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효과' 콘솔게임의 재발견... 클라우드 게임은 5G 킬러 콘텐츠로

[커버스토리=시가총액 100조 시대 열린다 'K-게임 폭풍 성장의 비밀']
-PC·모바일 게임 독주 속 변화 바람…아직은 점유율 낮지만 성장 가능성 높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국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환경의 변화와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클라우드 게임과 콘솔 게임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간 ‘게임 강국’ 한국에서는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곳곳에 자리 잡은 PC방과 높은 스마트폰 이용률 덕분이었다. 이렇게 굳건했던 시장의 틈새를 클라우드 게임과 콘솔 게임이 파고들면서 최근엔 새로운 게임에 관심을 갖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5G 킬러 콘텐츠로 낙점 당한 클라우드 게임

기기와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 3억8700만 달러(약 4600억원)에서 2023년 25억 달러(약 3조원)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이 게이밍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이동통신사들이 이들과 손잡고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 앞장서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킬러 콘텐츠’로 클라우드 게임을 점찍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9월 15일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한국에 출시한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은 월 1만6700원의 이용료로 100여 종의 엑스박스 게임은 물론 지인과 함께 동시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엑스박스 라이브골드’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엑스박스의 장점에 대해 게임 타이틀 1개의 구매 가격보다 적은 월 이용료를 내고 클라우드에 접속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을 꼽는다. SK텔레콤이 아닌 타 이통사 고객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에 걸쳐 단독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 왔는데 시범 서비스 기간 게임 수는 초기 4종에서 100여 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9월 15일 이용자가 ‘엑스박스 게임 패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원스토어 또는 갤럭시스토어를 통해 설치하면 국내외 인기 게임 100여 종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최종 게임 리스트는 9월 15일 확정된다.

KT는 8월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정식 출시했다. 월정액 요금을 내면 스마트폰·PC·IPTV 등을 통해 100여 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KT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활용해 기기 성능이나 장소 제약 없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를 출시한 KT는 올해 3월부터 약 6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 베타 서비스를 제공했다.

‘게임박스’의 월 이용 요금은 업계 최저인 월 4950원으로 책정됐다. 게임박스가 제공하는 총 100여 종 게임의 정식 구매 가격이 약 220만원(글로벌 게임 마켓 스팀 기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다. 주요 게임으로는 ‘보더랜드3’, ‘NBA2K20’, ‘마피아3’,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시리즈 게임인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이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난해 8월부터 ‘지포스나우’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는 한국에서 LG유플러스가 단독 서비스를 맡아 300여 종의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통신 3사가 나란히 출시했던 전적이 있다. 당시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던 클라우드 게임이 재등장한 것은 기술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의 등장 배경과 향후 전망’을 통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재조명받은 이유로 ‘5G 상용화’와 ‘데이터 센터 운용 기술 발전’을 꼽았다. 게임 유저들이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으려면 표시 지연 현상이 없어야 하는데 5G가 상용화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 서버 운영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과 고화질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클라우드 게임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5% 내외로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향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IP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장년층 향수 자극하는 콘솔 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리 잡으면서 올해 들어 콘솔 게임 기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특히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콘솔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큰 열풍을 일으켰다. 인기에 힘입어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와 게임 소프트웨어 모두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동물의 숲’ 유통을 담당하는 대원미디어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3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5% 급증하기도 했다.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콘솔 게임이 코로나19를 만나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코로나19와 콘텐츠 이용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 미디어 기기별 하루 평균 이용량 변화율에서 ‘게임 콘솔’이 97.8% 증가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끝난 이후에도 게임 콘솔의 사용량은 4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높은 수준의 이용률을 이어 갈 것으로 예측됐다.

콘솔 게임 시장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연말에 나올 한층 업그레이드된 콘솔 게임기들 때문이다. 소니는 연말 ‘플레이스테이션5(PS5)’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외관과 일부 품목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를 비슷한 시기 출시할 예정이다. 닌텐도의 ‘스위치’와 함께 3대 콘솔 기기로 불리는 플스와 엑스박스의 연말 신제품 출시로 9세대 콘솔 기기 시장이 열린다면 2021년을 전후로 콘솔 게임의 점유율은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도 콘솔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대작 다중접속역할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 TL’을 PC와 콘솔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향후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을 콘솔 게임으로 출시하면서 북미·유럽·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북미와 유럽은 콘솔 게임 시장이 크게 발달한 곳이다. 2017년 기준 북미 지역의 게임 플랫폼별 시장 규모에서는 콘솔 게임이 전체의 41.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마블도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대를 시도한다. 세븐나이츠 IP를 기반으로 닌텐도 스위치 전용 ‘세븐나이츠 타임윈더러’를 제작 중이다. 국산 IP를 기반으로 하는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는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아직까지 콘솔 게임의 비율은 미미한 편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전체 게임 산업 내 비율은 5% 미만에 머무른다. 이는 한국에선 PC 보급률이 높았고 동시에 콘솔 게임이 ‘오락용’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콘솔용 게임기에 향수를 지닌 중·장년층이 구매력을 갖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콘솔 게임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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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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