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청약’ 3기 신도시, 부동산 판을 흔들다


[커버스토리 = '3기 신도시 어디가 좋을까']

- 홈페이지 100만 명 넘게 방문
- 30·40세대 사이에선 ‘영끌 3기 입성’이란 말까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3기 신도시’의 풍경은 어떨까.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서울로의 이동이 용이하고 최첨단 기술이 깔려 있는 미래형 ‘스마트 시티’가 조성될 것이라는 짐작만 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3기 신도시의 모습을 가늠해 볼 사회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30·40세대가 대거 몰려 사는 도시다. 요즘 30·40세대 사이에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3기 입성’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3기 신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 패닉 바잉이 불러 온 3기 신도시의 재평가


3기 수도권 신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당초 정부가 사업 추진을 발표(2018년)했을 때도, 예정지를 공개(2019년)했을 때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서울 내에서도 거주 수요가 집중된 강남과는 지정학적 거리가 멀어 수요 분산에 한계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교통망 구축에 대한 의구심과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1·2기 신도시처럼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박한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젊은 층의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040세대가 3기 신도시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너무 올라버린 서울 대신 교통망과 생활 여건이 갖춰질 3기 신도시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주요 소비층인 30·40세대가 관심을 갖자 3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후해지고 있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전 지역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3기 신도시에 청약하기 위한 대기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특히 3기 신도시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하남에는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이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시는 올해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13.3% 상승해 경기도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됐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상승률(4.9%)를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3기 신도시를 향한 시장의 높은 관심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된다. 한 달여 만에 100만 명(9월 17일 기준)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을 정도다.

청약 일정을 문자로 전달받는 알림 서비스 신청자도 18만 명에 달한다. 청약 알림 신청자를 분석해 보니 40대 이하가 78%(20대 10%, 30대 38%, 40대 30%)나 됐다. 그만큼 3기 신도시에 대한 젊은 층의 기대가 커진 것이다.

30·40세대가 주도하는 3기 신도시의 관심에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들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3기 신도시를 주거와 일자리가 양립하는 자족 도시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첨단 기술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 교통망 확충 사업과 연계해 도시의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한편 에너지 절감(남양주 왕숙)이나 공유형 복합 용지(하남 교산) 등 신도시별로 특화 구역도 개발할 계획이다.

여기에 1·2기 신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 삼아 ‘친환경·일자리·교통친화’라는 3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사전 청약 실시에 전세 품귀 현상까지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2 포함) 6만6000가구, 하남 교산 3만2000가구, 고양 창릉 3만8000가구, 부천 대장 2만 가구, 인천 계양 1만7000가구 등 모두 5개 지구다.

모두 합하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7배인 32.7㎢. 공급 예정 주택은 모두 17만3000가구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만 12만 가구에 달한다.

3기 신도시 청약 일정은 2021~2022년 사전 청약(2만2200가구), 2023년 본청약으로 진행된다. 입주는 예정일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입주가 아직 5년이나 남았음에도 3기 신도시가 주목 받는 이유는 본청약 이전에 미리 청약을 진행하는 사전 청약제 때문이다. 당첨되고 나서 본청약 때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 100% 입주를 보장한다.

토지 보상과 택지 조성 사업을 마치면 조기에 사전 청약을 받아 청약 대기자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 심리를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전 청약에 당첨된 사람이 부담하는 최종 분양가는 1~2년 뒤 본청약 당첨자가 부담하는 최종 분양가와 동일하게 책정된다.

본청약과 청약 조건이 같고 특별 공급과 일반 공급으로 나눠 분양하는 것도 비슷하다.

사전 청약 당첨자는 일반 청약 전까지는 재당첨이 제한되지 않는다. 다만 일반 청약으로 다른 주택에 당첨됐다면 사전 청약으로 당첨된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역시 사전 청약 당첨자가 추후 본청약에서 당첨을 포기해도 별도의 불이익은 없다. 다만 사전 청약자는 본청약 때까지 무주택 요건 등 청약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내년 사전 청약 물량과 일정은 △7~8월 인천 계양 1100가구 △9~10월 남양주 왕숙2 1500가구 △11~12월 남양주 왕숙 2400가구, 부천 대장 2000가구 △11~12월 고양 창릉 1600가구 △11~12월 하남 교산 1100가구 등이다.

3기 신도시에 사전 청약하는 장점은 또 있다. 신도시도 결국 공공 택지라는 점이다. 주변 시세는 물론 민간 분양 단지보다 20% 정도 분양가가 저렴하다.

또한 공공 택지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민영보다 특별 공급 비율이 높다. 자격 요건이 되면 특별 공급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도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생애 최초나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 특별 분양 요건이 된다면 더욱 유리하다. 공공 분양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민간 분양 청약과 달리 가점제가 아니라 ‘순위순차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순위순차제는 무주택 기간 3년만 충족하면 저축총액이 많은 순(전용 40㎡ 이하는 납입 횟수 많은 순)으로 선정된다. 이 때문에 사전 청약 경쟁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의 서울 집값 수준, 강화된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3기 신도시가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3기 신도시가 이 같은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 줄지 여부는 결론적으로 ‘교통 인프라’에 달렸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리한 교통’이 ‘집값’을 제치고 3기 신도시 선호 이유 1위를 기록했다.

‘직장과의 거리’도 3위에 올라 집과 직장을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교통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의 주요업무지구까지 30분 내 접근을 목표로 지하철 연장 및 신설(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광역도시철도인 GTX 연계(남양주 왕숙), Super-BRT를 통한 광역교통망 연계(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으로 서울의 접근성을 크게 강화했다.

아울러 과거 지구계획 수립단계에서 수립되었던 교통대책을 지구지정 단계에서부터 수립함으로써 과거 신도시 개발 때보다 빨리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위험하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아직 토지 보상도 안 된 상황에서 첫 입주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5~6년은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전세를 최소 2번 더 돌아야 한다는 것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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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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