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신발 사고 편의점 잔돈 모으고…뭔가 다른 ‘그들’의 투자법

[커버스토리=밀레니얼, 재테크에 빠지다]
-‘동학개미운동’ 주축으로 나선 밀레니얼…암호화폐 투자도 꺼리지 않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인구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1417만 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각종 경제 활동과 소비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주목한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적금과 예금 상품만 설계해선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주저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고 있다.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도 있다. 연봉과 자산 상황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재테크 정보를 찾는다. 또 고수익을 위해서라면 높은 위험도 기꺼이 감수한다.


◆적은 돈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P2P·암호화폐

20대 대학생 윤지혜 씨는 최근 P2P(Peer to Peer Lending) 투자에 푹 빠졌다. 윤 씨가 P2P 투자를 알게 된 것은 친구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게시 글을 통해서다. 용돈을 아껴 모은 소량의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윤 씨는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여윳돈으로 투자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투자와 거리가 멀 것 같은 20대 대학생부터 자금이 많지 않은 30대 사회 초년생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게 ‘P2P 투자’다. 밀레니얼 세대가 P2P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투자 방법이 간편하고 모바일로 접근하기 쉽고 소액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지혜 씨는 “큰돈은 아니지만 조금씩 붙는 투자 수익이 눈에 보여 재미있기도 하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쉽게 투자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P2P 투자는 상품에 따라 기대 수익률, 투자 기간, 상환 방식 등이 다양해 각자 투자 성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모바일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뱅크샐러드와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과의 투자 연계로 접근성을 높인 것도 젊은 투자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P2P 투자 플랫폼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제로(0) 금리 시대 재테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젊은 세대들에게 확산됨에 따라 자본금이 부족한 20대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간편 투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P2P 투자의 주요 이용층도 밀레니얼 세대다. 어니스트펀드에 따르면 7월 기준 자사 P2P 금융 서비스에 투자한 고객 중 30대가 36.07%로 가장 많았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20대로, 전체 점유율이 28.02%로 30대에 이어 둘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투자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인 30대와 비교해도 8%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체 투자자 인원수 대비 20대의 비율은 2018년(9%)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18%포인트 증가했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편리하고 간편한 혁신적인 투자 서비스를 통해 재테크 투자자 연령대를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에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다. 2018년 한국을 휩쓴 ‘암호화폐 열풍’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주소현 이화여대 교수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통해 퍼낸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 행동 이해’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300명 중 21.3%가 선물·옵션·암호화폐 등 고위험 투자 상품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블록체인캐피털이 미국 성인 20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18세에서 34세 사이 밀레니얼 세대의 42%가 “5년 내 암호화폐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린이로 다시 태어난 밀레니얼…급증하는 주식 투자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장기화로 증시가 거듭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이는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다. 밀레니얼 세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56%가 20~30대였다.

암호화폐부터 P2P 투자까지 다양한 투자법이 성행하지만 ‘주식’은 그야말로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이다. 7월 29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30%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법으로 주식을 꼽았다.

주식 계좌 개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유튜브 채널에서도 주식 투자와 경제에 관한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구독자 8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유튜버 ‘슈카월드’,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존봉준(존 리+전봉준)’이란 별칭이 생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 금융 자산 관리사 출신인 ‘부자언니 유수진’ 등 주식에 입문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유튜버들이 넘쳐난다.

특히 이러한 경제 유튜버들은 올해 들어 구독자와 조회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주식 시장을 달군 동학개미운동의 최전선에 선 밀레니얼 세대가 유튜브로 ‘주식 공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칭 ‘주식 전문가’가 오를 만한 종목들을 추천해 준다는 ‘주식 리딩방’도 성행 중이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 익명 단체 채팅방을 통해 회원을 모은다. 단체방 종류만 해도 1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방부터 10여 명의 ‘소수 정예’로 구성된 방까지 다양하다.

특히 최근엔 불특정 다수를 리딩방에 초청하는 문자 메시지까지 성행하고 있다. 급기야 일정 금액의 돈을 방장에게 송금하면 더 적중률이 높은 정보를 알려 준다는 유료 리딩방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고수익’을 원하는 주린이라면 한번쯤 솔깃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6월 22일 주식 리딩방에 대해 리딩방의 성행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리딩방은 금융 전문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유사 투자 자문업자나 일반 개인이 운영한다고 지적하며 “리딩방 운영자의 추천대로 주식을 매매했다가 주가 조작과 같은 중대 형사 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샤테크’부터 ‘슈테크’까지 진화하는 리셀 시장

그간 리세일 시장의 강자는 ‘샤넬’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약 2년 전 500만원에 구입한 샤넬백의 가격이 700만원대로 올랐다는 ‘샤테크 후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샤넬의 인기 상품인 클래식백과 보이백은 매장에 물량이 없어 구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샤넬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저렴하다’는 말은 진리처럼 여겨지곤 했다.

