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확산으로 날개 단 ‘CRM’…B2B 기업이 더 관심 가져야죠”

[INTERVIEW]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대형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세일즈포스 뛰어넘을 것”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산업 간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 중 고객관계관리(CRM) 관련 기업의 성장은 드라마틱하다. 대면 영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는 CRM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CRM 솔루션 회사인 ‘세일즈포스’는 날개를 달았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CRM 시장의 점유율 19.5%를 차지하며 2019년 매출 20조원을 기록한 1등 기업이다. 2018년 매출 18조원에서 1년 새 매출이 8조원이나 늘어난 이 회사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관련 시장의 성장으로 2024년까지 매출 42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도 세일즈포스와 같은 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치밀하고 구체적인 전략 없이 세일즈포스에 도전해서는 실패가 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쉬플리코리아는 2008년 설립된 수주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쉬플리코리아는 1972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쉬플리’의 한국지사다. 지난 12년 동안 40조원 규모의 기업 수주를 컨설팅했고 성공률 91%를 달성했다.

▶한국의 세일즈포스’를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능할까요.
“쉽지 않죠. CRM은 과거 한국에서도 도입 붐이 있었지만 현재는 현업 부서와의 충돌 등으로 인해 시장 성장이 더딘 분야입니다. 특히 세일즈포스라는 경쟁자가 이 분야에서 압도적 위상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CRM을 하나의 프로그램 혹은 회사 운영의 한 분야로만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진단과 컨설팅 그리고 교육이 하나의 과정으로 이뤄지도록 할 겁니다. 앞선 정보기술(IT) 역시 접목될 겁니다.”

▶CRM이 기업에 중요할까요.
“쉽게 말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세일즈포스 조사에 따르면 CRM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기업의 거래 성사율은 43%가, 수익은 37%가 늘어납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데이터입니다. 코로나19사태로 재택근무가 본격화되면 CRM이 매출에 더 큰 영향을 줄 겁니다. CRM은 체계적으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체계적으로 관리된 고객 분석을 통해 새 사업 기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느 고객이 더 중요한 고객인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전략적 세일즈도 가능해집니다. 특히 간과하기 쉬운 B2B 영역에서 CRM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엔 CRM의 개념이 일반 소비자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 68%가 B2B 기업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B2C에서 B2B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B2B 기업이 CRM을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입니다.”

▶한국의 CRM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2025년까지 글로벌 CRM 시장은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입니다. 이 중 한국 시장이 1% 수준만 된다면 약 1조원이죠. 만약 한국 기업이 잘한다면 2조원까지도 성장할 겁니다. 참고로 최근 한국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률은 93.5%에 달합니다. 반면 CRM 도입은 49.5% 수준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선 CRM의 시장 규모가 ERP 시장에 비해 두 배 정도 큽니다. 한국도 글로벌 시장을 따라가게 된다고 예상한다면 CRM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도 좋습니다. 한국은 점점 ‘투명한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관계 중심 영업보다 전문성 중심 영업이 더 중요해지는 거죠. 또 이른바 ‘한류’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아시아 CRM 시장의 성장이 더딘데 한국에서 CRM이 성공한다면 ‘한국식 성공 모델’은 분명히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먼저 IT를 확보하는 겁니다. 쉬플리코리아는 CRM 솔루션 전문 기업들과의 협력 모델이나 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CRM의 성공을 위해선 업무 프로세스의 정비와 훈련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쉬플리코리아가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쉬플리코리아는 수주 컨설팅 부문에서 ‘개척자’와 다름없습니다. 방위산업·IT·면세점 등 361개 기업 643건의 컨설팅 성공 사례를 창출해 냈습니다. 또한 현재 쉬플리코리아의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휴넷의 역량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휴넷은 한국 최대의 인적자원개발(HRD) 기업입니다. 기술과 컨설팅 능력과 교육 능력까지 확보됐으니 한 가지만 더 덧붙이면 됩니다.”

▶무엇을 덧붙이나요.
“대형 플랫폼입니다. 대형 플랫폼의 자본력과 영향력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덧붙이면 한국 CR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큰 틀에서 바라볼 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플랫폼과의 연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것이 가능할까요.
“세일즈포스는 일단 가격이 비쌉니다. 직원 한 사람당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충분히 한국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CRM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일즈포스가 비싼 이유는 스펙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웬만한 기업에서 이 기능을 다 활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교육비용만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쉬플리코리아가 추구하는 방향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각 기업의 담당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자주권’이란 관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재 세일즈포스는 구글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즈니스 시스템이 구글과 세일즈포스에 종속당하는 것은 약간 위험한 일일 겁니다. 분명 토종 CRM 기업의 기술력, 쉬플리코리아의 컨설팅 능력, 마지막으로 대형 플랫폼의 노하우와 자본력이 합쳐진다면 아시아와 세계 시장 공략도 가능해질 겁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플랫폼은 어느 곳입니까.
“카카오입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을 통해 최근 B2B 시장 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요. 특히 카카오는 지난 6월 카카오인사이트라는 이름으로 CRM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죠.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 발 늦은 만큼 B2B 시장에선 더 빨리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저 또한 카카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주의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기업 수주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어떤 계약은 낮은 가격이 가장 중요할 테고 다른 계약은 가격에 아무 상관없이 원하는 기술을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의 요청서 속에서 숨겨진 니즈를 찾아 경쟁사보다 한 발 더 나가는 게 수주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출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이 때문에 쉬플리코리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 수주를 돕는 데 더 노력할 방침입니다. 또한 ‘CRM 사업의 연합체’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일 겁니다. 꼭 몇몇 기업만이 아니더라도 CRM 사업과 관련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모아 슈퍼 히어로들의 모임과 같은 ‘어벤저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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