로 게임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게임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피해 온라인상에서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선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의 기업 가치가 20조원을 넘긴 후 한국 게임사로선 둘째 기록이다.
◆호실적 거둔 게임사, 2분기에도 순항할 듯
엔씨소프트 주가는 6월 23일 전날보다 3.6% 오른 92만원에 마감하며 시총 20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 7일 시총 10조원을 돌파한 후 1020일 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의 선전과 ‘블레이드앤소울2’를 비롯한 신작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분기 실적도 호조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액은 7311억원, 영업이익은 241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4%, 204% 증가한 것으로 엔씨소프트의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성과 덕분이다. 올해 1분기 리니지2M의 매출액은 341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호실적은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니다. 중견 게임사 네오위즈도 올해 1분기 매출액 663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80% 증가했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업체 선데이토즈도 올해 1분기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의 호실적에도 언택트 비즈니스의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5·6월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리니지2M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효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 접속량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봉쇄령이 내려진 서구권에서도 게임 접속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 웹인덱스에 따르면 2020년 3월 전 세계 응답자의 평균 36%가 이전보다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봉쇄령이 내려졌던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 게임 이용이 이전보다 늘었다.
게임 시간도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이동 제한과 동시 봉쇄가 본격화된 3월 넷째 주 게임 이용 시간이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45%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게임 시간이 적은 독일도 20%나 증가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게임 산업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게임업계 2분기 실적은 콘텐츠와 커머스의 흥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위축될 수 있지만 비중이 높지 않아 전반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점도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도 대비해야
이러한 기세를 몰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게임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IPO 재도전은 하반기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다. 카카오게임즈는 6월 1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IPO를 추진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 심사 승인까지 받았지만 회계 감리 문제로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는 1조원으로 예상됐지만 올해는 이를 뛰어넘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뿐만 아니라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RPG 등도 IPO를 연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은 올해 초 장병규 의장이 4차 산업혁명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일선에 복귀해 IPO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각광 받으면서 게임 기업들의 IPO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도 게임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게임 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아케이드 게임 규제 혁신,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명시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중소 게임사 창업 수출 지원 등 여러 지원책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일자리 10만 개, 20조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기대 목표치를 세웠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 게임 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8% 성장률을 기록했고 종사자만 8만5000명”이라며 “전체 무역수지 흑자 8.8%를 차지해 영업이익률이 그 어떤 산업보다 높은 고부가 가치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게임업계에 마냥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게임업계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를 통해 게임업계가 코로나19 이후 대비해야 할 것에 대해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각국 정부가 록다운(봉쇄령)을 완화하고 불경기가 지속된다면 게임 산업은 야외 엔터테인먼트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가 격리에 지친 상황에서 야외 활동 욕구가 분출된다면 반대로 게임 산업이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득이 감소하면 게임 산업에 지출하는 금액도 감소할 수 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인한 신작 소프트웨어 출시와 콘솔 등 하드웨어 개발 지연도 게임업계에 드리운 악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출시 목표인 게임들은 작업이 마무리돼 연내 출시는 가능하겠지만 2021년 이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의 개발 환경은 앞으로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개발자 콘퍼런스나 신작 출시 행사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부산에서 오는 11월 열릴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0’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각종 규제와 꽉 막힌 중국 수출,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는 등 여러 암초를 만났던 게임업계가 모처럼 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로 꼽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게임 접속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봉쇄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의 하나로 게임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게임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피해 온라인상에서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선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의 기업 가치가 20조원을 넘긴 후 한국 게임사로선 둘째 기록이다.
◆호실적 거둔 게임사, 2분기에도 순항할 듯
엔씨소프트 주가는 6월 23일 전날보다 3.6% 오른 92만원에 마감하며 시총 20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 7일 시총 10조원을 돌파한 후 1020일 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의 선전과 ‘블레이드앤소울2’를 비롯한 신작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분기 실적도 호조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액은 7311억원, 영업이익은 241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4%, 204% 증가한 것으로 엔씨소프트의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성과 덕분이다. 올해 1분기 리니지2M의 매출액은 341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호실적은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니다. 중견 게임사 네오위즈도 올해 1분기 매출액 663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80% 증가했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업체 선데이토즈도 올해 1분기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의 호실적에도 언택트 비즈니스의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5·6월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리니지2M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효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 접속량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봉쇄령이 내려진 서구권에서도 게임 접속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 웹인덱스에 따르면 2020년 3월 전 세계 응답자의 평균 36%가 이전보다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봉쇄령이 내려졌던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 게임 이용이 이전보다 늘었다.
게임 시간도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이동 제한과 동시 봉쇄가 본격화된 3월 넷째 주 게임 이용 시간이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45%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게임 시간이 적은 독일도 20%나 증가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게임 산업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게임업계 2분기 실적은 콘텐츠와 커머스의 흥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위축될 수 있지만 비중이 높지 않아 전반적으로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점도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도 대비해야
이러한 기세를 몰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게임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IPO 재도전은 하반기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다. 카카오게임즈는 6월 1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IPO를 추진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 심사 승인까지 받았지만 회계 감리 문제로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는 1조원으로 예상됐지만 올해는 이를 뛰어넘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뿐만 아니라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RPG 등도 IPO를 연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은 올해 초 장병규 의장이 4차 산업혁명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일선에 복귀해 IPO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각광 받으면서 게임 기업들의 IPO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도 게임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게임 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아케이드 게임 규제 혁신,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명시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중소 게임사 창업 수출 지원 등 여러 지원책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일자리 10만 개, 20조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기대 목표치를 세웠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 게임 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8% 성장률을 기록했고 종사자만 8만5000명”이라며 “전체 무역수지 흑자 8.8%를 차지해 영업이익률이 그 어떤 산업보다 높은 고부가 가치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게임업계에 마냥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게임업계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를 통해 게임업계가 코로나19 이후 대비해야 할 것에 대해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각국 정부가 록다운(봉쇄령)을 완화하고 불경기가 지속된다면 게임 산업은 야외 엔터테인먼트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가 격리에 지친 상황에서 야외 활동 욕구가 분출된다면 반대로 게임 산업이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득이 감소하면 게임 산업에 지출하는 금액도 감소할 수 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인한 신작 소프트웨어 출시와 콘솔 등 하드웨어 개발 지연도 게임업계에 드리운 악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출시 목표인 게임들은 작업이 마무리돼 연내 출시는 가능하겠지만 2021년 이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의 개발 환경은 앞으로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개발자 콘퍼런스나 신작 출시 행사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부산에서 오는 11월 열릴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0’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