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론티어]'산타 토익 돌풍' 장영준 뤼이드 대표...“기술 DNA 없는 교육 시장, 데이터과학으로 점령했죠”
입력 2020-09-09 09:27:46
수정 2020-09-09 09:27:46
[AI·tech=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② 장영준 뤼이드 대표]
- 오답 분석 맞춤형 교육 ‘산타토익’으로 돌풍…미국 1위 교육기업 캐플란과 계약 등 글로벌 진출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공지능(AI) 기업과 연구소들이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CEO)가 투자한 오픈AI가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이들은 대단한 기술적 진보를 이뤘지만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이 유수의 플랫폼 기업들을 만들어 냈다면 과연 AI라는 기술로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러한 도전을 하는 AI 프런티어들을 찾아본다. 국내 AI 튜터 솔루션 기업 ‘뤼이드(Riiid)’는 데이터 과학을 통해 B2C를 공략하고 한국에서 해외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AI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이경전 경희대 교수가 장영준 뤼이드 대표를 만났다.
뤼이드는 올해 들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업계의 이목을 모았다. 한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를 가지는 ‘산타 토익’에 이어 8월에는 ‘산타공인중개사’를 정식 출시해 도메인(응용 분야)의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 ‘산타 SAT’를 론칭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딘 뤼이드는 올해 2월 미국 법인 뤼이드랩스(Riiid! Labs)를 설립했다. 글로벌 B2B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한 전진 기지를 세웠다. 미국 최대 교육 기업 캐플란과 AI 튜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뤼이드라는 이름은 ‘제거하다’, ‘자유롭게 하다’라는 ‘리드(rid)’에서 나왔다. 장영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를 창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공동 창업자 두 명과 뤼이드를 설립했다.
현재 뤼이드의 한국과 미국 사무소에는 국내외 유수 대학 출신의 AI 과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비롯해 총 12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세계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 등 세계적인 AI 콘퍼런스를 비롯해 8건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고 국내외 특허 71건을 출원해,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어떻게 교육 시장에 진출했습니까.”
장영준 대표(이하 장영준) : “뤼이드의 시작은 머신 러닝 연구·개발(R&D)입니다. 데이터 과학과 머신 러닝을 통해 B2C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가 첫째 고민이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가 혁신의 여지가 가장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교육 현장에 데이터가 쌓여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데이터를 모으기로 했습니다. 특히 오답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봤고 모바일 오답 노트 ‘리노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광범위한 이미지 데이터를 포괄하다가, 적어도 토익의 특정 영역에서만큼은 다른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점수를 빨리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한 게 ‘산타토익 1.0’입니다. 그때는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머신 러닝이 아닌 룰베이스(rule-based) 기반으로 시작했습니다. 점차 데이터를 모아 R&D를 한 것이죠.”
이경전 :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왜 교육은 성공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서비스가 출발한 줄 알았는데 이분법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이 먼저입니까, 데이터가 먼저입니까.”
장영준 : “데이터 과학이 먼저죠. 인터넷 성장 과정을 보면 가장 먼저 게임 콘텐츠와 성인 콘텐츠 분야가 돈을 벌고 트래픽을 모았습니다. 그다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텍스트·이미지·영상의 순서대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고 그다음 물건을 살 수 있게 됐고 또 결제가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영역으로 들어갔고 교육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가장 말초적인 데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으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온라인의 발전 궤적을 그대로 따라서 모바일의 영향력이 커지는데 딱 교육에서 멈춘 것 같습니다. 교육은 끝까지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것인가. 전 아니라고 봤습니다. 개인화라는 효용을 학생들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산타토익 1.0은 ‘오답 분석 잘해주는 앱’으로 소문나면서 이용자가 몰렸다. 2018년 1월 출시된 산타토익 2.0부터 무료 서비스에서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베트남에서 시범 운영 중인 ‘산타 SAT’는 AI 튜터 솔루션을 SAT 시험을 위한 학습으로 확장한 것이다.
