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진 지분 확대해 2대 주주로…KCGI의 주요출자자 조선내화와 인연 깊어
[한경비즈니스 섬유 업체인 경방이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의 지분을 9.33%까지 늘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경방은 (주)한진 보유 주식 수가 77만808주(6.44%)에서 111만7785주(9.33%)로 확대됐다고 9월 9일 공시했다. 이번 주식 매수로 경방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23.62%)에 이어 (주)한진의 2대 주주가 됐다.
(주)한진은 택배·국제 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 영업이익 900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대한항공과 함께 핵심 계열사다
경방은 (주)한진 주식을 추가로 매집하며 특수 관계 기업 4곳을 새롭게 동원했다. 김담 경방 사장의 형인 김준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방은 (주)한진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하면서 지분 매수에 동참한 새로운 특수 관계인을 밝혔다. 기존에는 경방, 김 사장, 에나에스테이트였다. 이번에는 7인으로 증가했다. 신규로 등장한 4곳은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이매진·케이블앤텔레콤·경방어패럴이다. 이 회사들은 모두 경방의 주주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경방의 지분율은 각각 0.32%, 4.19%, 0.17%, 2.63%다.
경방어패럴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김 회장이 지배하는 곳이다. 김 회장의 각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80%)·이매진(53.23%)·케이블앤텔레콤(67.81%)으로 절반을 넘는 확고한 최대 주주다. 김 회장은 3곳에서 대표이사·사내이사 등 등기 임원을 역임한 적이 있다.
앞서 경방이 올해 4월 (주)한진 주식 매입 사실을 처음 공시할 때 차남인 김 사장이 앞장섰다. 당시 경방은 56만9929주(4.76%)를 샀다. 김 사장은 개인 명의로도 6만879주(0.51%)를 매수했다. 매제 이승호 씨가 최대 주주인 에나에스테이트는 14만 주(1.17%)를 매수했다.
◆경방 “(주식 추가 매수는) 단순 투자 목적”
경방 측은 주식 매수와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매수가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고만 보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경영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다툼의 주무대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다. 지난해 4월 그룹 총수인 조양호 전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예기치 못한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조 전 회장은 “함께 그룹을 잘 이끌라”는 말을 남겼지만 별도 유언장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진가 3남매는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7%를 법정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대로 4.1%씩 상속받았다. 그 결과 한진가 세 자녀의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가 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회장을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것.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한진가에 경영권 압박을 가하던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았다.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온 반도건설도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하며 가세했다. 이들은 ‘3자 주주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의 퇴진과 전문 경영인의 도입을 촉구했다.
조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은 지난해 3월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차례 충돌했다. 당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건 등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3자 주주연합이 패배했다.
한 차례 충돌이 끝났지만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3자 주주연합의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총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려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 수준으로 벌렸다. 이들은 8월 19일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참여해 보유 지분율이 46.71%로 늘었다고 밝혔다. 기존 45.23%에서 1.4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BW는 당장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3자 주주연합이 이를 매수한 것은 지분율 사수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진칼은 1조원대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BW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전체 주식 수가 5.79% 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됐다. 다만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특별 관계인는 BW를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내년 주총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3자 주주연합과의 지분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경방·조선내화·KCGI의 연결고리
(주)한진은 한진칼의 자회사다. 그래서 그룹 경영권을 좌우하는 한진칼의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재계와 금융 투자업계에선 경방의 사장과 회장이 나란히 (주)한진 주식을 산 것은 쉽게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본다.
김 사장은 경방의 최대 주주다. 지분 20.98%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형 김 회장(13.44%)보다 지배력에서 우위에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한진 주식 매집은 김 사장이 주도하고 김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 회장이 최대 주주인 회사들까지 투입되면서 경방 오너 형제 모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됐다.
김 회장은 KCGI 주요 출자자인 조선내화의 이인옥 회장과 미국 브라운대 동문이기도 하다. 조선내화는 경방보다 앞서 (주)한진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조선내화는 한국 내화물(벽돌) 1위 업체로, 오너 3세인 이 회장이 금융에 매우 밝아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또 조선내화는 2016년부터 경방과 인연을 맺은 주요 주주로 경방 지분을 2.18%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분 매입이 미묘한 시기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조 회장의 동생인 조 전무가 (주)한진의 마케팅 총괄에 오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분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또한 조 회장과 벌이는 소송전이 10월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9월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홍기찬 부장판사)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 등 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10월 23일 진행한다. 원고는 그레이스홀딩스·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이다. 피고는 한진칼·대한항공사우회·한진칼 개인주주 김 모 씨 등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다. 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은 반도건설 계열사다.
원고 측은 지난 5월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 취지는 한진칼 주주총회 결의 취소, 의결권 제한 해제 등이다.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김석동 등 사외이사 선임, 조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피고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여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경방을 3자연합의 우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경방이 어느 편에 서든 당분간 한진의 주식을 계속해 매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방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가 지분 매입 여력이 충분하다. 또한 최근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전례가 있다”며 “경영권 분쟁에 가세할 생각이라 한진 지분에 대한 추가 매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
[한경비즈니스 섬유 업체인 경방이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의 지분을 9.33%까지 늘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경방은 (주)한진 보유 주식 수가 77만808주(6.44%)에서 111만7785주(9.33%)로 확대됐다고 9월 9일 공시했다. 이번 주식 매수로 경방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23.62%)에 이어 (주)한진의 2대 주주가 됐다.
