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지난 14일부터 4일 동안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와 답변은 공방으로만 끝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문은 예리하지 못했다. 초선 위주의 이들은 천편일률, 판박이, 단편적인 질의로 일관했다. 역할 분담 등 치밀한 각본도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 급급했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제시도 못했다. 국회의원 5선의 추 장관 벽을 넘기엔 힘에 부쳤다. 공격적이고, 감성에 호소하고, 되받아치고, 불리한 질의엔 엉뚱한 대답으로 논점을 비켜가는 등 추 장관은 노련했다.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 아들의 부대 관계자들에게 전화했는지 여부다. 만약 전화를 했다면 청탁에 걸릴 소지가 있다. 14일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 녹취록을 보면 추 장관의 답변은 모순적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추 장관의 질의 답변 내용이다.
-윤재옥 의원=“아들 병가 처리와 관련해 보좌관이 전화했습니까.”
-추 장관=“보좌관이 실제 전화했는지 여부, 전화를 어떤 동기로 하게 됐는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혹 제기도 있고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피고발인 입장이니까 그것은 검찰의 수사를 저도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거지요.”
-박형수 의원=“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있습니까”
-추 장관=“제가 알지 못합니다. 수사중인 것을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보고를 받지 않겠다, 않았다라고 누차 거듭 말씀드렸기 때문에 그렇게 물으셔도 제가 정확하게 답변드릴 수가 없습니다.”
-박 의원=“보좌관에게 확인해 본적 없습니까.”
-추 장관=“그것은 확인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박 의원=“거듭 확인해보고 싶지 않아서 안했네요”
-추 장관=“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의원=“수사 개입이 아니잖아요. 보좌관에게 전화한 적이 있는지 물어만 보면 되는데.”
-추 장관=“관련자들이 어떤 진술을 하는지를 제가 접촉을 하는 자체가 의심을 사지 않겠습니까.”
-박 의원=“병가 연장을 위해 국방부에 민원전화 했습니까.”
-추 장관=“저는 연락한 사실이 없고….”
-박 의원=“그럼 남편분이신가요.”
-추 장관=“남편에게 제가 물어볼 형편이 못되고요.”(추 장관은 17일 대정부 질문에선 남편도 전화하지 않았다고 부인)
-박 의원=“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되도록 가족이 전화하거나 보좌관이 연락한 적 있나요.”
-추 장관=“저나 가족들은 그런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박 의원=“보좌관이 연락했을 수 있습니까. 이것도 확인해봐야 됩니까.”
-추 장관=“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박 의원=“여기 나오셔서 대정부질무에 답변하시려면 보좌관한테 최소한 그정도는 확인하고 오셨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추 장관=“제가 피고발인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저런 것을 접촉해서 물어보는 자체가 사전에 짜지 않았느냐, 또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일체 안물어보는 것이 저로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박수영 의원=“보좌관하고 통화는 하셨습니까.”
-추 장관=“하지 않았습니다.”
-전주혜 의원=“보좌관이 전화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추 장관은 이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추 장관 =“수술 받기 위해 법에 보장돼 있는 병가를 쓰면 안되는 겁니까.”
-전 의원=“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추 장관=“그것은 수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태규 의원(국민의당)=“자제분 문제와 관련해 가족 또는 보좌진이나 당직자 등이 국방부나 부대 관련자들에게 전화를 일체 한 사실이 없는 거지요.”
-추 장관=“제가 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 의원=“부대 지원반장과 아들이 대화한 기록에는 ‘앞으로 부모님을 시키지 말고 직접해라’이런 요지의 기록이 있지 않습니까.”
-추 장관=“저는 전화를 하지 않았고요.”
-이 의원=“가족이 수십명 계시는 것도 아니고….”
-추 장관=“(보좌관에게 전화)하면 제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추 장관 아들의 의혹이 핵심이 자신의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했는지 여부인데, 추 장관은 숱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같은 내용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더욱이 여당 의원들까지 보좌관이 전화한 것은 맞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상황임에도 추 장관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보좌관한테 전화 한 번 하면 알 수 있는 일인데도 불리한 것은 피하고 보자는 식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여당 일각에서도 나온다. 추 장관은 그 이유로 시종일관 “보좌관에게 전화하는 것이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3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아들 병가 문제와 관련,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거짓과 왜곡은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고 했다. 아들 문제와 관련, 전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한 수사 가이드 라인을 주는 것이 어디있느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통역병으로 아들을 선발해달라는 청탁 의혹과 관련, 추 장관이 “(부대가)제비 뽑기로 (아들을)떨어뜨렸다”고 한 말도 어이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 장관이 주고 받은 질의와 답변은 마치 ‘짜고 치는’것 같다.
-정 의원=“아이 영어실력이 괜찮지요. 영국 유학했지요. 스포츠 마케팅 했지요. 만약에 면접 시험 봤으면 통역병으로 뽑혔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제비뽑기로 불이익 당한 것 아닙니까.”
-추 장관=“이 부분도 청탁을 했다고 하는데요. 자격이 안되는데 억지로 기회를 달라고 하면 청탁이겠지요. 그러나 스포츠 경영학을 공부한 아이고요. 또 제가 자식의 실력을 잘 안다고 하면 그렇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그런 아이입니다. 오히려 저는 역으로 제 아이인 줄 군내에서 먼저 알아보고 원래의 정상적인 방식을 바꿔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능력을 가진 아이를 제 아이인 줄 알아보고 내부에서 정상적인 방식을 바꾸어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 군대가 불공정하게 역차별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거예요. 취소할 의향이 없습니까.”
-추 장관=“부대의 어떤 어디에 파견한다고 그러면 인원 배치에 관한 문제인데 그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사전 공고가 있었을 것이고 어떤 기준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 기준을 다 무시하고 청탁이 들어오니까 제비뽑기로 돌렸다 하는 건 좀 납득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추 장관의 주장이 억지인 이유는 제비뽑기는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으로… 떨어뜨렸다’는 말은 ‘내 아이가 다른 병사들과 실력으로 겨뤄 통역병으로 뽑힐 충분한 실력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주장이 타당하려면 이를 뒷받침 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한다. 자신의 아들과 통역병 경쟁자인 다른 병사들의 영어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토익, 토플 시험 성적표라도 내놔야 하지만 추 장관은 그러지 않았다. 추 장관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합당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검은색은 검은색이고, 흰색은 흰색이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한 말은 허언(虛言)이 될 것이다.
홍영식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