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K엔터’ 대장주 예약…예상 시총만 최소 3조원, 상반기도 역대 최대 실적

[커버스토리- IPO 기대주②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3조원에서 5조원. 증권가가 추정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예상 시가총액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3대 기획사 구도를 형성했던 SM엔터테인먼트(8월 20일 장중 8608억원), YG엔터테인먼트(8510억원), JYP엔터테인먼트(1조2335억원)의 시총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선배 엔터사들을 제치고 ‘대장주’로 자리 잡을 빅히트의 상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8월 7일 빅히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큰 관심을 모아 온 빅히트의 상장은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 추진사는 예비 심사 결과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 경영’ 전면에 나선 방시혁 의장

2005년 설립된 빅히트가 현재 3대 기획사를 넘보는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한 것은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의 활약 덕분이다. 이 보이 밴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노래, 유튜브 등 뉴 미디어의 효과적 활용으로 전 세계의 팬들을 ‘아미(BTS 팬클럽)’로 만들었다. BTS의 성공으로 K팝은 한층 더 영향력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BTS만큼 주목받는 사람이 이들을 탄생시킨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다. 방 의장은 상장을 앞둔 시기 ‘책임 경영’으로 기업을 이끌면서 신뢰를 더하고 있다. 지난 5월 빅히트는 주주 총회를 통해 빅히트 이사회 의장 및 단독 대표로 방 대표를 선임했다. 향후 핵심 사업과 중요 사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의사 결정을 이끌며 빅히트 멀티 레이블의 음악 제작과 크리에이티브 부분을 리드한다.

타 엔터테인먼트 창립자들이 프로듀서 직함을 달고 음악이나 콘셉트 결정에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또 방 의장은 현재 빅히트의 지분 45.1%(보통주 80만3502주)를 지닌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빅히트의 2대 주주는 넷마블로 지분율 25.1%(44만 5882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을 앞둔 시기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도 ‘BTS 파워’를 꺾지는 못했다. 빅히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최고 실적을 냈다.

8월 13일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한 ‘2020년 하반기 빅히트 기업 설명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 잠정 집계 결과 매출은 2940억원, 영업이익은 497억원을 기록했다. 방 의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BTS의 월드 투어 일정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빅히트가 추구하는 콘텐츠와 팬이라는 본질의 집중한 결과 여러 영역에서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빅히트가 그간 인수한 레이블 소속의 아티스트들도 실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 쏘스뮤직과 플레디스를 자사 레이블로 합류시킨 빅히트는 여자친구·뉴이스트·세븐틴 등을 레이블 아티스트로 확보하게 됐다. 이들은 국내외 굳건한 팬덤을 확보한 K팝 아티스트들로 향후 빅히트의 실적 향상에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방 의장은 “상반기 가온 앨범 차트에 따르면 100위 내 앨범 판매량 중 40%를 빅히트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앨범 판매량 1위를 차지한 BTS의 ‘맵 오브 더 솔 : 7’ 426만 장, 2위 세븐틴의 ‘헹가래’ 120만 장을 합하면 톱10 판매량의 53%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빅히트가 상반기 실적의 또 다른 축이라고 밝힌 것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간접 참여형 사업이다. 빅히트 아티스트들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웹툰·소설·온라인게임·캐릭터 상품 등 간접 참여형 사업의 비율이 2017년 22.3%에서 지난해 45.4%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처럼 콘서트를 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간접 참여형 상품의 다양성을 확장시킨다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BTS 일곱 멤버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 ‘타이니탄’의 론칭을 통해 IP 사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 캐릭터는 빅히트의 IP 사업을 담당하는 독립 법인 빅히트 아이피에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탄생시켰다.

국내외 유명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가진 전문 인력 50여 명이 소속된 빅히트 IP 내 연구·개발(R&D) 스튜디오에서 기획부터 캐릭터 개발,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진행했다. 향후 빅히트는 타이니탄을 피규어와 팬시 상품,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글로벌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서 타이니탄을 테마로 한 상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라이선싱을 통한 협업으로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BTS ‘군입대’는 불안 요소

상반기 빅히트는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장기화될 코로나19 여파는 공연 사업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5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세계 18개 도시에서 BTS의 월드 투어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정이 전면 재조정되며 콘서트를 치르지 못했다.

그 대신 공연계는 온라인 콘서트전환에 나섰다. 지난 6월 열린 BTS의 비대면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는 전 세계 107개 지역에서 동시 접속자 75만6000명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BTS의 저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향후 온라인 콘서트의 지속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지역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올 연말까지 엔터업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증권가는 엔터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영업이익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1년 중반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는 전제하에 오프라인 공연 매출이 다시 오를 것으로 가정하지만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향후 브이 라이브 등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온라인 공연 형태가 출현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발표회에서 빅히트는 오는 10월 BTS의 공연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을 온·오프라인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BTS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빅히트에 꾸준히 제기돼 온 약점이다. 최연장자가 1992년생(만 28세)인 BTS는 당장 내년부터 멤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만약 BTS 멤버들이 나이 순서대로 군 복무를 시작한다면 ‘BTS 완전체’를 다시 보기 위해선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멤버 모두가 함께하는 완전체 활동을 중시하는 K팝 팬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빅히트에 BTS의 부재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BTS를 향한 의존도는 신인 그룹과 빅히트가 연이어 인수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약으로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BTS 동생 그룹’으로 주목받았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지난해 한국 시장 데뷔에 이어 올 초 일본에도 진출했는데 데뷔 싱글 판매량이 10만 장을 돌파하며 순조롭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CJ ENM과의 합작 법인 빌리프랩이 이끄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한 그룹도 하반기 데뷔를 앞두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민희진 빅히트 브랜드 총괄(CBO)과 레이블 쏘스뮤직이 함께 준비 중인 걸그룹은 내년 데뷔가 예정돼 있다.
특히 같은 소속사의 그룹을 함께 ‘팬질’하는 경우가 많다는 K팝 소비문화 특성상 신인들의 활약은 향후 ‘빅히트 팬덤’을 공고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이스트·세븐틴·여자친구 등 레이블 아티스드들의 활약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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