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사업 재편… Z세대 열광하며 북미 MAU 1000만 돌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네이버가 ‘웹툰’을 내세워 디즈니·넷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최근 네이버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졌던 웹툰 자회사들을 미국 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아래 두는 구조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네이버 웹툰은 2017년 5월 네이버의 자회사로 독립했다. 현재 네이버의 웹툰 사업 법인은 한국의 네이버 웹툰을 포함해 웹툰 엔터테인먼트(미국),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일본, 라인망가), 와통 엔터테인먼트(중국)가 있다. 자회사들 중에서 네이버가 웹툰 사업의 본사로 낙점한 곳은 ‘웹툰 엔터테인먼트’다.
◆서구권 공략 위해선 미국 선점 우선해야
네이버는 지난 5월 28일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라인사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웹툰의 본사로 삼아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의 첫걸음이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위해 네이버 웹툰이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웹툰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팬십·커뮤니티 등 다른 네이버 서비스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웹툰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해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경영 효율화와 흑자인 라인 망가와의 합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교차 콘텐츠 소싱과 글로벌 동시 배급에 따른 ‘콘텐츠 파워’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에 주목한 것은 미국에서 높은 웹툰의 인기 덕분이다. 2014년 7월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8년 10월 약 4년 만에 월간순이용자(MAU) 500만 명을 달성한 네이버 웹툰은 그로부터 1년 반 만에 두 배에 해당하는 1000만 MAU를 달성했다. 900만에서 1000만으로 올라서는 데는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들이 웹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웹툰의 미국 사용자 중 75%는 Z세대다.
현지에 탄탄한 웹툰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네이버 웹툰의 성장 비결이다. 네이버웹툰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도전만화’를 현지에 특화한 아마추어 창작 공간 ‘캔버스(Canvas)’에 구축했다. 북미 지역 캔버스에서 연재되는 작품 수는 연평균 108%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캔버스에서 탄생한 수많은 웹툰 작가들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참신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계속 선보이며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주목받는 지식재산권(IP)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있다.
서구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미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네이버는 현재 각 언어별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2014년 영어 콘텐츠에 이어 2019년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현지 작가 발굴과 작품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마중물 콘텐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존 연재 작품들을 번역해 업로드한다.
네이버가 각 언어권에서의 인기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웹툰 서비스에서는 아시아권보다 영어권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서구권에 마중물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선 우선 미국을 철저히 공략해야 했다.
미국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본고장이라는 점도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높인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IP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결실을 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는 ‘도깨비’의 이응복 프로듀서(PD)가 연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스위트홈’의 원작은 네이버에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웹툰이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될 이 작품의 제작은 스튜디오드래곤과 스튜디오N이 함께한다.
◆“미국은 중추, 한국은 뇌 역할 수행할 것”
한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웹툰’은 지난 십수 년간 국내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2004년 6월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며 내로라하는 웹툰 작품과 작가를 발굴해 왔다. 현재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MAU 6200만 명을 돌파하며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서도 ‘글로벌 넘버원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웹툰은 아직은 생소한 콘텐츠 장르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만큼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넷플릭스·애플·아마존 등 시가총액 수백조원의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출시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집에서 홀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격히 부상하며 콘텐츠 기업들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웹툰 IP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심적인 원천 콘텐츠로 자리 잡아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장기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네이버는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통합 기지로, 한국의 네이버 웹툰은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양분했다.
웹툰 미국 법인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국내외 웹툰 IP의 활성화와 글로벌 웹툰 시장 저변 확대에 집중한다.
