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수요 늘어나는 시스템 반도체…전력·센서 등 특화 파운드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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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며 시스템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하고 계산한다.

‘반도체 강국’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사업 비중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4%를 차지하는 것은 시스템 반도체로, 한국 기업들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부터 보안 장비와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것이 시스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전력 반도체와 센서 수요 급증으로 호실적

DB하이텍이 국내 최초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1년이다. 주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서비스와 시스템 반도체 설계·생산을 주로 영위한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이 곧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 이를 위해 DB하이텍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등 특화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했고 그 결과 2008년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0.18 마이크로미터 복합 전압 소자 공정을 개발했다. 아날로그·파워(BCDMOS), CMOS 이미지 센서, 혼합 신호(mixed signal) 공정을 이용한 고부가 가치 특화 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최근에는 MEMS, 파워 디바이스, RF HRS·SOI CMOS 등 신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모지였던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초창기만 해도 DB하이텍의 가치는 다소 과소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4675억원, 영업이익 141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급격히 불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9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력 반도체와 센서 수요가 상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당분간 고객 수주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생산성 향상 활동을 통해 연간 6만 장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최근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됐다. 미국 상무부가 10월 4일 SMIC의 공급사에 대해 미국산 특정 장비와 부품·원자재 등 중국 파운드리 출하가 제한된다고 통보하면서 미국의 제재가 공식화됐다. 현재 SMIC는 생산 장비 절반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다면 이 장비들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SMI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4%를 차지하는 세계 5위 업체다. 미국의 제재로 SMIC의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다소 위축됐지만 올해는 전방 산업의 꾸준한 성장과 신규 산업으로 전년 대비 3%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빅데이터·AI 등 신기술과 IoT·스마트폰·웨어러블 등 시장 분야에 계속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DB하이텍은 8인치 공급 부족 심화로 생산 능력 증설 없이도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에 따른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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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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