AI의 기능은 오답 분석에서 점수 예측, 문제·강의 추천, 동기 부여 등으로 진화해 왔다. 뤼이드에 따르면 산타토익의 구매 전환율은 12.6%로 시장 평균보다 4.5배 높고 재구매율은 3배 높다. 또한 B2B를 공략하는 ‘산타인사이드’는 특정 언어, 시험 영역과 상관없이 산타인사이드 모듈을 바탕으로 원하는 분야의 AI 튜터를 개발할 수 있다. ACT·SAT·GMAT·GRE 등 시험 학습 AI 튜터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도 뤼이드를 주목하고 있다.
이경전 : “최초의 사업화 시점이 2015년 중반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일찍’, ‘빨리’ 강력한 AI 회사를 만들 수 있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장영준 : “저는 사업을 시작할 때 ‘지지 않는 게임’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경제적 해자’입니다. 모바일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트래픽을 모으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거나 소셜 커머스와 이커머스 붐에 편승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 한 도메인의 1등이 될 수 있을지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기술 DNA’가 거의 없는 교육 분야에서 데이터 과학이라는 아직은 점령되지 않은 기술을 처음부터 연구해 들어가면 초반의 과정은 너무 험난하겠지만 잘 버티면 1등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경전 : “판단이 적중했네요. 지금 뤼이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입니까.”
장영준 : “그동안 쌓인 데이터나 매출 기여를 보더라도 많은 이들이 ‘뤼이드=산타토익’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인력 구성을 보면 120여 명 임직원 중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이들은 15명 남짓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다수는 기술 연구와 산타인사이드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교육 당국과 업계에서 바라보는 AI는 미래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한 교육 대기업은 올해 3월 대규모 환불 사태를 겪었는데 2019년 하반기 매출의 30~40%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하는 절박한 기술이 됐어요. 뤼이드가 2020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입니다. 최근 미국 1등 교육 대기업인 캐플란과 계약을 체결했고 그곳의 AI 튜터는 모두 뤼이드가 만들기로 했습니다. 미국 SAT 입시의 강자로 통하는 Ivy글로벌과도 AI튜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세계적 테크회사나 자율주행 전기차 기업과도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경전 :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뤼이드가 아직은 플랫폼 회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분야 서비스(cross domain servicr)’를 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의 기계 학습 엔진을 통해 여러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같은 엔진으로 산타토익에서 공인중개사로 넘어가고 GRE·GMAT와 같은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봤는데, 맞습니까.”
장영준 : “산타토익·산타공인중개사·GRE·GMAT 등에 쓰는 모델을 모두 동일합니다. 크로스 도메인이 맞습니다. 특정 언어와 시험 영역에 상관없이 즉각적이고 병렬적인 확장이 가능합니다.
이경전 :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조직의 경쟁력과 가치가 커진다는 의미로 데이터 효과(data effect)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기업들의 특징인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그룹의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해당 그룹의 사용자가 같이 증가하는 개념이라면 AI 기업엔 데이터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뤼이드는 그런 효과를 얻고 있습니까. 공인중개사 수험생이 많으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나요.”
장영준 : “서비스 단계에서 체감되는 게 훨씬 강력할 겁니다. 데이터가 쌓여 추천·예측·추론의 질이 좋아지니까요. 예전엔 AI 하면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이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갖추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최근 젊은 세대는 AI를 데이터 과학이라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관심을 갖고 본인이 넣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를 통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데이터 효과,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제품에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지, 쌓인 데이터가 어느 정도인지 전면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경전 : “장 대표님은 UC버클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잖아요. 데이비드 티스 UC버클리 교수는 기술 혁신자가 살아남기 위해 모방 가능성, 보완 자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술 중심인 뤼이드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처럼 계속 격차를 일으켜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장영준 : “처음 창업할 때부터 우리는 홍보도 기술 중심으로 했고 어떻게 하면 이 기술의 진입 장벽을 높여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면 논문을 낼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1억 건 이상의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연구자들이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경전 : “기술 중심적 사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파크가 스스로를 기술 회사가 아닌 유통 회사라고 명명하는 것을 보면서 약간 실망했어요. 아마존은 지금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아마존 파이어, 아마존 에코 등을 발전시키면서 기술 중심 회사로 변모했죠. 한국 기업의 일부는 도메인을 주장하면서 기술을 등한시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영준 : “우리 스스로를 교육 회사로 정의하고 교육공학적·교육산업적 관점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짰으면 우리 알고리즘은 지금까지 다 룰 베이스였을 것이고 각 도메인이 확장될 때마다 비용이 계속 들어갔을 겁니다. 우리 스스로 룰 베이스에 대한 반감이 있거든요. 그래야 확장성 있는 데이터 기반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경전 : “여전히 객관식 문제에 집중합니까.”
