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롯데쇼핑이 만든 ‘거점 오피스’…이동 시간 줄이고 효율 높인다
입력 2020-07-14 10:15:16
수정 2020-07-14 10:15:16
-집에서 가까운 곳 골라 근무…좌석예약·화상회의 등 스마트 오피스 환경 갖춰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1시간 27분’을 출근 시간에 썼다. 대부분의 기업 본사가 여전히 서울에 있어 인천과 경기 지역 직장인들은 왕복 3시간을 대중교통에서 허비하는 실정이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리자 ‘서울 공화국’은 견고해졌고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내놓은 ‘거점 오피스 실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시작된 재택근무가 시작됐지만 가정에서의 근무가 원활하지 않은 직원들도 있었다. ‘거점 오피스’는 이동 동선은 최소화하고 업무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해법이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서울에 쏠렸던 일자리도 수도권과 지방으로 흩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외부 위험 최소화하는 ‘스마트 오피스’ 구축
‘거점 오피스’를 통해 재계의 새로운 근무 문화를 발 빠르게 심은 곳은 SK텔레콤이다. 조직별·상황별 자율로 재택, 거점 오피스, 회사 출근 등 유연하게 근무하는 ‘디지털 워크’를 실행 중인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필수적 선택’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직원들의 근무 거리를 고려해 종로·서대문·분당·판교 등에 4개소를 먼저 개소했다. 구성원들의 거주 지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다수가 거주하지만 출퇴근상 가장 원거리인 성남시와 용인시가 인근한 분당과 판교 사옥에 우선 거점 오피스를 구축했다. 공간은 회사가 갖고 있던 기존 공간을 활용했고 향후 구성원의 거주지 분석을 통해 추가적으로 외부 임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점 오피스’는 정보기술(IT)을 적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무실로 운영된다.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비즈니스 모델로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거점 오피스에도 이와 관련한 시스템이 구축됐다. 거점 오피스별로 차이는 있지만 종로 오피스에는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워킹 스루, 좌석·회의 예약 시스템, 화상 회의 시스템, VDI(모바일 PC) 등이 구축돼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미리 구축해 둔 클라우드 PC, 협업 툴 ‘팀즈’, T전화 그룹 통화 등을 통해 각 구성원들이 다른 사무실에 흩어져 있어도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는 디지털 워크 문화가 잘 정착돼 팀원들이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업무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가에서는 롯데가 발 빠르게 거점 오피스 실험을 시작했다. 롯데쇼핑HQ(헤드쿼터)는 주 1회 재택근무 시행에 이어 7월 1일부터 거점 오피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롯데쇼핑HQ는 전략기획본부·지원본부·재무총괄본부 등 롯데쇼핑 각 사업부에 포진돼 있던 스태프 인력을 한데 모은 조직이다. 1월 신설됐고 각 사업부는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쇼핑HQ가 마련한 ‘스마트 오피스’는 수도권 일대 5곳이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일산점·인천터미널점·평촌점과 빅마켓 영등포점까지 백화점 공간을 활용해 총 5개 거점에 225석을 마련했다. 이 거점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들은 롯데쇼핑HQ와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각 사업부 본사 직원 3000여 명이다.
롯데쇼핑의 거점 오피스에는 좌석 예약 시스템이 구비돼 언제 어디서나 5개 거점 오피스의 좌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지점별로 일부 좌석에서는 노트북을 비치해 이용 직원의 편의를 도모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각 사업부 간 업무 시너지를 도모하고 본사와 현장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스마트 오피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 오피스, ‘코로나19 시대’에 딱 맞는 복지
‘거점 오피스’는 본사에 많은 인력을 모아 두는 대신 인력을 분산 배치해 감염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또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자택 내에서 업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직원들의 호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권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이른바 ‘한국형 오피스 프리’의 모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근무처의 다양화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최근 IT업계가 ‘개발자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쿠팡은 개발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쿠팡은 6월 26일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연다고 밝혔다.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은 최대 100명이 동시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의 사무 공간으로 화상 회의가 가능한 회의실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됐다.
쿠팡 관계자는 “개발자들은 개인 일정에 따라 서울 잠실(본사)이나 판교 중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집중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스마트 오피스의 취지다.
오피스 프리가 확대되면서 공유 오피스업계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대기업은 기존에 보유한 사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거점 오피스를 위한 장소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이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공유 오피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대기업도 서울 시내 전역에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5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직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은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피스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파이브에 따르면 6월 기준 멤버 수는 1만7000명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인 1월에 비해 33% 증가했다. 3월 대비 6월 멤버 수로 비교해 보더라도 17% 증가한 것이다.
