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빚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까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 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 부채가 1637조원을 넘어섰다.

1인당 약 3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1분기 말 1611조4000억원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 부채의 구성을 살펴보면 금융회사에서 빌리는 가계 대출이 전 분기 대비 23조9000억원 정도 늘어나 2017년 4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판매 신용 잔액은 91조5600억원으로 2조원 정도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자 1분기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2분기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가계 대출이 대폭 증가한 이유는 급증한 주식 담보 대출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로 인해 주택 담보 대출 증가 폭은 다소 감소한 반면 증권사 신용 공여는 전 분기 대비 35.8% 증가해 29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자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과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기구들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2%대까지 전망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의 전망치보다 훨씬 가파른 주가 상승 속도를 보이는 것은 실물 경제와의 큰 괴리를 간과해 주식 시장의 과열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 신용 대출이 8월 중 9영업일 동안 1조3000억원 급증했다.

폭등하고 있는 주택 가격으로 인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지만 주택 담보 대출이 조건이 까다로워지자 신용 대출로 몰리고 있는 현상도 가계 대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것은 가계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 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2분기 말까지 누적 관리 재정 수지 적자는 11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부터 2019년 6월 기준 누적 적자의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나 되는 규모다.

올 상반기 정부 지출은 31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조4000억원 증가한 반면 정부 수입은 22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조1000억원 감소했다.

따라서 국가 채무는 6월 말 현재 764조원 정도로 작년 말 대비 65조1000억원 급증했고 올 연말에는 8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17의 연체율이 2%대에서 최고 12%까지 치솟았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대출의 결과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도록 조치한 때문인데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국가별 부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정부·가계·기업의 총부채는 4540조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7%에 해당되고 조사 대상 43개국 중 22위를 차지한다. 더 위험한 것은 부채의 증가 속도다. GDP 대비 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계는 7위, 기업은 4위, 정부는 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기업·정부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증가하는 부채에 의해 지탱하는 경제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 혹독한 지출 구조 조정에 대한 고통 분담이 필요해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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