(주)한진은 택배·국제 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 영업이익 900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대한항공과 함께 핵심 계열사다
경방은 (주)한진 주식을 추가로 매집하며 특수 관계 기업 4곳을 새롭게 동원했다. 김담 경방 사장의 형인 김준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방은 (주)한진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하면서 지분 매수에 동참한 새로운 특수 관계인을 밝혔다. 기존에는 경방, 김 사장, 에나에스테이트였다. 이번에는 7인으로 증가했다. 신규로 등장한 4곳은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이매진·케이블앤텔레콤·경방어패럴이다. 이 회사들은 모두 경방의 주주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경방의 지분율은 각각 0.32%, 4.19%, 0.17%, 2.63%다.
경방어패럴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김 회장이 지배하는 곳이다. 김 회장의 각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80%)·이매진(53.23%)·케이블앤텔레콤(67.81%)으로 절반을 넘는 확고한 최대 주주다. 김 회장은 3곳에서 대표이사·사내이사 등 등기 임원을 역임한 적이 있다.
앞서 경방이 올해 4월 (주)한진 주식 매입 사실을 처음 공시할 때 차남인 김 사장이 앞장섰다. 당시 경방은 56만9929주(4.76%)를 샀다. 김 사장은 개인 명의로도 6만879주(0.51%)를 매수했다. 매제 이승호 씨가 최대 주주인 에나에스테이트는 14만 주(1.17%)를 매수했다.
◆경방 “(주식 추가 매수는) 단순 투자 목적”
경방 측은 주식 매수와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매수가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고만 보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경영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다툼의 주무대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다. 지난해 4월 그룹 총수인 조양호 전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예기치 못한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조 전 회장은 “함께 그룹을 잘 이끌라”는 말을 남겼지만 별도 유언장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진가 3남매는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7%를 법정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대로 4.1%씩 상속받았다. 그 결과 한진가 세 자녀의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가 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회장을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것.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한진가에 경영권 압박을 가하던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았다.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온 반도건설도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하며 가세했다. 이들은 ‘3자 주주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의 퇴진과 전문 경영인의 도입을 촉구했다.
조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은 지난해 3월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차례 충돌했다. 당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건 등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3자 주주연합이 패배했다.
한 차례 충돌이 끝났지만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3자 주주연합의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총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려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 수준으로 벌렸다. 이들은 8월 19일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참여해 보유 지분율이 46.71%로 늘었다고 밝혔다. 기존 45.23%에서 1.4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BW는 당장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3자 주주연합이 이를 매수한 것은 지분율 사수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진칼은 1조원대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BW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전체 주식 수가 5.79% 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됐다. 다만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특별 관계인는 BW를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내년 주총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3자 주주연합과의 지분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경방·조선내화·KCGI의 연결고리
(주)한진은 한진칼의 자회사다. 그래서 그룹 경영권을 좌우하는 한진칼의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재계와 금융 투자업계에선 경방의 사장과 회장이 나란히 (주)한진 주식을 산 것은 쉽게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본다.
김 사장은 경방의 최대 주주다. 지분 20.98%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형 김 회장(13.44%)보다 지배력에서 우위에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한진 주식 매집은 김 사장이 주도하고 김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 회장이 최대 주주인 회사들까지 투입되면서 경방 오너 형제 모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됐다.
김 회장은 KCGI 주요 출자자인 조선내화의 이인옥 회장과 미국 브라운대 동문이기도 하다. 조선내화는 경방보다 앞서 (주)한진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조선내화는 한국 내화물(벽돌) 1위 업체로, 오너 3세인 이 회장이 금융에 매우 밝아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또 조선내화는 2016년부터 경방과 인연을 맺은 주요 주주로 경방 지분을 2.18%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분 매입이 미묘한 시기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조 회장의 동생인 조 전무가 (주)한진의 마케팅 총괄에 오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분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또한 조 회장과 벌이는 소송전이 10월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9월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홍기찬 부장판사)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 등 청구 소송 1차 변론 기일을 10월 23일 진행한다. 원고는 그레이스홀딩스·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이다. 피고는 한진칼·대한항공사우회·한진칼 개인주주 김 모 씨 등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다. 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은 반도건설 계열사다.
원고 측은 지난 5월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 취지는 한진칼 주주총회 결의 취소, 의결권 제한 해제 등이다.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김석동 등 사외이사 선임, 조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피고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여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경방을 3자연합의 우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경방이 어느 편에 서든 당분간 한진의 주식을 계속해 매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방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가 지분 매입 여력이 충분하다. 또한 최근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전례가 있다”며 “경영권 분쟁에 가세할 생각이라 한진 지분에 대한 추가 매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