국내 웹툰 조직은 ‘웹툰 종주국’으로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첨단 기술 연구와 서비스 실험을 지속하며 국내 웹툰 작가들이 글로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네이버 웹툰은 초기부터 ‘도전만화’ 코너를 통해 독자와 작가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툰·AR툰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웹툰을 시도했다. 향후 한국의 자회사 네이버 웹툰이 새로운 도전을 도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네이버가 ‘웹툰’을 내세워 디즈니·넷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최근 네이버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졌던 웹툰 자회사들을 미국 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아래 두는 구조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네이버 웹툰은 2017년 5월 네이버의 자회사로 독립했다. 현재 네이버의 웹툰 사업 법인은 한국의 네이버 웹툰을 포함해 웹툰 엔터테인먼트(미국),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일본, 라인망가), 와통 엔터테인먼트(중국)가 있다. 자회사들 중에서 네이버가 웹툰 사업의 본사로 낙점한 곳은 ‘웹툰 엔터테인먼트’다.
◆서구권 공략 위해선 미국 선점 우선해야
네이버는 지난 5월 28일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라인사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웹툰의 본사로 삼아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의 첫걸음이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위해 네이버 웹툰이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웹툰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팬십·커뮤니티 등 다른 네이버 서비스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웹툰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해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경영 효율화와 흑자인 라인 망가와의 합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교차 콘텐츠 소싱과 글로벌 동시 배급에 따른 ‘콘텐츠 파워’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에 주목한 것은 미국에서 높은 웹툰의 인기 덕분이다. 2014년 7월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8년 10월 약 4년 만에 월간순이용자(MAU) 500만 명을 달성한 네이버 웹툰은 그로부터 1년 반 만에 두 배에 해당하는 1000만 MAU를 달성했다. 900만에서 1000만으로 올라서는 데는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들이 웹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웹툰의 미국 사용자 중 75%는 Z세대다.
현지에 탄탄한 웹툰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네이버 웹툰의 성장 비결이다. 네이버웹툰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도전만화’를 현지에 특화한 아마추어 창작 공간 ‘캔버스(Canvas)’에 구축했다. 북미 지역 캔버스에서 연재되는 작품 수는 연평균 108%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캔버스에서 탄생한 수많은 웹툰 작가들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참신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계속 선보이며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주목받는 지식재산권(IP)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있다.
서구권을 공략하기 위해서 미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네이버는 현재 각 언어별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2014년 영어 콘텐츠에 이어 2019년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현지 작가 발굴과 작품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마중물 콘텐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존 연재 작품들을 번역해 업로드한다.
네이버가 각 언어권에서의 인기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웹툰 서비스에서는 아시아권보다 영어권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서구권에 마중물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선 우선 미국을 철저히 공략해야 했다.
미국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본고장이라는 점도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높인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IP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결실을 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는 ‘도깨비’의 이응복 프로듀서(PD)가 연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스위트홈’의 원작은 네이버에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웹툰이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될 이 작품의 제작은 스튜디오드래곤과 스튜디오N이 함께한다.
◆“미국은 중추, 한국은 뇌 역할 수행할 것”
한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웹툰’은 지난 십수 년간 국내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2004년 6월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며 내로라하는 웹툰 작품과 작가를 발굴해 왔다. 현재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MAU 6200만 명을 돌파하며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서도 ‘글로벌 넘버원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웹툰은 아직은 생소한 콘텐츠 장르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만큼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넷플릭스·애플·아마존 등 시가총액 수백조원의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출시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집에서 홀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격히 부상하며 콘텐츠 기업들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웹툰 IP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심적인 원천 콘텐츠로 자리 잡아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장기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네이버는 미국의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통합 기지로, 한국의 네이버 웹툰은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양분했다.
웹툰 미국 법인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국내외 웹툰 IP의 활성화와 글로벌 웹툰 시장 저변 확대에 집중한다.
국내 웹툰 조직은 ‘웹툰 종주국’으로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첨단 기술 연구와 서비스 실험을 지속하며 국내 웹툰 작가들이 글로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네이버 웹툰은 초기부터 ‘도전만화’ 코너를 통해 독자와 작가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툰·AR툰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웹툰을 시도했다. 향후 한국의 자회사 네이버 웹툰이 새로운 도전을 도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