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7년 만에 합법화 길 열려… 노조 인정 요건에 영향 미칠까
입력 2020-09-15 09:43:54
수정 2020-09-15 09:43:54
[법알못 판례 읽기]
-2013년 해직 교원 가입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대법원 “노동3권 본질적 침해로 무효”
[한경비즈니스 = 안효주 한국경제 기자] 해고된 직원이 가입된 노동조합은 과연 합법적인 노조일까.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최근 해직 교원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통보한 법외노조 처분이 무효라는 판단을 냈다. 법외노조는 ‘법률상 노조가 아니다’는 의미다. 사실상 노조 지위를 박탈당했던 전교조가 7년 만에 합법 노조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이 기업 내 노조의 구성 요건 등을 재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 파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전교조, 해직 교사 포함되면 노조 자격 박탈”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에 해직 교원 9명이 가입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노동조합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돼 있는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따랐다. 또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는 ‘설립 신고 이후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이 허용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정요구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임을 통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거센 논란이 일었다. “해직 노조원 수가 극히 적고 1999년부터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바꾸는 것은 법적인 안정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 결과 전교조는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노조의 기능을 사실상 잃게 된 것이다.
2013년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이후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에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고 해직 교사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원노조법 개정이 추진 중에 있다”는 이유로 직권 취소 요청을 거부해 왔다.
◆ 뒤바뀐 대법원 판단 “해직자 있어도 노조”
이에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정식 행정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히고 우선 서울행정법원에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고용노동부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10월 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법외노조 통보 조치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켰다.
하지만 본안 사건에선 전교조가 소송에서 졌다. 행정법원이 2014년 6월 1심에서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조치는 정당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2016년 1월 항소심에서 1심과 똑같이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상대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1·2심 모두에서 전교조가 패소한 것이다.
전교조와 고용노동부의 갈등은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모두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法 “노동3권 보호 우선해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 법규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가 헌법상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본 것이다. 법률 유보 원칙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가리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상실됐다”고 봤다. 우선 “교원 노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하는 것은 단순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므로 무효”라며 “고용노동부는 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는데,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소수 의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두 대법관은 “관련 법 규정에 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통보하지 않으면 오히려 책임을 방기한 셈이 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에 변호사로서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이력이 있어 심리에서 제외됐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9월 4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의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노조의 지위를 회복함으로써 단체협약 체결, 노동 쟁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법상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선 일제히 우려 “노사 갈등 격화될까 노심초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이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판결이 노사 대립을 심화시키고 결격 사유가 분명한 불법 노조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9월 3일 “대법원의 판결이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아닌데도 기업의 노조에 가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짚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따르면 전교조에 해직 교원이 가입해 있더라도 전교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한경연은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법률 규정과 실질적으로 상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은 노동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에 판결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조의 단결권만 대폭 강화되면 대립적 노사 관계가 악화되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날 성명문을 내고 “교원노조법을 위반한 전교조에 대한 행정부의 정당한 조치를 무효화함으로써 법 집행력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정부는 결격 사유가 발생한 불법 노조에 대해 실질적인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인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도 연결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문제는 정치·경제·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향후 국회에서 대립적 노사 관계를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 “최근 친노동계적인 사법부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2013년 해직 교원 가입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대법원 “노동3권 본질적 침해로 무효”
[한경비즈니스 = 안효주 한국경제 기자] 해고된 직원이 가입된 노동조합은 과연 합법적인 노조일까.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최근 해직 교원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통보한 법외노조 처분이 무효라는 판단을 냈다. 법외노조는 ‘법률상 노조가 아니다’는 의미다. 사실상 노조 지위를 박탈당했던 전교조가 7년 만에 합법 노조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이 기업 내 노조의 구성 요건 등을 재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 파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전교조, 해직 교사 포함되면 노조 자격 박탈”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에 해직 교원 9명이 가입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노동조합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돼 있는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따랐다. 또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는 ‘설립 신고 이후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이 허용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정요구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임을 통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거센 논란이 일었다. “해직 노조원 수가 극히 적고 1999년부터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바꾸는 것은 법적인 안정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 결과 전교조는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노조의 기능을 사실상 잃게 된 것이다.
2013년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이후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에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고 해직 교사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원노조법 개정이 추진 중에 있다”는 이유로 직권 취소 요청을 거부해 왔다.
◆ 뒤바뀐 대법원 판단 “해직자 있어도 노조”
이에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정식 행정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히고 우선 서울행정법원에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고용노동부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10월 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법외노조 통보 조치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켰다.
하지만 본안 사건에선 전교조가 소송에서 졌다. 행정법원이 2014년 6월 1심에서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조치는 정당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2016년 1월 항소심에서 1심과 똑같이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상대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1·2심 모두에서 전교조가 패소한 것이다.
전교조와 고용노동부의 갈등은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모두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法 “노동3권 보호 우선해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 법규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가 헌법상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본 것이다. 법률 유보 원칙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가리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상실됐다”고 봤다. 우선 “교원 노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하는 것은 단순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므로 무효”라며 “고용노동부는 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는데,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소수 의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두 대법관은 “관련 법 규정에 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통보하지 않으면 오히려 책임을 방기한 셈이 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에 변호사로서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이력이 있어 심리에서 제외됐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9월 4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의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노조의 지위를 회복함으로써 단체협약 체결, 노동 쟁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법상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선 일제히 우려 “노사 갈등 격화될까 노심초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이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판결이 노사 대립을 심화시키고 결격 사유가 분명한 불법 노조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9월 3일 “대법원의 판결이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아닌데도 기업의 노조에 가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짚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따르면 전교조에 해직 교원이 가입해 있더라도 전교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한경연은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법률 규정과 실질적으로 상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은 노동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에 판결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조의 단결권만 대폭 강화되면 대립적 노사 관계가 악화되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날 성명문을 내고 “교원노조법을 위반한 전교조에 대한 행정부의 정당한 조치를 무효화함으로써 법 집행력을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정부는 결격 사유가 발생한 불법 노조에 대해 실질적인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인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도 연결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문제는 정치·경제·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향후 국회에서 대립적 노사 관계를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 “최근 친노동계적인 사법부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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