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 내 유치원 2곳 입점할 수 있을까..상가 동종 업종 제한 판결은?

-이철웅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동종 업종 입점 제한하려면 계약이나 특약으로 ‘업종 제한’ 명시해야


우리는 종종 한 건물에 같은 업종의 점포들이 함께 영업 중인 것을 보곤 한다. 이럴 때 ‘수익 면에서 서로 손해가 크지 않을까’, ‘상가에서 동종 업종 영업을 제한하는 규약을 두지 않나’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어서 상황에 따라 제한 여부가 달라진다.

◆계약 시 동의했다면 임차인도 의무 승계
먼저 상가 점포 수분양자들이 수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 업종 제한에 동의했다면 그에 관한 약정 준수 의무(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그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임차한 자 역시 그 의무를 부담(승계)해야 한다.

대법원은 “건축 회사가 상가를 건축, 점포별로 업종을 정해 분양한 후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그 점포를 임차한 자는 (중략) 상호간의 업종 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점포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등이 분양 계약 등에 정해진 업종 제한 약정을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해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 배제를 위해 동종 업종의 영업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대법원 2006년 판결)”고 판시했다.

‘집합건물법’이 적용되는 상가의 경우 ‘상가관리단’이나 ‘상가번영회’ 등 명칭에 상관없이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으로 인정되는 경우 여기에서 정한 업종 제한 규약이 그 구성원들을 구속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각 점포 소유주는 물론이고 임차인까지도 업종 제한을 받게 된다. 다만 ‘상가번영회’일지라도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규 임차인 등에게 업종 제한을 강제할 수 없다.

한편 상가 전체 또는 여러 점포가 한 사람 또는 하나의 법인 소유인 경우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서에 동종 업종 입점을 제한하는 특약 사항을 명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존 영업자가 위 입점 자체를 금지시킬 수는 없고 다만 임대인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앞의 경우들과 차이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경우들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나 특약이 없는 경우, 즉 주로 작은 상가들의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 동종 업종의 입점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한편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의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에서 동종 업종을 유치하지 않는 경우나 과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동종 업종 업체가 스스로 입점하지 않는 경우는 제한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상가 건물에 대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A가 2층에 6~10세 대상으로 하는 영어 유치원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B가 같은 건물 3층에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을 운영하려고 건물주 C에게 입점 문의를 해왔다.

상도의상 C는 A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 A가 중복 업종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경우들에 해당하지 않아 A에게 B의 입점을 막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동종의 영어 학원이라고 보더라도 그 대상 연령층이 달라 실질적으로도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동종 업종’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참고로 판례는 상법 제41조(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규정의 ‘동종 영업’을 “경업이 금지되는 대상으로서의 동종 영업은 영업의 내용·규모·방식·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양도된 영업과 경쟁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업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5년 판결)”고 판시했다.

이는 구체적인 기준은 아닐지라도 실제 사례에서 특정 업종이 문제됐을 때 그 업종이 입점이 제한되는 동종 업종이냐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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