샤넬에 이어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상품으로 급격히 떠오른 것은 운동화다. 일부 마니아 층의 수집 품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셀 품목으로 떠올랐다. 전문 리셀러들이 눈독을 들이는 샤넬백이나 롤랙스 시계처럼 500만~1000만원대가 아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접근성을 낮췄다. 한정판 운동화만 모으는 마니아 층이 두텁다는 것도 강점이다.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기준 2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2025년까지 약 60억 달러(약 7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도 급격한 속도로 성장 중이란 것이다.

지난해 11월 나이키가 가수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해 출시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의 판매가는 21만9000원이었지만 리셀 플랫폼에서는 판매가가 300만원에서 1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 제품은 판매 수량이 많지 않아 출시와 동시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온라인에서도 당첨된 사람만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21만9000원짜리 운동화가 1000만원대에 거래되면서 신발 리셀은 다른 리셀 품목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다. 무신사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은 안심 구매를 보장하는 100% 정품 보장 검수 솔루션을 내세웠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실시간 가격 변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입찰 시스템을 통해 거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거래가 체결되면 판매자는 솔드아웃 검수 센터로 상품을 발송하고 검수팀의 인증을 받은 상품만 구매자에게 배송된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3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다. 구매한 신제품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확보하는 리셀 플랫폼으로 시세 예측·익명 거래 등 중개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검수팀을 통한 안전 거래를 보장한다. 유통 대기업 롯데백화점은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았다.


◆짠테크족 “얼마 버느냐보다 얼마 쓰느냐가 더 중요해”

31개 통장에 1억4000만원어치의 예·적금 보유,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촛불을 켜고 씻기, 바지는 2벌로 돌려 입기…. 19만5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만렙 유튜버 ‘강 과장’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한 짠테크 노하우다. 강 과장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짠테크 노하우를 공개하는 유튜버들부터 짠테크 가계부 작성법까지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할 수 있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대적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자리 감소와 임금 절감을 겪게 된 밀레니얼 세대는 ‘코로나19 세대’라는 눈물겨운 별칭을 얻게 됐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짠테크를 실천 중이다.
6월 29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8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5명 중 4명(79%)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짠테크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은 77%, 구직자는 85%가 짠테크를 실천하고 있었고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부족(25%)’과 ‘비상금 마련(23%)’이었다. 지출을 줄인 항목으로는 ‘외식비(24%)’가 가장 많았고 ‘취미 생활(19%)’과 ‘쇼핑(13%)’, ‘자기 계발비(11%)’ 순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이 짠테크에 강한 이유는 새로운 정보에 대한 습득력과 능숙한 모바일 사용법 때문이다. 최근 금융업에 뛰어든 IT업계는 이들을 겨냥해 기발한 짠테크 상품으로 가입자를 연일 늘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7월 기준 계좌 개설자만 14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20~30대의 비율이 6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결제 후 남은 동전과 결제하고 받은 리워드를 펀드 투자와 연계한 ‘동전 모으기’와 ‘알 모으기’는 상품 출시 후 두 달 만에 32만 건 이상이 신청했다.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카드도 인기다. ‘광역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최대 20%의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카드사가 약 10%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교통카드다. 특히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의 청년(19~34세)들에겐 마일리지를 추가로 적립해 준다.

짠테크를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편의점은 짠테크의 발판으로 급부상했다. 편의점 CU와 삼성증권, 잔돈 적립 애플리케이션(앱) ‘티클’은 7월 20일 상품 구매 후 발생한 1000원 이하 잔돈을 삼성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저축해 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고객이 티클과 연결된 카드로 결제한 후 잔돈이 발생하면 삼성증권 CMA에 자동으로 저축하거나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마감 할인 판매 ‘라스트오더’를 출시했는데 서비스 개시 50여 일 만에 누적 판매량 14만 개를 달성했다. 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은 도시락·삼각김밥·유제품 등 유통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정상 가격 대비 3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2030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데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라스트오더를 통한 고객 중 20대와 30대가 전체 고객의 71.3%를 차지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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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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