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런티어]“의료 AI, 미·중에 결코 뒤지지 않아요…논문도 한국 기업이 압도적이죠”


[AI·tech=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① 김현준 뷰노 대표]
- 삼성종기원 딥러닝 연구자 3인 6년전 창업…의료 영상 분석에서 생체 신호 AI로 영역 확장중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지금은 기술 변혁의 시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산업의 발전과 플랫폼의 출현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탄생했다면 이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신기술의 격전지는 인공지능(AI)이다. 아직 발전 초기인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는 곳이 미래 주역이 된다. 한국의 AI는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10년 뒤 세계 10대, 100대 기업으로 성장할 AI 기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AI로 성공 방정식을 찾아가는 혁신 기업 사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AI 성장 기업 분석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다.




# 의료진이 컴퓨터 화면을 주시하다가 알람이 울리자 급히 환자를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다. AI가 환자의 심정지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중환자실로 옮긴 지 30분 만에 실제 심정지가 왔고 즉각 대응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옆에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지만 AI라면 가능하다. 환자의 호흡 수, 심장 박동 수, 산소 포화도, 혈압 등 생체 신호를 분석해 향후 24시간 동안 발생할 심정지 위험도를 예측한다.


# 딥러닝 기반의 폐결절 탐지 알고리즘은 정상으로 보고된 환자의 컴퓨터 단층 촬영(CT) 영상을 판독해 결절을 추가 발견한다. 2019년 북미영상의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의사의 최초 판독상 정상으로 보고됐던 환자 9952명 중 269명에게서 추가 결절을 발견했다. 전수 조사 결과 그중 10명은 폐암 검진 판정 기준에 따라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뷰노의 AI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활용된 사례들이다. 뷰노는 2014년 8월 설립된 의료 AI 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김현준 뷰노 대표와 이예하 이사회 의장,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3인은 딥러닝을 연구하다가 창업에 나섰고 6년이 지난 현재 110명의 임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뷰노는 국내 의료 정보기술(IT) 분야에 딥러닝을 최초로 도입해 실제로 상용화하면서 의료 AI 분야의 개척자로 불린다. AI로 뼈의 나이를 판독하는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2018년 ‘국내 1호 AI 의료기기’로 등록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AI와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뷰노는 의료 분야에서 AI 기반 플랫폼 모델을 만들어 전 세계의 병원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팔 수 있다”고 평가했다.


뷰노는 올해 7월 ‘국내 1호 혁신 의료 기기’에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망막 영상 분석 기기인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안저를 카메라로 찍어 단 1~2초 사이 망막 출혈, 망막 신경섬유층 결손 등 12가지 이상 소견을 확인한다. 뼈·뇌·흉부·안저 영상 분석에서 5개의 의료 기기를 상용화한 뷰노는 최근 영상 분석뿐만 아니라 생체 신호 AI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니 자회사인 M3에 기술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의료 분야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고 있는 뷰노의 전략과 미래 가치는 무엇일까. 이경전 교수가 묻고 김현준 대표가 답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딥러닝이 꿰뚫는 기술이라면 뷰노는 꿰뚫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엑스레이 데이터로 본에이지를 만들고 그 인공지능 서비스를 다른 병원에 판매하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죠. 뷰노라는 회사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공급하는 병원과 사용하는 병원, 즉 플랫폼이 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모델로 보입니다.”


김현준 대표(이하 김현준) : “대형 종합 병원의 지식을 AI로 만들어 전문가 시스템과 같이 서비스하겠다는 개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산병원과 공동 연구하게 됐습니다. 지인을 통해 아는 교수님에게 AI 기술을 소개하니 데이터를 선뜻 주셨어요. 딥러닝으로 학습한 결과에 깜짝 놀라셨고 다른 교수님들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본에이지가 탄생했습니다. 국내 종합병원은 장비와 데이터의 종류가 많습니다. 여기에서 모인 데이터로 학습해 놓으면 국내 중소 병원들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장비 한두 대에 병상도 적죠. 일본에서 10개 병원과 협력해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국내 한 개 병원에서 얻었습니다. 국내 의료 환경이 AI로 학습하기 위한 좋은 토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경전 : “한국의 의료·교육·제조가 발전돼 있죠. 발전한 산업에서 발전한 AI가 나온다고 봐요. 의료 분야가 발전했기 때문에 뷰노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 에이지의 사업화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현준 : “본에이지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가 안 된다고 말했지만 지금 100개 넘는 병원에서 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AI 의료 기기에 수가 적용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가 사용하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봅니다. 본에이지는 2018년 허가 받고 2년 동안 영업을 해왔습니다. 병원의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거점별 ‘키 오피니언 리더’를 주로 설득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분들이 얼리어답터가 돼 먼저 써보고 충분히 목소리를 내주실 때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경전 : “논문을 보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AI 의료 기기를 도입해 의사들의 정확도와 속도가 빨라졌다는 논리를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AI가 의사와 전문가를 없앤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진단을 돕는 솔루션 제공은 뷰노의 철학처럼 될 겁니까, 도메인에 따라 다릅니까.”


