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명의 수탁자가 소유권을 돌려주지 않고 타인에게 매도하면 횡령죄 성립 가능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형식상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명의신탁이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여러 가지 제재도 따라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명의신탁은 역사가 길다. 종중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종중원 중 1인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 두는 경우도 있었고 개인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의 명의를 빌리는 경우도 허다했으니 말이다.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사람을 명의신탁자라고 하고 반대로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을 명의수탁자라고 한다. 명의신탁을 하면 실질적 소유자(명의신탁자)와 등기부상의 형식상 소유자(명의수탁자)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생긴다. 명의신탁을 하는 데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봐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명의신탁을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법은 명문으로 명의신탁 약정이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인 다툼 없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등기 명의를 찾아오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실제로는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의 이전을 거부해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의신탁자가 법적으로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이전한 경우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
◆명의신탁, 원칙적으로 금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지 않고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가 있다. 명의신탁자가 직접 당사자가 돼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와 등기부상 명의만 명의수탁자로 한 경우에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명의수탁자가 나서 자신이 실질적인 매수인인 것처럼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관계를 알았다면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 하지만 매도인이 명의신탁 관계를 알지 못했다면 법적으로는 이를 찾아오기 어렵다.
명의신탁자가 법적으로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해당 부동산의 매수를 위해 지급한 대금의 반환만을 구할 수 있다.
부동산의 가치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면 문제가 아닐 것이지만 부동산의 가치가 급등했다면 명의신탁자로서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포기할 일은 아니다.
취득시효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20년 동안 자신의 소유로 알고 점유한 경우에는 소유권의 이전을 구할 수 있는 제도가 취득시효다. 명의신탁한 부동산을 자신이 직접 점유하면서 사용한 경우는 물론 이를 임대한 경우에도 취득시효를 주장해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이다.
소유권에 관한 다툼과는 별도로 명의신탁 사실이 발각될 경우에는 각종 제재가 따르게 된다. 명의신탁 약정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3년 내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내지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무상 명의신탁 사실이 발각돼 처벌까지 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예정하고 있는 처벌의 정도가 쉽사리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을 돌려주지 않고 타인에게 이를 매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
명의신탁자의 경우에는 형사 처분과 별도로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증여세 회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 증여 의제가 돼 증여세가 부과되기도 한다.
명의신탁이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종중이 제삼자 명의로 등기하거나 배우자의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또는 종교 단체의 명의로 산하 조직이 보유한 부동산의 등기를 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승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