장영준 : “현재 들어오는 연구자들은 자연어 처리(NLP)나 이미지 쪽 응용 분야를 전문적으로 합니다. 에세이 같은 경우 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채점해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제는 객관식 문항을 넘어 에세이나 주관식 문항까지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경전 : “스쿼럴 AI 러닝(squirrel AI learning) 등 중국 기업과의 경쟁 가능성은 어떻게 봅니까.”
장영준 : “중국의 AI 연구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교육산업 내에서 봤을 때는 유의미한 논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곳은 아이플라이텍밖에 없습니다. 신동방과 TAL에듀케이션그룹과 같이 거대한 교육 회사들에서 5년 전부터 AI 튜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 100% 데이터 과학에 기반한 AI 튜터 제품이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워낙 커 그 안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 같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도 중국 내수 시장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설령 중국에서 크고 있는 AI 기반 교육 회사가 있더라도 직접 경쟁으로 부딪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경전 : “뤼이드가 논문도 많이 공개했는데 따라하면 어떻게 합니까.”
장영준 : “저는 데이터와 기술 연구로 격차를 계속 만드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장 대표님 개인적으로는 실리콘밸리 경험을 한 게 특징이잖아요. 실리콘밸리 경험이 필수적입니까.”
장영준 : “아주 큰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사회 초년생 때 관점과 태도를 배우고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이 인재들을 뤼이드로 영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아마 글로벌 경험이 없었다면 이 사업 아이템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경전 : “그렇다고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사람만 뽑을 수는 없잖아요.”
장영준 : “뤼이드는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인에 약 20명의 직원들이 있어요. 이번에 한국에 있는 AI 연구자 절반 정도가 미국에 한두 달 정도 머무르면서 실리콘밸리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버클리대나 스탠퍼드대의 아무 기술 세미나에 들어가 듣는 내용이 그 다음해 뉴립스(Neurips)학회에 올라오잖아요. 기술 트렌드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현장을 느껴보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경전 : “뤼이드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또한 AI가 선하게 바꿀 3대 분야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장영준 : “뤼이드는 두 가지 큰 흐름에서 교육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심 교육에서 AI 활용으로 바뀌는 겁니다. 둘째는 총괄 평가(summative test)에서 형성 평가(formative test)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수능·SAT·토익 등과 같이 객관식 시험 위주로 ‘선별’을 위한 시험이라면 후자는 전체 학습 과정에서의 ‘성장’에 목적을 둔 평가 방식입니다. 학교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거대한 변화거든요. 미국이 먼저 주도하는 만큼 향후 20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콘텐츠 중심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적 산업으로 교육산업이 재편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뤼이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I 혁신 분야는 교육·금융·의료 등 세 개를 꼽겠습니다.”
시사점 : AI로 성과를 내는 기업은 AI를 통해 최적화하고 합리적인 액션을 하는 곳들이다. AI도 실수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힌다. 그런 면에서 뤼이드는 객관식 교육 시장을 주목하고 최적화한 점, 실수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오답 분석에서 실마리를 찾은 점에서 AI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람들의 지불 의사가 높은 토익 분야를 먼저 공략해 그 엔진을 기반으로 확장한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