김현준 : “철학입니다. X레이와 CT 등 의료 데이터 판독을 보조하는 제품으로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의사에게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경전 : “뷰노는 의료 분야의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을 주로 진행 중인데 B2C(기업 대 소비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현준 : “사업은 성장과 확장이기 때문에 B2C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창업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 시장에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일차적으로 의사들에게 인정받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 후에 다른 사업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경전 : “중국의 아이카본X(iCarbonX)나 에이다케어(AdaCare), 영국 딥마인드의 딥 페이션스(Deep patient), 미국의 유나이티드 헬스(United Health), 에이블투(AbleTo) 등에서는 환자가 언제 죽을지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미(DigitalMe)’ 사업에 대한 뷰노의 관점과 전략·전망은 무엇입니까.”


김현준 : “유망한 분야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카본X나 에이다케어는 우리와 섹터가 조금 다르긴 합니다. 비침습적인 영역으로 체외 진단 기기로 구분됩니다. 뷰노는 우선 지금 하고 있는 B2B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 생체 신호 분석과 같은 비침습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이경전 : “저는 AI 회사 중에서 용역 중심의 회사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뷰노는 용역 회사를 벗어났습니까.”


김현준 : “용역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2015년도 초창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기업 소속 연구원들에게 AI를 가르쳐 주는 용역을 해 본 적은 있고요. 그 외에는 우리 솔루션 기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AI가 의료 산업과 의료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 것 같습니까. 그동안 주장했던 것
중에서 맞았던 것과 틀렸던 것은 무엇인가요.”


김현준 : “혹자는 또 한 번의 AI의 겨울이 올 것이라도 했지만 데이터만 준비돼 있으면 늘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AI를 접하고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생각을 못했습니다. 사업 초창기에는 텐서플로우와 같은 툴이 없어 우리가 직접 엔진을 만들었거든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저변이 넓혀진 것 같습니다.”


이경전 : “중고교생들이 의대를 간다면 말려야 할까요.”


김현준 : “보내야 됩니다.”


이경전 : “저도 5년 전부터 계속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또 AI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뷰노에는 어떤 인력을 양성하면 도움이 됩니까.”


김현준 : “기업에서 딥러닝으로 데이터를 만들었던 인재와 딥러닝 경험은 없지만 학교에서 커리큘럼에 따라 잘 공부하고 온 인재 중·장기적으로는 후자가 이기는 것 같습니다. 창의성이 더 중요하거든요.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AI를 어떻게 학습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람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전공으로 보면 컴퓨터공학·산업공학·수학·물리학 등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많이 옵니다.”


이경전 : “뷰노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한국 정부나 국회에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까.”


김현준 : “기업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듯이 정부도 실패를 용인해 주면서 정책을 만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AI 의료 기기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지난 7월 국제 의료기기규제조합 기구의 AI 의장국이 됐습니다. 다른 부처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전 :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AI가 중국이나 미국에 뒤처졌다고 하는데 저는 아닐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의료 분야의 AI 기업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준 : “저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최근 소니의 자회사인 M3와 계약하면서 글로벌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루닛이라는 의료 AI 기업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발히 맺고 있습니다. 무조건 깎아내리지 말고 의료·교육·제조 등 정교하게 분야를 잘라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보더라도 한국 회사들의 실력이 압도적입니다.”


이경전 : “모든 제품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됩니까.”


김현준 : “본에이지라는 한국에서 첫째로 허가받은 의료 기기를 클라우드상에서 환자의 영상을 전송받아 클라우드로 진단 결과를 다시 제공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이것도 이례적인 사례였어요. 아직 추가 학습은 안 되지만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강화 학습의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경전 : “의료계에 바라는 바가 있습니까.”


김현준 : “의료계와 우리는 같은 처지입니다. 현안은 의료보험 수가입니다. 의료계에서도 혁신 기기를 쓰면 수가를 달라고 정부에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까.”


김현준 : “수가는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제도를 통해 충분한 안정성, 유효성, 경제성 등을 입증하도록 돼 있는데 혁신 기기들은 애초에 사용 모수 자체가 없어 혁신성을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겨루다가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우리와 같이 100군데 이상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산 수가를 정책적으로 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이것을 선제적으로 하면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올 거예요.”


이경전 : “뷰노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김현준 :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겠죠. 지금은 진단 보조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AI가 말해 줄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봐요. 기술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경전 : “뷰노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김현준 : “이 기기가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 ‘글로벌 톱3’ 의료 AI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경전 교수
경희대 경영대학과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에서 세 차례(1995년, 1997년, 2020년)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Innovative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ward)”을 수상했다.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소장. 인공지능 & 비즈니스 모델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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