최근 패스트파이브가 론칭한 ‘패파 패스’의 인기도 뜨겁다. ‘패파 패스’는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원하는 지역에서 패스트파이브의 여러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상품은 업무 특성에 따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월별로 결제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프리랜서나 외근직들을 겨냥한 상품이지만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상황에서 자택에 업무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난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1시간 27분’을 출근 시간에 썼다. 대부분의 기업 본사가 여전히 서울에 있어 인천과 경기 지역 직장인들은 왕복 3시간을 대중교통에서 허비하는 실정이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리자 ‘서울 공화국’은 견고해졌고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내놓은 ‘거점 오피스 실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시작된 재택근무가 시작됐지만 가정에서의 근무가 원활하지 않은 직원들도 있었다. ‘거점 오피스’는 이동 동선은 최소화하고 업무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해법이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서울에 쏠렸던 일자리도 수도권과 지방으로 흩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외부 위험 최소화하는 ‘스마트 오피스’ 구축
‘거점 오피스’를 통해 재계의 새로운 근무 문화를 발 빠르게 심은 곳은 SK텔레콤이다. 조직별·상황별 자율로 재택, 거점 오피스, 회사 출근 등 유연하게 근무하는 ‘디지털 워크’를 실행 중인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필수적 선택’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직원들의 근무 거리를 고려해 종로·서대문·분당·판교 등에 4개소를 먼저 개소했다. 구성원들의 거주 지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다수가 거주하지만 출퇴근상 가장 원거리인 성남시와 용인시가 인근한 분당과 판교 사옥에 우선 거점 오피스를 구축했다. 공간은 회사가 갖고 있던 기존 공간을 활용했고 향후 구성원의 거주지 분석을 통해 추가적으로 외부 임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점 오피스’는 정보기술(IT)을 적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무실로 운영된다.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비즈니스 모델로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거점 오피스에도 이와 관련한 시스템이 구축됐다. 거점 오피스별로 차이는 있지만 종로 오피스에는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워킹 스루, 좌석·회의 예약 시스템, 화상 회의 시스템, VDI(모바일 PC) 등이 구축돼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미리 구축해 둔 클라우드 PC, 협업 툴 ‘팀즈’, T전화 그룹 통화 등을 통해 각 구성원들이 다른 사무실에 흩어져 있어도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는 디지털 워크 문화가 잘 정착돼 팀원들이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업무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가에서는 롯데가 발 빠르게 거점 오피스 실험을 시작했다. 롯데쇼핑HQ(헤드쿼터)는 주 1회 재택근무 시행에 이어 7월 1일부터 거점 오피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롯데쇼핑HQ는 전략기획본부·지원본부·재무총괄본부 등 롯데쇼핑 각 사업부에 포진돼 있던 스태프 인력을 한데 모은 조직이다. 1월 신설됐고 각 사업부는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쇼핑HQ가 마련한 ‘스마트 오피스’는 수도권 일대 5곳이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일산점·인천터미널점·평촌점과 빅마켓 영등포점까지 백화점 공간을 활용해 총 5개 거점에 225석을 마련했다. 이 거점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들은 롯데쇼핑HQ와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각 사업부 본사 직원 3000여 명이다.
롯데쇼핑의 거점 오피스에는 좌석 예약 시스템이 구비돼 언제 어디서나 5개 거점 오피스의 좌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지점별로 일부 좌석에서는 노트북을 비치해 이용 직원의 편의를 도모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각 사업부 간 업무 시너지를 도모하고 본사와 현장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스마트 오피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 오피스, ‘코로나19 시대’에 딱 맞는 복지
‘거점 오피스’는 본사에 많은 인력을 모아 두는 대신 인력을 분산 배치해 감염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또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자택 내에서 업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직원들의 호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권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이른바 ‘한국형 오피스 프리’의 모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근무처의 다양화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최근 IT업계가 ‘개발자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쿠팡은 개발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쿠팡은 6월 26일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연다고 밝혔다.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은 최대 100명이 동시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의 사무 공간으로 화상 회의가 가능한 회의실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됐다.
쿠팡 관계자는 “개발자들은 개인 일정에 따라 서울 잠실(본사)이나 판교 중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집중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스마트 오피스의 취지다.
오피스 프리가 확대되면서 공유 오피스업계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대기업은 기존에 보유한 사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거점 오피스를 위한 장소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이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공유 오피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대기업도 서울 시내 전역에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5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직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은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피스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파이브에 따르면 6월 기준 멤버 수는 1만7000명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인 1월에 비해 33% 증가했다. 3월 대비 6월 멤버 수로 비교해 보더라도 17% 증가한 것이다.
최근 패스트파이브가 론칭한 ‘패파 패스’의 인기도 뜨겁다. ‘패파 패스’는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원하는 지역에서 패스트파이브의 여러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상품은 업무 특성에 따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월별로 결제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프리랜서나 외근직들을 겨냥한 상품이지만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상황에서 자택에 업무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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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